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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와 광주, 장국영 소환하는 남포동 부산영화제

상당수 작품 매진 속 커뮤니티비프 관심 뜨거워

20.10.17 10:43최종업데이트20.10.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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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산영화제 포스터 ⓒ 부산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로 규모가 크게 축소된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지만, 영화를 향한 관심과 표를 구하려는 열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 보인다. 지난 15일, 개막을 1주일 앞두고 예년보다 뒤늦게 시작된 예매는 예년과 비슷했다.
 
상영 편수와 좌석이 축소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예매 시작 2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70% 이상이 매진됐다. 주요 상영작들은 거의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표가 동났는데, 온라인 영화커뮤니티에는 부산영화제 예매 전쟁에 뛰어든 관객들의 전과가 속속들이 올라왔다.
 
이른바 원하는 표를 속속들이 구한 '신의 손'은 각자 확보한 표를 자랑하면서 예매 전쟁에서의 승리를 알렸다. 최대 25편 정도를 예매했다는 관객부터 10편 안팎을 예매한 관객, 2~3편을 예매한 관객들까지 들뜬 마음으로 영화를 만날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반면 원하는 표를 제대로 구하지 못한 이른바 곰 손은 손이 느린 것을 자책하며 부산영화제 포기를 선언하거나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야 했다. 취소표를 기대하는 관객들은 수시로 온라인 예매현황을 확인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데, 대략 80% 안팎의 매진율은 기온이 떨어져 가는 10월을 달구는 모습이다.
 
개봉 앞둔 5월 광주영화 2편
 

2019년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 관객과의 대화 모습 ⓒ 부산영화제

 
부산영화제 신성장 동력으로 남포동에서 열리는 커뮤니티비프 역시도 관심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기간과 행사 규모가 축소되면서 52편(장·중편 37편, 단편 15편)만을 선보이는 데, 16일 현재 61%의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커뮤니티비프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가치이자 자부심인 '관객 소통'을 '관객 참여'로 강화했다. 관객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열린 영화제 기획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는 청년기획단과 참여기관을 공개 모집했다.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영화제를 넘어 복합문화축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에 한발 가까워졌다.
 
올해 커뮤니티비프에서 주목할 프로그램은 부마항쟁과 장국영이다. 지난해 부마항쟁 40주년을 맞아 진원지 역할을 했던 남포동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는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과의 협업 프로그램 '리멤버부마 2020'만을 개최한다.
 
1979년 박정희 군사독재의 몰락에 기여한 부마항쟁은 1980년 5.18 광주항쟁으로 이어졌고, 올해는 5.18 40주년이었다. 이런 의미를 살려 부마항쟁에 대한 영화와 함께 개봉을 앞둔 두 편의 5월 광주영화가 커뮤니티비프에서 상영되는 것은 특별하다.
 

이정국 감독의 5월 광주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한 장면 ⓒ 부산영화제 제공

 
<아들의 이름으로>는 5월 광주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1990년 5.18 상업영화 <부활의 노래>를 만들었던 이정국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단편영화 <기억하라>, 장편영화 <반성> 등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역사를 끈질기게 소환해 온 이정국 감독과 안성기, 윤유선, 박근형 등 명배우들이 합작해 만든 영화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10월 28일 개봉 예정인 <황무지 5월의 고해>도 특별상영된다. 1987년에 5월 광주를 소재로한 단편영화 <칸트씨의 발표회>를 제작해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았던 김태영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1988년 12월 16mm 영화로 제작돼 1989년 소극장 등에서 상영을 했던 <황무지 5월의 고해>는 당시 배후에서 개입해 국군보안사령부가 투자자를 압박해 필름을 탈취한 후 소각시켰던 작품이다.
 
당시 김태영 감독이 방송용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놓을 것으로 바탕으로 제작한 지 31년 만에 개봉한다. 개봉을 앞두고 커뮤니티비프를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다.

장국영 미개봉작 <창왕> 국내 최초 상영
 

장국영 출연 <창왕>의 한 장면 ⓒ 부산영화제 제공

 
17년 전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난 홍콩배우 장국영도 올해 커뮤니티비프가 손을 내민 대상이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3관왕을 차지했던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장국영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등장해 화제가 됐고,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서 1993년에 제작된 <패왕별희>가 예매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국영을 그리는 마음을 커뮤니티비프가 담아낸 것이다.
 
특히 올해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는 2000년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화양연화>가 칸2020 작품으로 상영된다. 칸영화제가 불발되면서 20주년 기념 복원판을 부산영화제가 대신 상영하는 것인데. <화양연화>는 2000년 온라인 예매 대란의 주범이기도 했다.
 
당시 부산영화제의 첫 온라인 예매가 시작됐으나 개막작보다는 폐막작인 <화양연화>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결국 접속자 수를 감당하지 못한 서버가 다운되기에 이르렀다.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의 원성이 폭발하면서 부산영화제는 급하게 500매를 추가로 풀어 관객을 달래야 했다.
 
이에 발맞춰 커뮤니티비프는 <화양영화>의 전작인 <아비정전>과 '스피드 4초'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장국영의 미개봉 화제작 <창왕>(2020)을 복원판으로 국내 최초 상영한다. 홍콩영화의 상징적인 배우 중 하나였던 장국영이다 보니,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논란이 되는 시점에서 그의 작품 상영이 갖는 의미가 나름 커 보인다.
 
윤제균 감독, 하지원 배우가 직접 설명하는 영화
 

하지원 배우가 출연한 <1번가의 기적> 한 장면 ⓒ 부산영화제

 
이밖에 영화가 상영되는 가운데 연출한 감독이 영화 뒷이야기 등을 전하는 마스터톡은 윤제균 감독과 하지원 배우가 <1번가의 기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준익 감독과 봉만대 감독은 <라디오스타>에 대해 설명한다.
 
'독립영화의 별, 변요한의 단편영화'가 준비돼 변요한 배우가 관객들과 만난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수상작 <목격자의 밤>을 비롯하여 <토요근무>, <타이레놀> 등 수작들이 상영된다.
 
2010년 제작된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옴미버스 영화 <카멜리아> 상영에는 이용관 이사장이 직접 관객과의 대화에 나서, 앞으로 국내의 영화제와 한국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카멜리아>는 한국의 장준환, 태국의 위싯 사사나티엥, 일본의 유키사다 이사오 등 세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2010년 부산영화제 폐막작이었다. 당시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던 오석근 현 영진위원장이 제작자로 나선 작품이다. 당시 이용관 이사장은 공동 집행위원장에서 단독으로 집행위원장을 맡을 때였는데, 시련과 부침이 많았던 영화제의 지난 10년을 돌아본다는 의미가 있다.
 

커비로드 포스터 ⓒ 부산영화제

 
부산관광공사와 협업한 '커비로드'는 테마별 랜선 여행 콘텐츠를 제작해 온라인 공개와 GV 상영을 동시 추진한다. 올해 와이드앵글 초창작 <나의 촛불> 감독이자 커뮤니티비프 공동운영위원장인 김의성 배우, <강철비2: 정상회담 확장판>으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된 양우석 감독, 부산 노포와 음식 이야기 시즌2를 지난해에 이어 차려낼 박찬일 요리사가 소셜미디어에 영향력이 큰 청년들과 함께한다.
 
역사와 사회, 옛 영화의 추억과 함께 관객이 프로그래머가 돼 선정한 영화들이 선보이는 커뮤니티비프는 일부 상영이 무료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미처 표룰 구하지 못한 관객들이 부산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활로인 셈이다.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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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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