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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은 초밥 안 먹나요?" 조카의 돌직구 질문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우리의 바다가 걱정됩니다

등록 2020.10.23 10:20수정 2020.10.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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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인 피루를 처음 만났을 때 녀석은 5살이었다. ⓒ pixabay

 
조카인 피루를 처음 만났을 때 녀석은 5살이었다. 아이랑 어떻게 놀아야 할지 전혀 몰랐지만, 해답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내가 피루를 안고 들어 올리자 피루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좋았지만, 내 팔이 떨리고 있었다.

"이모부 힘들어. 피루 인제 그만."

처형의 말은 단호하지 않았고, 잠시나마 육아에서 해방된 듯한 안도의 표정이었다. 나는 비루한 팔 근육으로 피루를 가끔 볼 때마다 들어 올려주곤 했었다. 그런 내가 갸륵했는지 피루는 나의 뺨에 뽀뽀해주며 나의 분발을 촉구했다.

피루의 비범함을 느낀 건 피루가 초등학교 입학 후였다. 나는 오랜만에 피루를 번쩍 들어 올려 반갑다는 표현을 했다.

"오! 우리 피루가 벌써 초등학생이야!"

그런데 피루가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표정이었다.

"저 이제 어린애 아닌데요? 초등학생인데요."

머쓱해진 나는 피루를 살포시 내려놓았다. 근육통에서 해방되었다는 안도감과 녀석이 훌쩍 자라버린 것에 서운함을 함께 느꼈다.

세심하고 자상한 피루의 '직언'

피루는 삼형제 중 막내이다. 말수가 적은 아빠와 아빠를 닮은 두 명의 형들의 몫까지 최선을 다한다. 처형이 미용실에 다녀오고, 새 옷까지 입은 날에도 피루만이 엄마의 변화를 알아챈다.

"우리 엄마 이쁘다!"

고등학생이 된 큰 형이 공부 문제로 엄마에게 꾸중을 들은 후, 자기 방문을 격렬하게 닫고 들어가 버렸을 때도 피루의 비범함은 돋보였다.

"엄마! 나는 고1이 되면 열심히 공부할게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다 친구가 뜨거운 물을 피루 팔에 엎질러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는 내내 친구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상남자'이기도 하며, 엄마와 외할머니의 전화 통화를 흘려듣지 않고, 다음날 외할머니의 검사 결과를 물어보는 세심한 남자이기도 하다.

어떤 날은 하굣길에 헬스장 전단지를 10장씩 받아 왔다고 한다.

"이걸 뭐 하러 10장이나 받아왔어?"
"날이 이렇게 추운데 어떤 할머니가 이걸 돌리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 할머니에게 10장 달라고 했어. 그래야 할머니 일찍 퇴근하시지."


처형은 세 번째는 반드시 딸이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피루라서 감사한다고 한다.

피루는 때로는 어른들에게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NO재팬 운동이 한창일 때, 집안 곳곳의 일본 제품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나도 피루네 집에 놀러 갈 때는 옷 상표를 힐끔 확인하게 된다.

NO재팬을 열띠게 외치던 피루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피루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가 빼빼로였기 때문이다.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며 시름시름 앓아 가는 막내아들을 위해 처형이 나섰다.

"엄마가 사주는 거니까 피루는 먹어도 돼. 다 엄마 잘못이야."

피루의 한 손엔 빼빼로가 들려 있었다고 한다.

"거 정치를 좀 대승적으로 합시다"
 

장모님 생신날 식사를 하던 자리였다. 나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계획에 대해서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일본 정부에 보내는 청원서를 통해 지금 "후쿠시마 저장 탱크에는 암을 유발하는 스트론튬을 포함해 120만 톤이 넘는 고준위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의 방류 계획은 태평양은 물론이고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이다.

이때 피루가 작은 눈을 부릅뜨며 나에게 물었다.

"왜요? 자기들 바다도 오염되잖아요! 일본 사람은 초밥 안 먹어요?"

모두들 웃었지만 나는 소고기보다 생선을 좋아하는 피루의 진심 어린 걱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레타툰베리 전세계 청소년들의 기후 결석시위를 이끌어낸 기후활동가 그레타툰베리. ⓒ 그레타툰베리 인스타그램

 
어른들의 어리석은 행태에 분노하는 어린이는 비단 피루만이 아니다. 2019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오른 최초의 10대이며 노벨평화상 후부에도 오른 스웨덴의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UN 연설에서 피루와 같은 심정으로 아래와 같이 외쳤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린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오로지 돈과 동화 같은 경제성장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임대인인 어른들은 피루와 툰베리 같은 임차인들의 골칫덩어리다. 그중 제일 문제가 힘과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이다.

나는 피루와 조카 아정이에게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을 물려주고 싶다. 세상의 어린이들을 대신해 이 아저씨도 일본 정치인들에게 한마디를 해본다.

"거 정치를 좀 대승적으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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