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들을 지키는 마을, 마산 가포 해안변공원

등록 2020.11.30 13:57수정 2020.11.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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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집에서 10 분 거리에 있는 가포해안변공원에 들러 산책로를 걷기도 하고 바다를 보며 답답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마창대교 아래로 배가 지나가고 있다. ⓒ 김숙귀



길고양이 두 마리가 로드킬 당한 장면을 보았다. 집에 있다가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근처 바닷가에 잠시 다녀오던 길이었다. 한 마리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새끼 고양이로 보였는데 금방이라도 일어나 쫄랑쫄랑 뛰어갈 것처럼 비스듬히 엎드린 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숨이 멎어 있었다. 3년 가까이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장면을 맞닥뜨릴 때마다 몹시 가슴이 아프다.

12월을 앞둔 맑고 햇살이 따사로운 날.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포해안변공원을 찾았다.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있는 해안변공원은 바다와 마창대교를 마주 볼 수 있고 전망대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공원을 조성하며 지자체에서 철거를 요청했던 길고양이 급식소. 그러나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했고 지금도 급식소는 계속 운영되고 있다. ⓒ 김숙귀

  

어미는 사람들로부터의 위해나 먹이 걱정없이 공원에서 새끼를 기른다. ⓒ 김숙귀

 
무엇보다 내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집고양이 못지 않은 깨끗한 모습의 길고양이들이 사람들과 함께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이다.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길고양이들이 터를 잡아 살고 있었고 그런 고양이들을 위해 주민들이 자비를 들여서 급식소를 만들고 사료와 물을 챙겨주었다.

그런데 2016년, 이곳을 공원으로 조성하며 지자체에서 고양이급식소를 자진철거하라는 요청을 하였다.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였고 결국 급식소는 그 자리에 계속 남게 되었다.

공원에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드문드문 산책로를 걷거나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야옹거리며 다가왔다. 집에서 가져온 츄르를 꺼내 입에 갖다대자 맛있게 받아먹는다.

어디선가 또 한 녀석이 쪼르르 달려온다. 두 녀석에게 조금씩 나눠 먹이는데 기특하게도 서로 다투지 않고 얌전히 차례를 기다린다. 다 먹고는 풀밭 한쪽에 가서 열심히 그루밍을 하더니 둘이서 장난을 치며 논다.
 

젊은 부부인 듯, 깃털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고양이와 한참동안 놀아주는 모습을 보며 공원에 퍼지는 햇살 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해졌다. ⓒ 김숙귀

 
사람이 앉아있는 벤치 곁이나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데크, 중앙통로에도 아무렇지 않게 다니며 놀고 뒹굴기도 한다. 사람들은 일부러 준비해온 간식을 고양이에게 먹이기도 하고 곁에 앉아 쓰다듬고 안아주기도 한다. 장난감을 가져와 같이 놀아주기도 한다.

녀석들은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고 스스럼없이 다가가 발랑 드러누워 배를 보인다. 공원에 오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혹독한 추위와 사람으로부터 당하는 위해. 꽁꽁 얼어버린 물과 절대적으로 부족한 먹이. 길고양이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계절이 다가왔다. 사람들과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는 공원의 길고양이를 보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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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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