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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악열차로 100년 먹거리? 경제적으로도 터무니없다"

[지리산 활동백과] 지리산 산악열차에 반대하는 사람들① 최지한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

등록 2020.10.25 15:13수정 2020.10.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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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는 지리산권 지역에 필요한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들과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민간 지원단체로, 아름다운재단과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소 3년차를 맞아 지리산권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 모임, 공간, 네트워크를 소개하는 글을 싣습니다.[편집자말]
최근 경남 하동의 어느 골짜기에서는 생태적 삶의 방식을 찾는 이들이 모여 '지리산 게더링'이라는 이름으로 몇 차례 워크숍과 캠프가 진행됐다. 이 '지리산 게더링'은 일회용품과 화석연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순환 가능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캠프를 추구한다. 그곳을 함께 다녀온 사람들이 말하길, '그곳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들이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었다'고 했고, '생태적이고 평등한 그곳의 문화가 불편하거나 이상하지 않고, 즐겁고 당연할 수 있구나'를 배웠다고 했다. 

한편, 최근 하동군은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는 후손들이 100년, 200년 먹고살 수 있도록 스위스의 융프라우 산악열차처럼 지리산에도 산악열차를 운행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산악열차와 모노레일, 관광호텔을 비롯한 문화시설과 편의시설 등을  조성하겠다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의 총사업비는 1650억 원에 달한다. 이보다 먼저 남원에서도 지리산 산악열차를 추진하려다 8년 동안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실패했고, 지리산을 둘러싼 구례, 함양, 남원, 산청에서는 서로 앞다투어 모노레일,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같은 지리산을 두고, 어떤 이들은 '어머니의 산, 지리산을 그대로!'를 외치고, 어떤 이들은 '알프스보다 멋진 지리산, 산악열차 만들어 1000만 명 오는 세계적 명소 만들자!' 하고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지리산 앞에서도 끊임없이 개발, 성장으로의 상상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다행이라 하기는 뭣하지만, 지리산 권역의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모여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대책위')를 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하동을 찾았다.

"여기는 7번째로 이사 온 집이에요. 5년째 이 집에 살고 있어요."

이 마을 제일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반듯하고 정겨운 집으로 초대받았다. 슬레이트 지붕에 마루가 있는 오래된 집이지만 알뜰살뜰 돌본 티가 났다. 그곳에서 최지한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죽세공예하던 그는 어쩌다 집행위원장이 됐나
 

산악열차 반대행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지리산미안해' 프로젝트의 산 모양 핸드사인을 하고 있는 최지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20대에 특별한 생각 없이 왔어요. 살아보니까 계속 살기 좋더라고요. 죽세공예가 좋은 점은 저기 저 책장 한 켠에 있는 연장이 다라는 거에요. 담양에서 선생님 옆집에 살면서 일하고 배웠어요."

특별한 이유 없이 하동에 오게 됐는데, 하동의 맛을 알아가며 살아온 세월이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는 담양에서 배워온 죽세공예로 밥벌이를 하고, 때에 따라 건설 현장과 농가 등에서 필요한 일손을 보태거나 산림 조사 일을 하기도 한다. 단순명료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는 그가 어쩌다 반대대책위의 집행위원장까지 맡게 됐을까.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 하겠지? 언젠간 하겠지? 하면 안 되는데...'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어요. 보도자료가 나오긴 하지만 굳이 찾아서 보는 사람은 잘 없잖아요. 관련된 분야에 있는 교수님께 물어보곤 했어요. 산악열차 정말 놓이는 거 아니냐고. 교수님은 현행법상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씀하셨고, 안심하고 있었지요." 

걱정은 있었지만, 현행법상 가능한 일은 아니라 하니 조금은 안심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 5시, 막연했던 걱정이 선명한 현실로 눈앞에 드러났다. 교수님이 '상황이 달라졌다'며 첨부파일을 보탠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담긴 회의 자료였다. '어, 큰일 났네?' 

"지난 2014년 하동에서 회남재 숲길 걷기대회를 처음 열었는데 3000명이 참가하면서 대성황을 이뤘거든요. 군수님이 그 자리에서 하동을 대한민국의 알프스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무지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던 사업이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어요. 사업 내용은 물론 같습니다만." 

윤상기 하동군수는 당시 '대한민국의 알프스 하동을 만천하에 선포합니다. 더 큰 하동 더 새로운 하동으로 뛰어넘겠습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더욱 넘치는 포부로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추진시키기 위해 힘써왔다고 한다. 

