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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 '몰카' 찍은 공무원, 자유의 몸이 된 사연

[지방공무원 성비위 분석 ②] 어느 판사의 말 "공직자 성범죄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처벌해야"

등록 2020.10.19 07:59수정 2020.10.1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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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함께 '2015~2020년 지방공무원 성비위자 징계현황'을 분석했다. 지방공무원 성범죄 판결문 20건도 들여다봤다. 성추행이나 성폭행, 성매매 심지어 근무 시간에 불법 촬영까지 일삼았던 그들의 성비위를 몇차례에 걸쳐 공개한다. 이 기사는 그 두번째다. [편집자말]
그는 8급 공무원이었다. 시청 여성보육과 보육팀에서 어린이집 인허가 및 지도감독 업무를 담당했다. '그 일'이 발각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2019년 8월 그는 불법촬영 범죄자로 법정에 섰다.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는 1년 6개월여 동안 230회에 걸쳐 331개의 동영상을 몰래 찍었다. 그의 카메라는 치마 안쪽을 향했다. 직장 사무실에서, 어린이집에서, 편의점에서, 처가에서, 여자화장실에서 동영상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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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동안 331개의 동영상을 불법 촬영한 공무원의 성비위 판결문. 그는 어린이집 인허가 및 지도감독을 맡고 있었다. ⓒ 이정환


피해자 중에는 그의 처제도 있었다. 직장 동료, 어린이집 원장, 편의점 직원 등 특정된 피해자만 10명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24회에 걸쳐 52개의 동영상을 몰래 찍었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동영상 촬영은 이보다 훨씬 많다. 206회에 걸쳐 279개 동영상을 촬영했다. 부인과 함께 식사를 한 그곳에서도, 그는 불법 촬영을 했다. 여자화장실에서 피해자를 발견한 후 따라들어가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런 그에게 내려진 형량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다. 2019년 8월 서울동부지법 조국인 판사는 "피해자 중 5명과 합의했고, 2명은 처벌불원 의사를 표했다"라며 "피고인의 가족 및 지인은 피고인에 대한 선도를 다짐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불법촬영 피해자 3명은 합의를 해주지도, 처벌불원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279개 동영상에 담긴 무수한 피해자는 자신이 범죄의 표적이 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감옥에 가지 않았다.

조직폭력배에 보호비 지급해가며 '보도방' 운영한 8급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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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했고, 노래방과 주점에 유흥접객원을 소개했다. 그는 일반직 8급 공무원이었다. ⓒ 이정환


공무원 성비위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적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을 이용해 지방 공무원 성비위 사건 판결문 20건을 찾아냈다. 그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3건이었다. 벌금형은 9건이었고, 나머지 8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충청북도 청주에서 속칭 '보도방'을 차린 8급 공무원도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그는 성매매 여성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했고, 노래방과 주점에 유흥접객원을 소개했다. 그는 법정에서 "보도방 운영이 처음이고, 보도방이 불법이다 보니 조직이 개입해 관리해야 할 거 같아 조직폭력배에게 보호비를 지급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보도방 업주로 뛰었던 그는 2018년 11월 열린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강제추행을 하고도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은 충청북도 OO사무소 6급 공무원도 있다. 피해자는 자신보다 하위직 공무원이었다.

- 2017년 11월 16일 : 가해자가 피해자의 손을 잡아 놀란 피해자가 뿌리치자 재차 피해자 손을 잡아 추행.
- 2018년 1월 23일 : 피해자의 뒤에서 가슴을 움켜잡아 피해자가 몸을 돌리자 피해자 볼에 입을 맞춤. 도망간 피해자를 다시 잡아 "너랑 자고 싶다"며 또 볼에 입을 맞춤.


2차 추행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 빈태욱 청주지법 판사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지인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보고 벌금 500만 원 형을 결정했다.

미투 언급한 판사의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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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을 이용해 지방 공무원 성비위 사건 판결문 20건을 찾아냈다. 그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3건이었다. 벌금형은 9건이었고, 나머지 8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 flickr

 
농촌지도사 7급이었던 가해자가 동료 직원을 강제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가해자는 야유회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는 피해자의 가슴과 골반 부위를 수 차례 만졌다.

이 사건 피해자도 가해자와 합의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소개한 추행의 정도가 유사했던 충청북도 6급 공무원(벌금 500만 원)에 내려진 선고형을 훨씬 상회한다. 권기백 의정부지법 판사는 양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하여 그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이 사건과 같은 '공직자의 성범죄'에 대하여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고 성범죄 예방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지난 13일 한국여성의전화는 '성범죄 없는 공직사회는 불가능한가?'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강력한 처벌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성폭력 피해 위험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공직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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