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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70.8%가 특별-광역-특례시민? 정말 괜찮겠습니까

[정상호 교수의 시대 세대 공감] 분권·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특례시 지정

등록 2020.11.11 08:21수정 2020.11.1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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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기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① 21대 국회의 엄중한 책임 :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의 조속한 통과

지방자치와 분권을 바라는 이들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열렬히 기다리는 법안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20대 국회에 임기만료로 폐기됐지만 올해 국무회의를 통과(6월 30일)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한창 논의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다.

이 법률안엔 친환경무상급식처럼 주민이 직접 조례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조례 발안법' 제정, 아직은 시범사업 실시 중인 '주민자치회'의 지원 명문화와 운영 활성화 규정 등이 담겼다. 또한 지방의회에 대한 인사권과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강화하되, 겸직금지 조항과 윤리특별위원회 의무화 등 지방의원의 책임성 강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됐던 시·도지사들의 국정 참여를 제도화하기 위해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이 정례적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할 '중앙지방 협력회의'도 신설될 예정이다.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추진하는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행정사무권한은 확대될 것이다. 또한 조례 발안과 주민감사의 연령과 요건이 낮아짐으로써 현재의 단체자치에서 주민자치로의 전환도 가속화될 것이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분권균형발전을 염원해온 전국 지방자치단체들과 시민들의 오랜 숙원이라는 점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될 가능성도 제법 있다.

② 특례시 지정 : 불 보듯 뻔한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 심화 
 

경기도 지역 16개 시장·군수들은 10일 공동 성명을 통해 "특례시는 재정여건이 좋은 대도시에 대한 특례를 늘리면서 거꾸로 지원을 늘려야 할 중소 지방정부의 재정여건을 악화시키게 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잘 사는 대도시는 더욱더 잘살게 될 것이고, 그 외의 도시는 더욱더 가난해지는 빈익빈 부익부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특례시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 박정훈

 
문제는 이번 개정안에 충분한 공론화를 생략한 채 50만 이상 대도시에 대한 행정과 재정의 특례를 부여하는 편파조항(195조: 대도시에 대한 특례 인정)이 감춰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 조항에 대해선 광역단체장 및 시세가 열악한 기초단체장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관련 상임위는 추가 논의를 결정했다(관련 기사 : 인구 50만 미만 경기 16개 시·군 '특례시' 반대).

물론 특례시 지정의 취지에는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어느 정도 인적 자원과 재정 여력이 있는 50만 이상의 대도시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행정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 그렇다. 또한, 울산광역시보다 인구가 5만 명가량 많은 수원시의 경우 당연히 광역시 지정을 요구할 근거가 있다. 이미 인구 100만 명을 넘은 용인시, 창원시, 고양시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토의 균형발전과 분권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이는 자칫 소탐대실의 우려가 있다. 나는 다음과 같은 근거에서 특례시 지정은 더 많은 공론화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반대 이유는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심화다. 아래 표의 내용처럼, 이번에 특례시 지정의 후보는 모두 16개 도시인데, 이중 무려 10개가 수도권(경기도)에 몰려 있다. 올 여름에 수도권 인구는 이 나라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50%를 넘어 섰다. 이런 상황에서 특례시 지정은 수도권-지방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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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시 지정 후보 도시 (2020.10월 기준) ⓒ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정리

 
둘째, 중앙-광역-기초의 행정체계에 혼란을 가져온다. 특히, 50만 이하 시·군 주민들의 소외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방자치를 강의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체계가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광역과 기초 사이에 위치할 특례시의 지위는 지방행정체계의 작동과 운영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광역시(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 포함)의 인구가 2353만6905명으로 전체 인구의 45.4%를 차지하는데, 여기에 새롭게 지정될 특례시 인구(1264만5420/ 24.4%)를 더하면 무려 70.8%가 특별(자치)시-광역시-특례시에 소속이 된다. 그렇다면 50만 이하의 시·군에 살고 있는 나머지 시민들은 그냥 보통 시민 또는 2등 시민의 처지로 전락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셋째, 특례시 지정은 문재인 정부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초광역 지역정부나 광역메가시티, 광역경제권 구상 등과도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강조점은 각각 다르지만 먼저, 이러한 제안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로컬 단위로 잘게 쪼개진 지역 단위로는 국제 경쟁력이나 대정부 협상력이 없기 때문에 '도시연합'이나 '광역의 광역화'를 통해 다양한 거점 중심지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최근 부산-울산-경남 광역권(부울경 메가시티)이나 광주-전남 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6개나 되는 특례시를 새롭게 지정하는 건 4차 산업 시대의 권역별 발전 전략과도 충돌한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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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부산·울산시와 함께 국토교통부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를 방문해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광역교통망 확충 현안 사업 6건의 정부 지원을 공동 건의했다고 지난 10월 27일 밝혔다. 이날 건의한 현안 사업 6건은 지난 7월 30일 경남에서 열린 '제7회 부울경 광역교통실무협의회'에서 논의한 사항이다. 사진은 부울경 관계자들이 광역교통망 확충 공동 건의문 전달하는 모습. ⓒ 연합뉴스

 
넷째, 특례시 지정은 중앙-지방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광역 행정권 내부의 양극화와 갈등을 초래하기 쉽다. 예를 들어 전주시나 청주시가 특례시가 되면 지방채권 발행이나 지방교부세 등에서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이익은 기본적으로 중앙정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전라북도와 충청북도)의 지분을 가져옴으로써 발생한다. 

결국 해당 대도시는 조금 형편이 나아질 수 있지만, 인접한 다른 시·군 상황은 훨씬 나빠질 수 있다. 이처럼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 있는 상황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소수자나 집단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보는 '최소 수혜자의 최대 이익'(롤스의 정의론)과 정면으로 대립된다. 

③ 상생을 향한 새로운 접근

특례시로 지정되길 바라는 16개 대도시와 나머지 시·군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광역시·도의 몫을 특례시에만 부여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이양 가능한 권한을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문재인 정부가 이미 공약했던 '2차 재정 분권 계획'을 확실하게 시행하는 데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국세:지방세 비율을 7:3을 거쳐 장기적으로 6:4 수준까지 개선할 것임을 약속했었다. 실제로 제1단계 재정 분권을 통해 2019년 말 현재 75:25 수준까지는 도달했다. 그러나 12조 원+α의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하여 7:3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2차 재정 분권 계획'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위원회 등 부처 간의 이해 다툼과 사령탑의 부재 속에 커다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청와대가 중심이 돼 이를 실행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다. 특례시는 보류하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키고, '2차 재정 분권 계획'을 약속대로 실천하는 게 여당과 야당, 영남과 호남, 보수와 진보가 바라는 신뢰와 타협의 책임정치다.
덧붙이는 글 이 칼럼을 쓴 정상호씨는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로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례시 #지방자치법전부개정안 #분권균형발전 #2차 재정 분권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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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교사와 더불어 배우는 지방대학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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