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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떠나 사당동에 그림공방 차린 예술가

[관서동 사람들] 아뜰리에뮤르뮤르 임혜지 대표

등록 2020.11.04 10:48수정 2020.11.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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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서초·동작 청년들과 함께 알고 싶은 가게를 소개해드립니다. 관·서·동 청년세대 지원센터 '신림동쓰리룸'과 '프로딴짓러' 박초롱 작가가 안내하는 '관서동 사람들'은 당신 주변의 바로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먹고, 살고, 나누고, 웃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일상에서 예술가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예술의 전당? 덕수궁미술관? KBS 아트홀? 그런 거창한 공간보다 동네 공방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많은 신진 예술가들이 생계를 위해 교육 사업을 함께한다. 사당동 작은 골목에 있는 소수정예 그림 공방, 아뜰리에 뮤르뮤르의 임혜지 대표도 개인 회화 작업을 하는 예술가이자 공방에 오는 수강생들을 위한 선생님이다.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에서는 지역 가게를 소개해 지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네 상권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관서동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사당동의 예술 공방 아뜰리에 뮤르뮤르에 찾아가 보았다. 


성인을 위한 소수정예 미술공방
 

아뜰리에뮤르뮤르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뮤르뮤르의 뜻은 뭔가요?
"프랑스어로 murmûr를 쓸 때 두 번째 'mûr'에는 악센트를 붙여요. 그럼 앞의 mur와 뒤의 mûr 의미가 달라지거든요. 앞의 mur는 벽을 뜻하고요, 뒤의 mûr는 무르익은, 성숙한 뜻으로 이 공간이 주는 원숙한 매력을 말하고 싶었어요."

 - 성인을 위한 소수정예 미술공방이라고 들었습니다. 소수정예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오시는 한분 한분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그림만 가르치지 않고 (종종) 개인 작업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을 많이 모아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게다가 첫 공방이니 욕심 크게 부리지 않고 작은 공간에서 몇몇의 사람들과 하는 게 좋더라고요.
 

아뜰리에뮤르뮤르 아뜰리에뮤르뮤르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이곳에서는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요?
"오셔서 그림을 그리시죠. 대부분 유화를 많이 그리세요. 유화는 재료나 작업 특성상 집에서 하기 어려우니까요. 때로는 아크릴, 수채화, 데생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오세요. 맞춰서 같이 작업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요."

- 벽에 걸린 작품이 다 수강생 작품인가요?
"제 작품과 수강생 작품이 섞여 있어요. 굳이 구분할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제가 전시를 하기 위해 작업할 때 외에는 제 작업을 수강생분들에게 많이 노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제 작업을 보고 편견을 가지실 수도 있으니까요. 누구나 자기 안에 자기 스타일이 있는데 제 그림이 기준이 되지 않았으면 해서요." 

아뜰리에 뮤르뮤르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그림을 배우러 온다. 동네에 사는 주민, 학생, 직장인. 연령대와 성별도 다양한 편이다. 그림을 직업으로 삼지 않아도 여유 시간에 아뜰리에에서 붓을 잡는다. 
 

아뜰리에뮤르뮤르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한 번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얼마나 걸리나요?
"사람마다 작업 시간 차이가 아주 커요. 어떤 사람은 같은 그림을 열 번을 그려도 어려워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금방 그리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에게는 스케치북 만한 사이즈도 채우기 어려울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더 큰 그림을 만들어보길 원하기도 하시죠. 저는 웬만하면 처음 오시는 분들은 4회 안에 그림을 완성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고 해요. 그 시기가 넘어가면 그림에 금방 흥미를 잃을 수 있거든요.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자기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릴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요."

임혜지 대표의 아뜰리에 뮤르뮤르 공방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 모두를 환영한다. 아뜰리에 뮤르뮤르는 최근 동작문화재단과 동작 예술 공부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역 내 예술 교육을 활성화하고 예술 학습 기반을 조성해가는 프로젝트다. 아뜰리에 뮤르뮤르의 참여자들은 '아크릴화로 표현하는 나의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내 시선 너머로 보이는 창밖의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활동을 했다. 


파리 생활 접고 서울로 돌아온 이유

 

아뜰리에뮤르뮤르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대표님은 파리에서 공부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해외 생활은 어떠셨어요?
"학사를 프랑스 대학으로 편입해서 대학원까지 파리에서 나왔어요. 예술학교에서 페인팅 수업을 들었어요. 페인팅, 설치, 드로잉, 세라믹 등 다양한 걸 배웠죠."

-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어떠셨어요?
"어려웠죠. 우리나라랑 삶이 너무 다르니까요. 늘 이방인이어야 했고요. 갈 때부터 대학원을 졸업하면 우리나라로 돌아오고 싶었어요. 계속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네요."

