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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기본소득, 옥천에서 새바람 퍼져 나갈까

[월간 옥이네 10월호]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옥천 Too '청소년 기본소득 정책토론회'

등록 2020.10.28 08:44수정 2020.11.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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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위원장 박형용)가 지난 9월 22일 '청소년 기본소득 논의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월간옥이네

 
나 또는 가족의 재산이 얼마든 상관없이, 일하지 않아도, 아무 조건 없이 모든 시민에게 국가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한다면 어떨까?

'공산주의 국가에서 나올만한 소리'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이미 우리는 비슷한 돈을 받은 경험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5~8월까지 약 14조2천억 원 규모로 진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그것. 물론, 가구당 지급된 것이라 '모든 시민에게' 지급한다는 기본소득의 취지를 충족하진 못했다.

이런 가운데 충북 옥천의 청년 모임 Too가 '지역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계획했다. 서울시 청년허브가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옥천 사회적기업 고래실이 실험의 실무를 돕는다(관련기사 : 전교생에 20만원... 옥천에서 청소년 기본소득 첫 실험).

이들의 실험 소식을 들은 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위원장 박형용)가 지난 9월 22일 '청소년 기본소득 논의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며 이에 대한 지역사회 공론장을 마련했다. 몇몇 청년이 십시일반 재정을 모아 진행하려던 실험이 여러 단체의 도움으로 실현되고, 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주최의 정책토론회까지 이어졌다는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토론회에는 지역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져 실제 정책 입안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옥천군 김재종 군수는 "옥천군은 도 최초로 전 군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학생들에게도 전국 최초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며 "'청소년 기본소득'이 아직은 낯선 용어이지만 옥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하며, 이번 토론회가 우리 청소년을 위한 정책적 모티브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에게라도 조기 실행해야"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옥천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본소득이 공론장에서 다뤄진 것이 아주 신선했고, 새로운 장르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한 옥천군의회 임만재 의장은 "한국에서는 새로운 의제가 나오면 선행 지자체가 있는지 따지기 바쁜데, 지자체에서 조례가 먼저 나오고 법률이 생길수도 있다. '무상급식' 같은 사례가 그것"이라며 "당장 옥천군 전체 청소년에게 시행하기 어렵다면 학교밖청소년 등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에게라도 조기에 실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처럼 재정적 이유로 기회를 상실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기본소득으로 청소년이 자기 의사결정권을 갖고 책임감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충청북도의회 이숙애 의원 역시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많지만 실천 사례는 거의 없었는데 옥천에서 이런 실험을 한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청소년이 자신에게 할당된 고정적 소득을 자율적으로 소비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방송국에 촬영을 제안했을 만큼 이번 실험에 대해 기대가 크고 도의회 차원에서도 청소년 기본소득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실험의 성과가 전국적으로 좋은 모델이 될 첫 번째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박형용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경제 불균형과 양극화로 벌어진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이런 일에 대해 사회적 의제를 던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Too의 안내중학교 실험이 끝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추후 상임위 위원들과 논의를 거쳐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며 "청소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고 경제적 주체가 될 수 있는 학습 과정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 청년허브 백희원 연구협력실장과 옥천 청년모임 Too의 박누리씨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이어진 지역 주민 토론회는 박형용 도의원이 좌장을 맡고 ▲ 박미성(옥천군 평생학습원 청소년팀 학교밖청소년 담당) ▲ 최서영(옥천고등학교 학생) ▲ 오종란(옥천군학부모연합회장) ▲ 강백두(안내중학교 학생) ▲ 이해수(옥천 청년모임 Too) ▲ 이용수(옥천군의회 행정운영위원회 위원장) 의원이 참석해 청소년 기본소득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청소년을 보호자에 종속된 존재로 여기고 하나의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이날의 토론은 청소년을 자주적 시민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확산하는 의미도 있었다. 

[전문읽기] "옥천군 남는 예산이 500억, 청소년 기본소득 예산은 17억"

글·사진 소혜미
월간 옥이네 2020년 10월호(VOL.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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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옥이네 2020.10

월간 옥이네 편집부 (지은이),
월간옥이네(잡지), 2020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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