"정부나 경상남도를 상대로 계속 노력을 하셨죠. 그분 나름대로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정부와 경상남도로부터 인정받았어요. 긍정적인 논의가 되던 중에 코로나19가 왔죠.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국가관광전략 회의' 같은 것들이 활발히 진행되는데, 산악관광활성화가 의제로 채택되었어요.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거고, 저희로서는 불행이 시작된 거죠."

"상생 조정기구인 '한걸음 모델'을 적용하는 시범 사업으로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에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발생한단 말이죠.

그러니 그런 데서 오는 시행착오를 하동에서 미리 겪어보고, 그것을 토대로 특별법을 제정해 전 국토를 대상으로 적용이 될 때는 이해관계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예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도 걱정이지만, 이 특별법은 정말 더 무서운 거예요. 지리산 산악열차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지리산을 둘러싼 다른 지역에서도 너도나도 케이블카 설치하려고 할 거예요. 전국의 산림들도 무차별적으로 개발될 여지가 생기고요."


왜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만 기재부에서 진행할까

박근혜 정권 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제안한 산악관광활성화 정책이 받아들여지면서 산림규제완화 계획이 세워졌는데 거기에는 산림 민영화, 초지 개발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때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한창 화두에 올라있었다. 

"그런데 2016년 겨울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됐잖아요. 그래서 묻혀버렸어요. 그러다 정권이 바뀌고, 이런 사업들이 흐지부지되거나 실패로 돌아갔죠.  그런데 이번에 다시 너무나 비슷한 문구로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니까... 전경련과 연관된 집단이 다시 이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은 아닌지 추측하는 거죠. 국가관광전략 회의에서 논의된 관광산업활성화와 관련된 의제 대부분이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인데, 산악관광활성화 정책 중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만 유독 기획재정부에서 맡아 진행하고 있어요. 이 정도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지 않나요?

산악관광활성화정책과 관련한 배경과 목적, 목표를 설명할 때 쓰이는 주요 수치 중 하나가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 수치예요. 이 정책과 관련해서 작성된 '관광산업 규제혁신 추진방안'이라는 서류에서는 우리나라 산지 면적이 64%라고 하더라고요.

이 수치는 2014년 전경련에서 정부에 제안한 '산악관광활성화를 위한 정책건의'에 인용된 수치와 같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산림청 통계를 들어가면 이미 산림면적은 2015년에 벌써 63.2%로 줄었거든요. 산악관광활성화 정책 입안자들이 정책을 만들어낼 때 이런 기초적인 자료 확인 절차도 없이, 그냥 복사해 붙여넣기로 만든 문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이건 아니지 않나요? 이렇게 허투루 만든 정책이 혁신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놀랍죠." 

 

참고자료와 함께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짚고 있는 최지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하동은 이미 다른 사업을 해서 빚을 많이 떠안게 생겼고, 이자도 매년 있어요. 올해 10월 25일이 450억 원 상환 기한이고, 2021년 5월에는 1810억 원이라는 더 큰 금액의 상환기한이 예정돼 있어요. 상환하지 못할 경우 하동군은 채무의 전액을 상환할 때까지 매년 139억 원의 이자를 감당해야 하고요. 군 단위에서 2260억은 말도 안 되는 빚이잖아요."

지리산 산악열차를 반대하는 큰 이유 중 두 번째는 경제적으로도 터무니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문경 단산과 함양 대봉산 모노레일이 그나마 비슷한 조건으로 생겼는데, 문경 단산 모노레일은 개통 직후에 열차가 멈추고 후진하는 사고가 났어요. 그래서 사고를 대비해 비상계단을 설치했는데 이 부분은 처음 이 사업을 계획할 때 없던 지출인 거에요. 또 그걸 설치하다가 모노레일에 작업하시던 분이 치이는 사고가 있었어요. 그래서 운영이 중단됐고요. 함양은 개통하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코로나19에 따른 밀집시설 이용 제한으로 폐쇄돼 있어요. 그리고 다른 지역의 비슷한 유형의 시설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10~50%까지 줄었어요."

조건이 전혀 달라서 타 지역의 모노레일과는 비교하기도 애매하지만, 케이블카나 모노레일로 큰 수익을 벌어들인 국내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산악관광 시설을 운영하는 업체의 대부분은 수익이 나더라도 적자나 겨우 면하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경제성 분석이라는 것 자체가 무슨 문제가 있냐면, 공사를 하면 임금을 주고, 임금을 받은 노동자들이 소비하며 국가 또는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거잖아요. 이건 공공 개발로 인해서 집행된 모든 돈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다 돌아갔을 때만 성립되는 거거든요. 하동이나 우리나라 안에서요. 그리고 그게 온전히 소비로 이어져서 순환된다는 전제로 경제성 평가를 하지만 지금처럼 경제가 불안할 때 사람들은 소비보다 저축을 많이 하거든요.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변수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경제성 평가를 하는 거예요.