- 왜요? 다들 낭만적인 도시라고 좋아하잖아요.
"프랑스에서 사는 건 어려운 일 같아요. 동양인 여자라는 신분이 프랑스에서 안전하지도 않고요. 프랑스가 위험하다는 게 아니라 제가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래요. 변수가 많은 나라라 스트레스가 많거든요. 반면 우리나라는 작업 환경이 정말 좋아요. 작업에 필요한 재료도 조금 더 쉽게 구할 수 있고, 작품 이동도 조금 더 수월한 편이죠."

- 왜 프랑스로 유학을 가셨어요?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 전에 여행을 먼저 했어요. 그때 참 매력적이었죠. 내가 미술책에서 보던 작품 원화를 가진 미술관이 거기 있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그림을 보고 그리는 게 좋았어요. 골목마다 있는 작은 갤러리며, 그곳에 모인 사람들도 좋았죠. 언어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었죠."

- 가서 살아 보니 여행할 때와 달랐나요?
"살게 되니 생각했던 것보다 자주 미술관에 가게 되진 않더라고요. 물론 예술한다는 게 우리나라보다 좀 더 열려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예술에 대한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거기서도 예술의 길은 어렵더라고요. 배부른 직업은 아니죠."

예술가가 바라본 사당동의 매력
 

아뜰리에뮤르뮤르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파리는 세계적으로도 낭만적인 도시로 꼽힌다. 그런 낭만적인 도시에서 돌아온 후에 사당동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사당동도 파리만큼 낭만적인 동네인 걸까?

- 프랑스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오신 후에 사당동에 자리를 잡으신 이유가 있으실 것 같아요.
"프랑스에 가기 전에도 사당에 머물 일이 많았어요. 꾸준히 사당의 역사를 지켜봐 온 셈이죠.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변하는 게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적절하게 섞이고 있고요. 예전에는 이동하는 사람만 있지 머무는 사람은 없는 동네였는데, 요즘은 젊은 분들이 사당으로 많이 이사를 오셔서 분위기도 바뀌었어요. 골목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도 매력이죠. 번화가는 빨리 움직이고 정신없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와도 꽤 조용하고 고즈넉하거든요."

임혜지 대표는 공방 선생님으로서 그림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 전에 작업을 하는 예술가다. 어떤 작업을 하는지, 작업과 교육을 병행하는 일이 어렵진 않은지 알고 싶었다.

- 전시도 하시는 걸로 아는데,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셨어요?
"올해 서울 수유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그로브라는 곳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지인을 많이 초대할 수도 없어서 제게는 기록 같은 전시였어요. 지금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그때는 그 상황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전시는 못 해도 일 년에 한 번씩은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요."
 

아뜰리에뮤르뮤르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예술가들은 생계를 위해 개인작업뿐 아니라 교육 사업도 병행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게 피곤하진 않으세요?
"네. 저는 공방을 운영하는 게 좋아요. 제 작업만 했으면 덜 행복했을 것 같아요. 전시를 하고 나면 약간의 허무함이 생기는데요. 수업을 하면 그 허무함들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서 수업을 하는 게 너무 좋아요."

- 수업 때문에 작업할 시간이 없어지진 않나요?
"제가 혼자 감당 못 할 만큼 수업을 많이 잡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균형을 맞출 수 있어요."

- 수강생들이 그림을 그릴 때 어려워하면 어떤 말씀 해주시나요?
"그림을 처음 그리러 오신 분들은 두려움을 많이 가지세요. 처음 흰 배경에 선 하나를 그릴 때도 이게 틀리면 어떡하지 초조해하시죠. 그럴 때면 그렇게 말씀드려요. 틀리는 건 없어요. 정답은 없어요. 유명 작가의 작품을 모작하더라도 그건 누가 그리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 다른 그림이 되는 것 같아요. 같은 그림을 그려도 디테일이 다르고 색감이 다르죠. 모두 완성으로 가는 길이에요.

처음 그린 선이 나중에 덧대어 완전히 없어지더라도, 그건 밑에 남아 있는 거지 없어져야 할 선은 아니거든요. 그것 자체가 그림이죠. 완성하려고 노력하실 때 완성이라는 개념 자체도 그리는 분이 내리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고 해요. 완성했으니 이제 끝내세요. 이런 말은 제가 하지 않아요. 그린 사람이 완성이라고 해야 그림은 완성인 거니까요."

-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코로나 시대에 각자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참 다양한 것 같아요. 이 시간을 이용해 평소에 못 해본 취미 하나를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취미는 꽤 추천해 줄 만해요. 만약 그 시작이 어렵다면 화실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아요. 코로나 시대에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로 그림 그리기는 매력적인 취미인 것 같아요. 평소에 고민하셨다면 한번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신림동쓰리룸 #아뜰리에뮤르뮤르 #관서동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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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서울시와 관악구의 청년정책을 수행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 현재 시설(관악구 신림동 241-22, 302)은 휴관 중이며 대부분의 지원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 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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