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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이건 시급합니다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42년 전 탄생한 한미연합사

등록 2020.11.06 11:38수정 2020.11.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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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중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과의 경제 및 외교 관계를 새로 짜야 한다는 신문 사설들이 많이 나온다. 누가 '매직 넘버 270명'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대미관계에 변화를 줄 필요성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의 이해관계에 입각한 기본 입장을 견지하는 일이다.

미국에 대한 한국의 기본 입장 중에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한반도를 전쟁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아야 한다는 점,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점, 부당하고 불공정한 소파협정(주둔군 지위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 주한미군이 주둔 비용을 내는 일이 아니라 한국이 미군 군사비용을 지원해주는 일로 인해 한국이 압박을 받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는 점 등이다. 그 외에 당장 시급한 것 중 하나는, 더 이상 시일을 끌지 말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신속히 환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군사주권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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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3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용산구 국방부 합참 연병장에서 열린 환영 의장행사에서 박한기 당시 합참의장과 함께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78년 11월 7일, 기존의 국제연합군사령부(유엔군사령부·유엔사)에 더해 한미연합군사령부(한미연합사)가 추가 설치됐다. 이로써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관한 일을 맡고, 한미연합사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지휘에 관한 일을 맡게 됐다. 이때 유엔사에서 한미연합사로 이관된 권한 중 평시작전통제권은 김영삼-빌 클린턴 때인 1994년 12월 1일 한국군에 되돌아왔다.

전작권이 주한미군 수중에 있는 것도 문제고, 한미연합사 수중에 있는 것도 문제다. 합동기구인 한미연합사는 대한민국 주권이 온전히 미치는 기구가 아니다. 한국보다는 미국의 입김에 훨씬 많이 좌우되는 기구다. 이런 기구가 한국군 전작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군사주권의 상당부분이 남의 손에 가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남의 나라 군사주권을 좌지우지하는 상태는 미국과 여타 동맹국의 관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비교해 봐도 이것은 매우 불공정한 일이다.

박정희와 카터 때인 1978년에 한미연합사 창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국군 장군이 있다. 합동참모본부장으로 한미연합사 창설을 주도하고 그해 11월 7일 연합사 부사령관이 된 유병현 장군이다.

그와의 인터뷰를 담은 기사 '병마와 싸우면서 90세에 회고록 낸 한미연합사 창설의 주역 유병현 장군'이 2013년 11월호 <월간 조선>에 실렸다. 기사 작성자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그에 관해 이렇게 썼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서 전시작전권 환수라는 선동적 용어를 앞세워 한미연합사 해체를 추진하자, 80대 노병 유병현 장군은 투병 중임에도 더 바빠졌다. 자신이 산파 역할을 한 한미연합사가 좌파 선동에 의헤 위태롭게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연합사 해체의 부당성을 비판하는 책을 펴내고 인터뷰와 기고문을 통해 반미친북 세력과 싸웠다. 총을 들고 싸운 게 아니라 진실과 애국심을 들고 싸운 것이다."

유병현과 조갑제는 전작권 환수가 한미연합사를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기구를 잘못되게 한 원인은 따로 있었다. 그 원인은 처음부터 한미연합사에 내재돼 있었다. 한미연합사가 노무현 정권에 의해 위태해진 게 아니라 박정희 정권 때 이미 잘못돼 있었던 것이다.

한미연합사 모델이 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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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회원국이 표시된 지도. ⓒ wiki commons

 
인터뷰에서 유병현은 한미연합사의 모델은 나토였다고 말했다. "나는 처음부터 나토하고 똑같은 걸 만들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미연합사의 모델이 나토였다는 언급은 한미동맹을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이런 언급은 한미연합사와 나토가 유사한 측면뿐 아니라 상이한 측면도 있다는 점을 은폐하는 것일 수 있다.

나토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29개 회원국의 상임대표로 구성되는 북대서양이사회다. 그 밑에 군사위원회가 있고 그 아래에 동맹작전사령부가 있다. 동맹작전사령부에는 유럽동맹군 최고사령관이 있다. 미군 4성 장군이 취임하는 자리다.