또 하나의 문제는 비용편익 분석인데, 비용은 항상 고정돼 있어요. 인건비, 재료비, 운영비로요. 편익 부분이 문제예요. 교통혼잡유발지수와 같이 '편익'에 추가하는 항목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요. 평가 방식이 잘못되어 있다는 거죠.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방법이긴 한데, 비용편익 분석을 할 때 기후변화나 탄소배출 등을 꼭 넣게 돼 있어요. 편익이 어마어마하게 크지 않은 이상은 사업이 불가능하죠." 


그는 지리산 산악열차를 막아내기 위해 두꺼운 경제 서적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집한 문서 등을 읽어가며 본업도 미뤄둔 채 본의 아니게(?) 열띤 공부를 하게 됐다.

"이런 문제에 접근할 때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산악철도 전문 서적을 엄청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가 결국 경제학까지 공부하게 됐어요.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사업인지 알 거예요."

지금 그는 한창 대바구니를 만들고 산에 버섯을 따러 다닐 시기지만 최근에는 군청에 드나들고, 대책위 회의를 하고, 온갖 자료를 분석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는 데까지 하는 거예요. 결과가 나쁘면 마음이 너무 안 좋으니까, 결과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거예요." 

"반대만 하다 죽고 싶지 않은데... 이게 잘하는 일인가 싶어요"
 

집으로 직접 찾아가 만난 최지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처음에는 1650억으로 차라리 다른 걸 했으면 좋겠다고, 응급실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동에는 응급실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미 누리고 있는 게 많아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경제적 이익은 철강 제품, 전자제품, 반도체, 선박에서 나오고 있잖아요. 그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자원이 남반구 저개발국가에서 온다는 거죠. 그들의 희생을 전제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잖아요. 그러니 나는 이 돈을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이 빚을 어떻게 갚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기후변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처음에 산악열차 소식을 듣고 반대 운동을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반대 운동을 하는 건 좋은데, 자료를 출력한답시고 2000장이 넘는 종이를 소비하고, 현수막을 제작하고, 회의하러 모이고, 소비하게 되잖아요. 기후변화 극복하자고 하면서 소비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열흘을 고민했어요. '반대 운동을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일까?' 지금도 이 일로 서울에 왔다 갔다 할 일이 있는데, 이게 과연 잘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고요." 


대책위는 코로나19와 무분별한 개발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과학자가 인정한 사실이라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도 모자랄 훌륭한 산림에 관광시설을 개발하려 하는 시도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해왔다. 그런데도 지리산을 끊임없이 개발하려는 사람들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기만 한데, 최지한 집행위원장은 반대 운동에 쓰이는 종이와 연료만으로도 빚진 마음을 느끼며 지리산 산악열차를 막아내고 있다. 지역 문제를 논할 때 꼭 빠지지 않고 듣는 말, '외지인', '외지 것들'이라는 텃세(?)도 겪어가면서 말이다.

지리산 산악열차를 공약으로 내세운 어느 국회의원은 지리산은 모두 함께 공유해야 하고, 그러니 산악열차로 더 많은 이들이 즐기게 해야 한다던데, 정작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14년 차 하동 주민 최지한 집행위원장이 '외지인은 빠져라' 하는 말을 들어야 하는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문제 역시 산악열차 문제만큼이나 곰곰이 생각해볼 만하다. 

최지한 집행위원장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니, 이제 내 물음은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이들에게 가 있었다.

반대를 무릅쓰고 끝내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결국 우리 지구 생태계 모두가 지고 마는 것 아닐까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는 100년 먹거리가 아니라 100년 후회 거리가 되지는 않을까요? 여러분이 내다보는 100년 후는 정말 풍요로운 사회일까요? 지금 '더, 더 개발하자!' 하는 그대들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는 그만 개발해도 좋겠다.' 하는 때가 정말 올까요? 

글 | 푸른
사진 | 임현택
기획/진행 | 누리

Author 푸른
내 이름도 별명도 살고 싶은 모습도 '푸른'. 나는 따뜻하거나 뜨거운 사람. 
어린이의 벗 되어 살고 싶다. 어린이 해방을 꿈꾸며 산청에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홈페이지와 아름다운재단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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