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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이렇게 반격할 줄은 몰랐을 거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태도 돌변한 언론-악플러들

등록 2020.10.29 18:24수정 2020.10.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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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한다면 조 전 장관을 만나 뵙고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선처를 부탁합니다."

최근 '안OO 정치연구소'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안아무개씨는 "조국 선생님께 불편함을 드린 점 사과합니다"라며 읍소에 가까운 글을 게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안씨가 조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하자, 안씨가 이른바 발 빠른 '태세 전환'을 한 것이다.

안씨가 오랜 기간 퍼트린 허위사실은 악의성이 도드라졌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자산관리인 김아무개씨와 관련된 내용이 특히 그랬다. 조 전 장관 측이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는 이 사건은 현재 방배경찰서가 수사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지난 7월 조 전 장관이 "서두르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하나하나 따박따박 진행할 것"이라던 '소송의 시간'이 3개월 넘게 이어지는 중이다.

최근엔 MBC 이아무개 기자를 모욕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바 있다. 이 기자는 지난해 4월 "조국 수석이란 자도 애꾸눈 마누라가 엄청난 부동산 기술자"란 취지의 글을 올린 바 있다. 그간 조 전 장관 측이 고소·고발한 굵직한 사건만 꼽아 봐도 이 정도다.

- <가로세로연구소> 김아무개 전 기자 불구속 기소
- 보수 유튜버 <월간조선> 우아무개 전 기자 징역 8개월 법정구속,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 후 출소
-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 4명 기소 의견 검찰 송치
- 채널A와 TV조선 현직 기자 명예훼손 형사 고소
-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
- <세계일보> 및 해당 기자 2명 명예훼손 관련 정정보도 청구 및 1억 원 손해배상청구
- "조국 딸 세브란스 피부과 방문 인턴 부탁" <조선일보> 보도 관련, 해당 기자 2인 및 사회부장, 편집국장 4억 손해배상 청구 및 형사 고소
- 펜앤마이크 기자 3인, 민·형사 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
- 문갑식(디지털조선TV), 공병호(공병호TV)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 고소
- 다수의 일간베스트 회원 및 유튜버, 블로거 등 형사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예정

3개월 넘게 이어지는 '소송의 시간'

지난 7월 소송의 시간을 선언하며 조 전 장관이 밝힌 원칙은 "'허위사실'(언론중재법상 '허위' 사실적 주장 포함) 보도·유포 및 심각한 수준의 '모욕'"이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비판적 '의견' 또는 조롱이나 야유는 거칠다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 보아 감수할 것"이라며 "이는 저의 학문적 입장"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이렇듯 '따박따박' 명단을 늘려가고 있는 조 전 장관. 이에 따라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와 검찰의 기소 여부 및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사건들도 늘어가는 중이다.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조 전 장관 측이 MBC 이아무개 기자를 고소한 것을 두고 지난 18일 "개인 페이스북 글마저도 형사 고소를 하는 건 쫌스러움을 넘어 집착이고 복수"라며 "공인의 권리 말고 공인의 품격을 지키세요"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과연 그럴까? 조 전 장관 측이 이어가고 있는 소송전이 과연 '공인의 품격'을 훼손하는 일일까?

우선 조국의 '데스노트'는 비교적 미미한 양이다. 반면 전무후무한 양이지 않았는가. 지난해 8월 이후 쏟아져 나온 조국 일가족 의혹 보도들 말이다. 주요 언론들이 참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튜버 및 블로거들이 부화뇌동했다. 그 가운데 허위보도 및 오보들이 적지 않았고, 악의적인 주장 및 허위 주장 역시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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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시가 최근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 병원 피부과 A교수를 만나 인턴 지원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한 기사가 '부정확한 기사'였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2020.8.29 ⓒ 조선일보 캡쳐

 
소위 검증이란 이름 아래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주장들이 난무했다. 그 중 법무부 장관의 자격을 묻는 검증들이 얼마나 됐는지, 실질적인 자격 검증에 앞서 인격살해라고 봐도 무방한 주장들은 얼마였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이런 일부 보도와 주장들이 조국 일가족을 범죄자 집단으로 만드는 한편 법무부 장관의 자격을 예단하게 만들진 않았는지 말이다. 그렇다면 품격을 지켜야 할 쪽은 누구인가.

