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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진출 소감? 윤여정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여기는 BIFF] 영화 <미나리> 온라인 기자간담회

20.10.23 16:36최종업데이트20.10.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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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미나리> 관련 기자 간담회. 리 아이작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은 미국 LA 현지에서 배우 윤여정, 한예리는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 각각 자리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미국 사람이 보는 한국인은 우리가 보는 것과 굉장히 다르다. 제가 이 영화에 (배우와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유는 우리가 아는 우리의 모습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스티븐 연)

한국전쟁 직후 미국으로 떠난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가 미국을 감동시켰고,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영화 <미나리>의 온라인 기자 간담회가 23일 열린 가운데 작품 주역들이 저마다 그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는 연출자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실제 경험담이 바탕이 됐다. 미국 아칸소 지역 작은 시골에 한국 채소를 심으며 생계를 이어가려 했던 한 한국인 3대가 주축이 돼 그 과정에서 서로가 겪는 내적 갈등과 화해를 그리고 있다. 

이민자의 정서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대본을 쓸 때 윌라 캐더의 <마이 안토니아>라는 책 영향을 많이 받았다. 농장에서 살던 경험을 쓴 책인데 자신 기억에 진실하게 다가가려 한 게 인상적이었다"며 "저 역시 1980년대의 기억을 떠올리며 순서를 짚어가며 진실하게 이야기에 다가가려 했다. 영화에 나오는 많은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 운을 뗐다.

영화엔 부부인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 이들의 두 자녀 그리고 모니카의 요청으로 한국을 떠나 뒤늦게 합류한 외할머니 순자(윤여정)가 등장한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대본 작업 이후 각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대사를 수정해가며 개성을 입혔던 사실을 전했다. 
 
실제로 캐나다 이민 가족이면서 미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스티븐 연이 이야기에 큰 공감을 느낄 법했다. 스티븐 연은 "제 삶 역시 영화 속 경험과 비슷하다. 이민자의 삶이라는 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기에 감독님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다"며 "한국과 미국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빈공간에 껴 있는 느낌을 많이 받곤 했다. 그래서 가족이 더욱 끈끈해질 수밖에 없는데 영화에서도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미나리> 관련 기자 간담회. 리 아이작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은 미국 LA 현지에서 배우 윤여정, 한예리는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 각각 자리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제 아버지가 제이콥과 많이 닮아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있잖나. 이런 걸 추구하면서 살아가신 아버지를 이 영화 덕분에 더 이해하게 됐다. 저도 지금 남편이자 아버지다. 영화 이후 많은 걸 배우게 됐다. 또 윤여정 선생님과 한예리씨와 작업하면서 제가 보지 못했던 심오한 이야기를 이해하게 됐다. 이민자를 대표한다기보단 제이콥만의 특징을 생각하며 연기하려 했다." (스티븐 연)

설정상 스티븐 연은 영어를 어눌하게 하는 1세대 이민자였어야 했다. "이창동 감독님의 <버닝>을 했을 땐 단조로운 톤으로 한국어를 하는 거라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이번엔 일상적인 한국어를 하려니 무섭기도 했다"며 그는 "촬영 때 윤여정 선생님께 도움을 호소했고, 아니나 다를까 첫날부터 선생님이 (애정어린) 호통을 치시며 많이 알려주셨다"고 유쾌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감독이 쓴 대본은 한 스태프가 일상어로 수정을 거듭했고 여기에 배우들이 머리를 맞대서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다시 대사를 수정했다. 특히 윤여정은 현장에서 자신의 스태프와 함께 현장 식사를 신경 쓰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끈끈했던 배우들

음식을 직접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윤여정은 "여울(스태프)이라는 친구가 거의 전담했다. 난 설거지를 많이 했지 밥을 하진 않았다"고 재치 있게 답하면서 "크레디트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은 무수한 사람들이 역할을 해줬다. 우리가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보다 이런 걸 더 써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예리 또한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라고 국내 몇몇 매체가 표현한 것에 "시골에서만 촬영했지 할리우드에 가보지도 못했다. 그런 기사가 나서 부담이었다"며 "(예산이 적은 만큼) 윤여정 선생님이 첫날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하셨다. 정말 재밌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여정은 "다들 고생이 많았는데, 돈 아끼려고 한 집에서 살았다. 스티븐 연도 매일 밥 먹으러 빨래하러 왔다"며 "우리 모두 가족이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에 이어 오스카 주요 부문 후보로도 거론되는 분위기에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선댄스 수상 때 굉장히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지만 행복했다"며 "아주 작은 시골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관객분들이 각자의 삶에 연결지어 느낀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한국적 이야기로 일반 미국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드라마나 가요 또한 그런 흐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제목에 대해서도 "글을 쓸 때부터 <미나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할머니가 가족을 위해서 심은 건데 그의 사랑의 잘 녹아있는 대상이었고, 그 감정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영화 <미나리>의 공식 개봉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주시하며 몇몇 배급사와 소통 중이다. 배우 브래드 피트와 스티븐 연이 프로듀싱에 참가한 작품이기도 하다.
 

23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미나리> 관련 기자 간담회. 리 아이작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은 미국 LA 현지에서 배우 윤여정, 한예리는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 각각 자리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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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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