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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노동존중사회로 나아가겠다"

전태일 열사 무궁화장 추서 후 유족 등과 환담... "열사의 부활을 현실과 역사에서 느낀다"

등록 2020.11.12 16:46수정 2020.11.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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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故) 전태일 열사 훈장 추서식에서 둘째 동생 전순옥 씨 옆의 의장병이 들고 있는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판에 부장을 걸어주고 있다. ⓒ 연합뉴스


전태일 열사가 정부로부터 '노동인권 개선'이라는 공로를 공식으로 인정받기까지는 50년의 시간이 흘렀다.

12일 청와대에서는 전태일 열사의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사의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 추서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추서식이 끝난 직후 유족들로부터 <전태일 평전> 내용을 청취하면서 "저도 저 책을 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고 회고했다(관련기사 : 전태일 열사, 산화 50년 만에 1등급 국민훈장 받다).

이어 유족들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전태일 열사에게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다"라며 "50년 걸렸다,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고 이소선 여사는 지난 6월 6.10민주항쟁 33주년 때 '민주화유공자'로서 국민훈장 모란장(2등급)을 수여받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현실과 역사 속에서 느낀다"라며 "군사정권에서 끊어졌던 노동운동이 전태일 열사를 통해 되살아났고, 전태일 열사가 했던 주장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루 14시간-주 80시간 노동이 연 1900시간 노동으로, 하루라도 쉬게 해 달라는 외침이 주 5일제로, '시다공'의 저임금 호소가 최저임금제로 실현됐다"라며 "노동존중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발걸음은 더디지만,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태일의 친구 "태일아, 너는 훈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니?"


전태일 열사와 함께 '삼동회'에서 활동했던 친구인 최종인씨는 "오늘까지 50년이 지났고, 우리들은 70이 넘었다"라며 "그동안 전태일기념관 하나가 꿈이었는데, 지난해 청계천상가에 세워졌고, (오늘 훈장 추서까지 더해) 감격스럽다"라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또다른 친구인 김영문씨는 "50년 전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라고 한 태일이의 말이 생각난다"라고 했고, 이승철씨는 "태일이를 지금 만나면 '너는 (훈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물어보고 싶다"라고 했다. 임현재씨는 "이 훈장은 후대들이 노동존중사회가 가치있는 사회임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훈장 추서에 의미를 부여했다.

전태일 열사의 첫째 동생인 전태삼씨는 "국민들이 잊지 않게 해줘 정말 감사하다"라고, 셋째 동생인 전태리씨도 "오빠의 죽음에 의미를 심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 "노동존중사회로 가야겠다는 의지 분명"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촛불정부가 노동중심사회를 위해 앞장서 줘서 고맙다"라면서도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한 전태일은 지금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시겠지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노동존중사회로 가야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노동존중사회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날 추서식과 환담에는 열사의 동생들인 전태삼·전순옥(전 의원, '참 신나는 옷' 대표)·전태리씨, 열사와 '삼동회' 활동을 함께 친구들인 최종인·이승철·임현재·김영문씨,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 전태일 열사 유족 등이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나눈 환담을 정리한 것이다.

문 대통령 "노동존중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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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전태일 열사 유가족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훈장 추서식을 마친 뒤 로비에 전시된 전태일 평전과 태일실업 설립 계획서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오늘 전태일 열사에게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입니다. 50년 걸렸습니다.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지난 6.10 기념식 때 모란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독학하다가 어려운 국한문혼용체에 한탄하며) '나에게 근로기준법을 가르쳐 줄 대학생 친구 한 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늘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에 저는 고3이었습니다.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뜨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나중에 노동변호사가 됐습니다.

저는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현실과 역사 속에서 느낍니다. 군사정권에서 끊어졌던 노동운동이 전태일 열사를 통해 되살아났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했던 주장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습니다. 하루 14시간-주 80시간 노동이 연 1900시간 노동으로, 하루라도 쉬게 해 달라는 외침이 주 5일제로, '시다공'의 저임금 호소가 최저임금제로 실현됐습니다. 노동존중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발걸음은 더디지만,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김영문씨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고 한 말 다시 생각나"

최종인씨: 태일이는 가장 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정의롭게 일하던 친구들의 리더였습니다. 그날 평화시장 국민은행 옆에서 태일이가 불덩어리가 됐을 때 옆에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불을 붙이며 태일이가 외쳤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쓰러진 태일이의 불을 잠바(점퍼)로 급히 껐습니다. 그때 쓰러졌던 태일이가...다시 벌떡 일어나 외쳤습니다. '친구들아, 싸워다오!'

하지만 우린 어떻게 할 줄 몰랐습니다. 오늘까지 50년이 지났고, 우리들은 70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전태일기념관 하나가 꿈이었는데, 지난해 청계천상가에 세워졌습니다. (오늘 훈장 추서까지 더해)감격스럽습니다.

김영문씨: 50년 전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고 한 태일이의 말이 다시 생각납니다. (오늘 훈장 추서가) 감개무량합니다. 대통령님과 함께 친구 전태일을 얘기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이승철씨: 태일이가 참 보고 싶습니다. 분신항거 50년을 맞아 (훈장 추서가) 너무 벅찹니다. 태일이를 지금 만나면 '너는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임현재씨: 이 훈장은 후대들이 노동존중 사회가 가치 있는 사회임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전태리씨 "오빠의 죽음에 의미를 심어줘 진심으로 감사"

전태삼씨: 국민들이 잊지 않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전순옥 전 의원: 대통령의 노동존중이 없었다면 새로운 노동의 역사를 쓴 이런 날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전태리씨: 오빠의 죽음에 의미를 심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2016년)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의미와 힘을 대통령께 위임해드렸다. 촛불정부가 노동중심사회를 위해 앞장서 주셔서 고맙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한 전태일은 지금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

문재인 대통령: 노동존중 사회로 가야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아까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얘기했는데, 분신 후 수없이 많은 전태일이 살아났다. 노동존중 사회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
#전태일 열사 #문재인 #국민훈장 무궁화장 #삼동회 #전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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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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