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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하면서 기독교의 사랑 실천?

[주장] 현직 목사가 본 차별금지법 반대 주장의 문제점

등록 2020.11.15 11:27수정 2020.11.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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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하는 악법이라며 극력 반대해왔다. 차별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도 보수 개신교계의 발목잡기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 지유석

  
포괄적차별금지법(아래 차별금지법)에 대해 기독교계에서 지속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12일에는 한국교회총연합회(아래 한교총)에 속한 교단장들과 기독교 대학과 대학교의 전·현직 총장들 모임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가을 총회를 맞이하여 많은 교단이 차별금지법에 포함된 '성소수자'와 관련된 항목이 복음을 훼손하는 반성서적 내용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진보적인 교단으로 알려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지난 9일, 3차 속회)에서도 교회와 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차별금지법에 대한 지지성명서'를 놓고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감리교에서는 성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를 해주었다고, 교단에 속한 수원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를 면직했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에 관한 찬반양론은 교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일반인들이 기독교(모든 교회)가 마치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종교집단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으며, 차별금지법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이들은 이단시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게 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들이 주로 인용하는 것은 구약성서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며, 성서에서 성적인 방종 등을 '죄'라고 명명한 구절들이다. 그리고 창세기에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다는 이야기를 근거로 '제3의 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서를 전체적으로 보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기 위해 근거로 내세우는 구절들이 얼마나 편협하고, 반대자들이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구절만 취사선택하여 오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원인, 동성애 아니야 

먼저,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원인은 구약성경 에스겔서에 분명하게 나와 있다.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아니하며/ 거만하여 가증한 일을 내 앞에서 행하였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보고 곧 그들을 없이 하였느니라(에스겔 16:49-50)'

이 구절과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미 죄가 만연했으므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기 위해 천사들이 찾아왔으며, 멸망의 이유는 동성애보다는 교만, 풍족함과 태평함 중에도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않고, 거만하고, 가증한 일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가증한 일이 바로 동성애라고 주장하지만, 레위기 11장 음식 규정에 따르면 '먹지 말라고 금하는 음식을 먹는 일'을 가증한 일이라고 했으므로, 이것을 '동성애'로 명토 박아 해석할 근거도 없는 것이다.

롯의 가족이 구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나그네를 영접'한 행위였다. 그러므로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의 원인은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고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죄', 에스겔서에서 열거한 죄로 인한 것이지 '동성애'가 그 원인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에스겔서에서 지적하는 교만, 풍족함과 태평함 중에도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않은 것, 거만하고, 가증한 일을 행하는 죄 등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보수 기독교인들은 성소수자만 콕 집어서 그들에게 모든 죄를 덧씌우며, 그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을 당연한 일처럼 여긴다.

구약의 텍스트와 기독교의 교리 맥락에서 '동성애'는 분명 죄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논의가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을 죄인취급하고, 차별하고, 혐오하고, 투명인간 취급하면 성서적인 것일까? 

생각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구약성경 레위기 11장의 '정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에 관한 구절을 살펴보자.

'물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과 물에서 사는 모든 것 곧 강과 바다에 있는 것으로서 지느러미와 비늘 없는 모든 것은 너희에게 가증한 것이라(레 11:10).'

새우, 랍스터, 장어, 미꾸라지, 돼지고기 등에 대해 레위기에서는 이것을 먹는 것도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은 가증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항목에 대해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처럼 해석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경은 현실의 맥락에서 읽어야지 문자로 읽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동성애에 대해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기감 교단 소속인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가 교단 법정에 회부됐다. 이러자 대책위는 6월 24일 교단 본부가 있는 광화문 동화빌딩 앞 광장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 지유석

 
의학계에서 10% 정도가 선천적으로 동성애적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타고난 성향 자체를 정죄하고 죄악시 하고 혐오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성경말씀도 기독교의 교리도 현대적인 맥락에서 읽어야지 문자로만 해석하고 읽으면 우리를 옥죄는 법이 될 수밖에 없다.

도덕적 책임은 양성(이성애자이든 동성애자이든)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 성서에서 금하고 있는 다양한 불의함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성소수자들에 대해서만 유독 혐오의 메시지를 쏟아내는 것은 위선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다.

"성소수자는 우리 중 누구와 아무런 관계없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잘 알고 지낸 선후배나 친구의 아들딸일 수 있다. 그들은 또한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며 동료이며, 시민이기도 하다. 이런 구체적인 사실 앞에서 우리가 관습적으로 당연하다고 믿었던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님의 글 중에서

성소수자들의 요구는 그들에게 특별대우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차별과 혐오를 멈추어달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차별금지법에 포함된 성소수자들에 관한 항목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고 본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분들이 주장하는 역차별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들이 부정하며 투명인간 취급하는 성소수자들도 엄연히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존재하는 성소수자를 부정하는 것은 그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일이다.

기독교인은 누구나 하나님께서 남녀를 짝 지워 주시고, 사랑의 열매로 자녀를 주셨다고 믿는다. 그런데 만약 그 자녀가 성소수자로 태어났다면, 그들은 하나님의 실패작일까? 그들도 마땅히 하나님의 자녀들이 아닐까? 그런데 그들을 부정하고 차별하면서, 차별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니 앞뒤가 틀려도 너무 틀렸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예수님은 동성애에 대해서 단 한 마디도 하신 적이 없다. 기독교계가 이렇게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를 노골적으로 할수록 하나님의 이름은 땅에 떨어지고, 복음의 본질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그럴듯하게 진리를 사수한다고 주장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세상에 감동을 주는 교회가 되자고 하지만(12일 한교총 모임에서 나온 발언), 미사여구의 외피를 쓴 차별과 혐오일 뿐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성소수자들을 껴안지 못하는 교회가 어찌 교회일 수 있는가?
덧붙이는 글 필자는 25년 전에 목사임직을 받은 이후, 총회 산하기관과 현장교회에서 목사로 제직하고 있으며,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임직을 받기 전 부교역자 경험까지 포함하면 32년째 이 길을 가고 있다.
#차별금지법 #성소수자 #동성애 #한교총 #소돔과고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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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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