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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택배기사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 대필 작성 확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적용제외 신청서, 전수조사 해야"... 노동부 "제재규정 없어"

등록 2020.10.15 16:45수정 2020.10.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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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원종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대리점 소장이 대필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 김종훈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직접 작성하고 서명 날인합니다."

지난 8일 택배 배송 중 사망한 CJ대한통운 소속의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씨가 지난달(9월) 자필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에 적힌 문구다.

신청서 상단에 중요표시(※)와 함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본인이 직접 하셔야 한다'라는 문구가 강조되어 있다. 이는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른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15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고 김원종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는 김씨가 속한 대리점에 의해 대필돼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위는 "대리점 소장이 대필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이에 대한 증거로 김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던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와 김씨가 직접 작성한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신청서 사본을 공개했다.

실제로 이날 대책위가 공개한 주민등록표 등초본 교부 신청서에 기재된 필체와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에 적힌 필체는 이름 '김원종'을 비롯해 '본인', 'ㄷ', 'ㅎ' 등 단어와 자음 등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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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가 공개한 고 김원종씨의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 신청서. 김씨의 자필이 기재돼 있다.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앞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아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송천대리점은 지난 9월 10일 김씨 등 택배기사들의 입직(회사에 들어감) 신청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닷새 뒤인 15일에는 김씨를 포함해 9명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냈다. 김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노동부에 접수됨에 따라 김씨는 산재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택배기사 등 14개 직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현재 사업주와 노동자가 반반씩 보험료를 부담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 본인이 직접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면 가입하지 않을 수 있다. 보험료를 부담스러워하는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적용제외 신청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책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는 원천 무효"

이날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모인 대책위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대리로 작성된 데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국가공문을 본인이 직접 작성하고 서명날인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면서 "이를 어겼기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는 당연히 무효다. 신청서를 대필한 사업주를 처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 위원장은 "고인은 지난 20여 년간, 짧게 잡아도 2012년부터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CJ로고가 달린 옷과 차량으로 택배를 배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정부기록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유령 같은 존재로 지냈다"면서 "노동부가 직접 접수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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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씨의 유가족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 장례식장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CJ대한통운을 향해 '대국민사과' '유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에 조건없이 참여할 것' 등을 요구했다. 고인의 아버지가 아들이 힘들게 근무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진 위원장은 또 김씨의 입직 시점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씨가 소속돼 일했던 송천대리점은 2010년 12월에 개업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최소 3년 이상 일해 왔다. 그러나 양이원영 의원이 밝혔듯 김씨와 동료들은 지난 9월에 한꺼번에 '입직신고서'를 냈다. 진 위원장의 말대로 수년 동안 '유령' 같은 존재로 활동해온 것이다.

근로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산재보험 관련 조항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최초로 노무를 제공받게 된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5일까지 입직신고를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됐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산재보험법상 대리서명 및 신청에 대한 제재규정은 없다"면서 "형법이나 다른 법으로 (제재가)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대책위가 요구하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과 관련한 전수조사'에 대해 "(대리신청과) 같이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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