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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재계약설, '토트넘 레전드'와 '빅클럽 도전' 사이

[주장] 2023년 6월까지 계약돼 있어... 여러 요소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20.10.22 11:33최종업데이트20.10.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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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하는 손흥민. ⓒ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이 2020-21시즌 초반부터 절정의 활약을 펼치면서 소속팀과의 재계약 여부가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3년 6월까지 계약이 되어있으며 주급은 현재 15만 파운드(약 2억 2000만 원)로 해리 케인, 탕귀 은돔벨레에 이어 팀 내 3위로 알려져다.

손흥민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계약을 3년 연장한 바 있다. 당시 손흥민이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유럽무대에서의 선수생활 지속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토트넘 입장에선 과감한 결정이었다. 결국 손흥민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군면제 자격을 얻으면서 주가가 더 폭등했다, 일찌감치 손흥민의 미래 가치를 감안하여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장기계약으로 묶어둔 토트넘의 결단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올시즌 손흥민이 각종 대회에서 벌써 8골을 터뜨리며 '커리어 하이'를 기대할 만큼 상종가를 기록하자 다시 재계약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토트넘으로서는 아직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이번에도 한 발 앞선 타이밍에 핵심 선수를 확실히 지켜내는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 마케팅의 가치 등까지 고려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만일 재계약이 이뤄진다면 손흥민의 주급과 팀내 대우가 간판스타인 케인 수준까지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협상의 달인'으로 꼽히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팀 내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는 선수는 계약 기간이 2년 이내로 남은 상태에서 장기 계약을 체결하든지, 아니면 조기에 이적을 시켜서 최대한의 이적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전자가 해리 케인이나 손흥민이라면, 후자는 가레스 베일(2013년 레알 마드리드)이나 카일 워커(맨시티)의 사례에 해당한다.

여기서 예외적인 사례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밀란)이다. 토트넘은 주가가 높아진 에릭센과 제때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결국 6개월 만료를 앞둔 시점에 최소한의 몸값으로 어쩔 수 없이 이적을 허용해야 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손흥민은 레비 체제의 토트넘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핵심 선수로 인정받고 있으며, 에릭센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손흥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조건의 대형 계약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만 할까. 손흥민에게 이번 계약 여부는 '선수로서의 가치가 정점에 도달한 상황'에서의 마지막 대형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커리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결국 '영원한 토트넘의 레전드'로 남을 것인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최후의 가능성'을 남겨놓느냐의 문제로도 요약된다.

손흥민은 EPL 통산 236경기 동안 93골 51도움을 기록하면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넘어 조제 모리뉴 체제까지 붙박이 주전으로 중용되고 있으며, 팀의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진출(2018-19)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미 지금까지 활약만으로도 토트넘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레전드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프로 데뷔 이래 우승 트로피가 단 한 개도 없다는 게 옥에 티다.

손흥민은 1992년생 28세로 약 석달 후면 한국 나이로는 벌써 서른이 된다. 손흥민이 2023년까지 토트넘과 계약기간을 다 채우거나 그보다 계약을 연장하게 된다면, 곧 축구선수로서의 최전성기(20대 중후반-30대 초반)을 모두 토트넘에 바친다는 의미가 된다. 이미 리그 적응을 완료하고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현 소속팀에서 안정적으로 축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우승보다 수익성'을 더 강조하는 토트넘 구단의 운영 철학을 고려할 때 트로피를 얼마나 들어올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토트넘에는 올해가 우승에 도전할 적기로 평가된다. 토트넘은 비록 지난 시즌의 부진으로 챔피언스리그 무대는 밟지 못하게 됐지만 대신 유로파리그와 프리미어리그, 각종 컵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조제 모리뉴 감독은 전임 포체티노와 달리 우승청부사로의 성향이 더 강한 지도자다. 토트넘은 몇 년간에 걸쳐 가레스 베일를 비롯하여 레길론-비니시우스-호이비에르 등을 영입하며 올시즌 우승에 도전할만큼 알찬 스쿼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시즌 리그 빅4 재진입과 유로파리그 우승여부가 토트넘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으로 고려해야할 부분은 손흥민에게 현실적으로 지금의 토트넘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손흥민이 토트넘과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토트넘보다 위상이 더 높은 구단이나 우승 가능성이 확실히 높은 '빅클럽으로의 이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손흥민의 가치를 감안할 때 유럽 상위 5대 리그를 기준으로 매년 우승에 도전하며 챔피언스리그에도 꾸준히 출전할 수 있을 정도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빅클럽은 그리 많지 않다. 이른바 '레바뮌'으로 불리우는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 EPL의 강호로 꼽히는 리버풀과 첼시, 맨체스터 시티, 각각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유벤투스와 파리 생제르맹 정도다. 이외의 클럽들은 손흥민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현재의 토트넘보다 전력이나 위상이 크게 낫다고 보기 어렵다.

기량으로 봤을 때 손흥민은 이제 유럽의 어떤 빅클럽에 가더라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흥민의 나이나 전성기를 감안하면 토트넘보다 더 높은 수준의 빅클럽 진출은 현설성을 고려할 때 이미 시기적으로 늦은감이 있다. 유럽 5대리그의 우승권 강팀들은 대부분 손흥민의 동포지션에서 그와 비슷하거나 더 어린 연령대(살라-마네-음바페-네이마르-아자르-그나브리-스털링 등등)의 검증된 대형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어린 유망주들을 찾는데 주목하고 있다. 비유럽권 아시아 선수인 손흥민은 영국과 독일을 제외하고 다른 리그에서는 다시 새로운 문화와 언어에 적응하는 문제나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 외국인 선수 영입제한 규정 등도 고려해야한다.

리그의 위상이나 인기만 따져도 현재 EPL은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힌다. 소수의 강팀들이 오래 장기집권하고있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독일 리그의 경우 설사 강팀으로 가서 우승트로피를 얻는다고 해도 큰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스페인은 전통의 양강인 레알과 바르셀로나가 세대교체 과정에서 어수선한 혼란기를 겪고 있다. EPL 내에서 선택지를 찾는다면 리버풀이나 맨시티 등이 토트넘보다 우승권에 더 가까운 팀이지만, 이들은 손흥민을 필요로 할 만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승이 선수의 커리어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기준은 아니다. 손흥민은 비록 차범근이나 박지성같이 우승경력은 아직 없지만,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럽축구 역사상 최고의 아시아 선수'라는 반열에 올랐다. 토트넘은 아직 빅클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높은 팀이고, 손흥민이 그 과정에서 구단을 '신흥 명문'으로 이끄는데 기여한 레전드로 남는다면 오히려 우승트로피 1~2개보다도 더 인상적인 업적으로 축구계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손흥민으로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두루 고려하여 토트넘과의 재계약 여부와 시기를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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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계약기간 토트넘홋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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