최고사령관은 약 4만 명의 나토 대응군(나토 신속대응군)을 지휘한다. 최고사령관의 지휘권은 평시에는 이 부대에 미친다. 그의 지휘권은 전시나 비상시에는 나토 대응군 이외의 회원국 군대에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2018년 <신아세아> 제25권 제1호에 실린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논문 '한미동맹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연합지휘체계 비교'는 "NATO의 경우, 피침 당사국의 군대는 피침국의 동의 하에 유럽동맹군 최고사령관이 지휘·통제한다"며 "(각 회원국은) 자국의 군대를 NATO에 제공하며 이들은 동맹작전사령부에 배속되어 미군 4성 장군인 유럽동맹군 최고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받는다"고 말한다.

최고사령관은 침략을 받은 국가의 동의를 받아 그 나라 군대에 대한 전작권을 행사한다. 이 경우, 전작권을 넘기는 나라의 모든 부대가 자동적으로 지휘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북대서양이사회의 결정이 있을 경우 회원국은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NATO에 배속될 부대를 사전에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부대를 얼마만큼 NATO에 배속시킬 것인가는 국가별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 위 논문

전시에 회원국 군대가 나토의 지휘를 받을 경우에도 그 나라 군대 전체가 지휘를 받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회원국이 자국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OPCON)을 보유한 채로 나토와 연합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 "회원국의 결정에 의해 자국 군대 또는 일부분에 대한 OPCON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럽동맹연합군과의 작전 수행도 가능하다"고 위 논문은 말한다.

한미동맹의 경우에는, 일부 부대를 제외한 한국군이 전시에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는 것이 사전에 정해져 있다. 나토의 경우에는 그런 게 정해져 있지 않다. 회원국이 나토와 연합작전을 펼치는 경우에도 자국의 군사주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나토 회원국들은 비상시에 나토와 공동작전을 수행하면서도 군사주권의 침해를 피할 수 있다. 한미동맹이 얼마나 불공정한 시스템 위에 놓여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뤄선 안 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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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작성한 방명록. 문 대통령은 "누구도 가지 못한 평화의 길, 위대한 한미동맹이 함께 갑니다"라고 썼다. ⓒ 연합뉴스

 
나토는 상대적으로 경우가 바른 편이다. 이 점은 핵무기 사용 문제에서 잘 나타난다. 미국이 만들고 미군이 사용하는 핵무기도 나토 영역에서는 회원국들이 공유하도록 돼 있다. 이를 위해 나토 안에 '핵 계획단'이 설치돼 있다. 2019년 <한국 군사학 논집> 제75집 제2권에 실린 박휘락 국민대 교수의 논문 '나토와 한미동맹의 군사지휘체제 비교'는 이렇게 말한다.

"한미동맹과 달리 나토는 핵 위협으로부터의 방어를 위하여 핵 계획단을 운용하고 있다. 이것은 나토 지역에 배치해둔 핵무기를 회원국들이 함께 운용한다는 차원에서 설치한 조직으로서, 평소에 핵무기 사용 계획을 함께 발전시키고 핵무기를 수용하고 있는 국가들의 공군기에게 핵무기 투하에 필요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핵무기도 나토 안에서는 '공유물'이다. 이것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회원국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 핵무기가 어느 한 나라를 위해 사용되지 못하게 돼 있다. 

나토 회원국의 나머지 28개국에 대해서는 이렇게 경우 바르게 행동하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 한미연합사와 한미동맹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미연합사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전작권이 위임돼 있으니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영토를 빼앗기는 것과 주권을 빼앗기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다. 둘 다 망국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1910년 대한제국 멸망뿐 아니라 1905년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에 대해서도 가슴 아파 하는 것은 을사늑약이 외교주권을 빼앗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을사늑약 이후로 한국은 사실상 망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전작권은 군사주권에 관한 문제다. 군사주권이 없는 나라는 외교주권이 없는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전작권 문제는 대한민국 주권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실제로 대한민국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군사주권의 절대적인 부분은 미합중국 국민들의 명령을 따르는 미국 대통령 및 주한미군사령관 등에서 나오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가 되든 바이든이 되든 신속히 바로잡아야 할 잘못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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