명백한 허위와 심각한 모욕에 대해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조 전 장관 쪽인가. 아니면 '소송의 시간' 이후에도 "조국 딸 세브란스 피부과 방문 인턴 부탁"과 같은 명백한 오보를 내고 사과를 하는 언론이나, 형사 고소라는 '인생 실전'에 돌입하자 "선처를 부탁한다"며 태도가 돌변한 보수 블로거인가. 융단 폭격과도 같았던 언론 보도 중 이 정도 옥석을 가리는 것은 공인의 권리라기보다 시민 개인의 권리로 봐야 하지 않을까.

따박따박, 집요하게
 
1) 조국 일가가 금세 무너질 줄 알았을 것이고
2) 언론과 블로거, 유튜버 등의 막말, 모욕, 가짜 뉴스 등이 셀 수 없이 쏟아지니 "나 하나쯤이야" 생각했을 것이고
3) 당연히 이렇게 털면 범죄 사실이 뭔가라도 나올 줄 알았을 것이고
4) 이렇게 (조 전 장관 측이) 강한 맷집으로 견딘 후 (조 '반격의 시간'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 모든 건 저인망 수사를 통해 먼지털이 하던 검찰과, 그들의 일방적 주장인 공소장을 열심히 받아쓰며 망신주기 하던 언론, 이를 확대재생산하던 국민의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의 데스노트'를 정리 중인 황희두 민주연구원 이사는 28일 "(악플러와 언론 등이) 작년에 비해 달라진 게 확실히 느껴집니다"라며 그 요인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공감한다. 그만큼 조국의 반격은 집요하게, 일관되게 진행 중이고 그 효과도 확실해 보인다.

먼저 정부가 입법 예고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논의. 지난해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 전후로 쏟아진 언론보도를 접한 시민 중 일부는 일상처럼 여타 사안에도 '조국처럼만 보도해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중이다. 적지 않은 언론의 선택적 기준, 선택적 균형에 따른 보도를 질타하는 기준이 조국 일가족 보도가 된 탓이다.

그런 가운데 명백한 오보를 내거나 악의적인 허위보도를 일삼은 언론사에 대해 조 전 장관이 벌이는 소송전은 그간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일반인들에게도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 공산이 작지 않아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필요성까진 아니더라도 부당한 언론보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대라는 메시지 말이다.

'선처를 부탁한다'라는 보수 블로거의 태세 전환이 상징적인 것도 그래서다. 정치인에 대한 정당한 비판 또한 적절한 표현과 수위 내에서 이뤄져야 설득력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터. 악플 공화국으로 전락한 작금의 현실에 비춰 보면 조국의 행위가 일종의 경각심을 환기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명백한 허위보도나 오보를 내고도 반성조차 없는 언론사나 기자 개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조국 일가족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일련의 조국 일가족 재판 과정에서 부정과 부패, 도덕적 타락의 법정 증거로 제시한 것이 바로 압도적인 물량의 언론 보도였기 때문이다.

"조국 가족처럼 수사하라"

"그런데 마치 무슨 남편이, 제 검사 생활을 보면 결국 이쪽저쪽에 제가 정치적인 사건으로 워낙 공격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거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2012년 결혼 직후부터. 그래서 저희 집사람은 어디 가서 남편이 공무원이다, 검사라는 얘기도 안 합니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이 수사 중인 부인과 장모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한 답변 중 일부다. 윤 총장은 "제 처 일은 제 처 일이고 제가 무슨 제 처 일에 관여하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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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조국 전 장관과 일가족이 벌이는 '소송의 시간'이 "조국처럼 보도하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것과 같이, 수사 중인 가족 관련 의혹을 부인한 윤 총장을 향해서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국정감사 직후 KBS 최경영 기자는 자신의 페북에 '윤석열 국감'을 이 한마디로 정리한 바 있다. 이런 기준 역시 '조국 데스노트'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윤석열이 할 건 하나다. 너네 가족도 조국 가족처럼 수사해라. 그럼 다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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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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