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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이 풍경이라니, 5성급 호텔 안 부럽습니다

운악산 풍경 보며 하룻밤... 빠져나올 수 없는 가을 캠핑의 매력

등록 2020.10.20 15:24수정 2020.10.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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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명당자리 저 앞이 운악캠프의 명당자리입니다. ⓒ 전형락


차박, 글램핑, 캐러밴 등 여러 형태의 캠핑이 유행인 시대. 한 달 전 예약해 두었던 캠핑 장소를 찾았다.

어린 시절 달랑 텐트 하나 믿고 떠났던 야영이 아니라 산속 추위에 대비해 침낭과 따뜻한 옷가지, 세끼 먹을거리에 각종 장비 등 꼼꼼한 준비는 필수다. 도착한 곳은 운악산 밑자락에 작고 예쁜 저수지를 품고 있는 캠프운악.


일행보다 먼저 도착한 나는 캠프장을 한 바퀴 둘러본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저수지 쪽은 그 풍경이 아름다워 예약이 가장 먼저 매진된다는 게 관리인의 설명이다. 넓은 캠프장과 호젓한 분위기의 작은 캠프장, 그리고 숲 사이사이 트램펄린이 설치된 구역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듯하다. 

가족들의 쉼터를 능숙하게 지어가는 아빠의 망치질, 비누 거품 놀이에 빠진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의 미소.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이보다 평화로운 풍경이 있을까. 

산속의 밤은 점점 깊어 가고

우리는 관리 요원의 안내로 열 체크와 접수를 마치고 배정받은 위치에 짐을 옮긴다. 텐트 사이 거리는 여유롭고 개수대와 화장실, 샤워장이 완벽해서 오성급 호텔이라 불릴만하다. 캠핑 사이트마다 전기 콘센트가 갖추어져 충전과 난방 및 조명, 전기장치를 사용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텐트, 그늘막, 테이블, 화로대 등 처음 접해보는 캠핑 장비는 마치 레고를 조립하는 듯한 재미를 줬다. 어렵지 않았으나, 완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낯선 곳에 집 두 채의 주인이 되었다. 식사 때가 되어 모든 요리를 품을 것 같은 무쇠 철판을 달구기 시작했다.


식사 후 한가롭게 캠프장 나들이를 나서니, 어느새 해는 저물어 간다.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캠프파이어. 잘 갖춰진 화로에 가지런히 세운 장작을 태우며 불꽃을 감상한다. 흘러나오는 지난 시대의 가요를 작게 흥얼거리며 지나간 청춘의 감정을 다시 소환해 본다.
 

캠프파이어 캠핑의 하일라이트는 밤에 펴놓은 장작 불이죠 ⓒ 전형락

 
산속의 밤은 점점 깊어 가고 떨어진 기온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텐트 속 테이블로 이동한다. 맥주 한잔과 나누는 소곤소곤 대화는 자정까지 이어진다. 

이제 잠잘 시간, 미리 연결해둔 전기장판에 온기가 전해지고 그 위 펼쳐놓은 침낭에 들어가니 지난 하루의 피곤함으로 바로 잠에 곯아떨어진다.

주위 인기척에 한 명 두 명 부스스 눈을 뜨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주변 청소를 한다. 캠퍼들은 작은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는다.

공들여 만든 집을 다시 허무는 것이 아까워 하루 더 머물고 싶다. 텐트를 설치하는 것보다 해체 시간은 생각보다 빨랐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뒤편에 보이는 운악산 전경을 눈에 담아두고 기대와 설렘을
주었던 1박 2일을 마무리했다.

캠퍼들이 '마음 부자'인 이유 
 

캠핑장에서 바라 본 운악산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운악산 전경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 전형락

   
캠핑, 고생길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을 왜 하는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도 하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일벌들이 사는 벌집과 비슷하다. 칸막이로 나눠진 콘크리트 상자 속 일벌들의 삶에서 가끔 벗어나고 싶을 때, 짐을 차에 한가득 싣고 떠난다.

그저 낭만적으로만 보기에는 힘든 노동을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억 만들기'라는 동기부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들과 장작을 쪼개 불을 붙이고 그 불로 음식을 준비하고 땅 가까이 잠을 자는 과정들은 살아가면서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마음이 가는 곳, 그리고 허가된 곳 어디든 텐트의 팩을 꽂아 쉼터를 짓고 행복을 찾는 캠퍼들은 가장 넓은 땅을 소유한 마음 부자들이다.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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