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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선동 사퇴로 보궐선거 첫 단추 '삐걱'

"선수로 뛸 분이 심판단 오면 안 돼"... 상식에도 뒤늦은 교통정리

등록 2020.10.14 17:30수정 2020.10.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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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제1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등 내년 4월 선거 승리의 관건으로 '국민통합 노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 입후보를 원하는 인사들의 경선 관련 당직 겸직 논란 등 잡음이 이어졌고, 여전히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당내 통합'은 매끄럽지 못하다.  

김종인 위원장은 14일 오후 국민통합위원회 회의에서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민통합 문제라는 게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실제 몸으로 스스로가 변했다고 하는 것을 그 사람들에게 인식을 시켜야만 '국민의힘이 진실되게 국민통합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하는구나'하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선동 전 사무총장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로 한창 논란이 인 뒤였다. 사무총장은 경선 규칙을 만드는 경선준비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하는데, 경선에 나갈 사람이 경선 규칙을 만드는 게 합당하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3일 "룰 세팅을 하는 데 스스로 입후보 한 사람은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게 상식적인 이야기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경선준비위원장을 맡게 된 김상훈 의원(3선, 대구 서구)은 14일 오전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선 룰을 정하는 위원회니까 선수로 뛰실 분이 심판단에 들어오시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라며 "아마 출마 의사를 갖고 계시는 분이 아직도 경선준비위원회에 계시다면 그런 분들께서도 용퇴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김 전 사무총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경선준비위에서도 빠지게 됐다. 김종인 위원장은 14일 회의 뒤 "(김선동) 본인이 일신상 이유로 그만둔다고 해서 내가 (사의를) 수리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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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사의표명을 한것으로 알려진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자료사진). ⓒ 공동취재사진

 
경선준비위를 꾸리는 과정에서 다른 주자들의 출마의사도 속속 확인됐다. 오신환 전 의원 역시 경선준비위원 제의를 받았지만, 본인이 서울시장 출마에 뜻이 있다는 이유로 고사했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경선준비위원에서 물러났지만 경선 출마로 해석하긴 어려운 경우다. 지 원장은 "재보선 승리를 위한 전략을 만드는 여의도연구원 원장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되게 돕는 것이 맞다"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서울시장 후보 출마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반대로 경선준비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박수영 의원(초선, 부산 남구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룰을 만드는 심판이 된 만큼, 이제 저는 더 이상 부산시장 후보로는 거론하지 말아 주시라"라며 "국회에서 해야 할 일도 많고 벅차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신속하지 못했던 교통정리, 축소된 선거대책기구 위상

경선준비위 구성 과정이 각 인사들의 경선 출마 여부를 알아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모양새이지만, 김상훈 경선준비위원장의 말대로 '선수로 뛸 사람이 심판을 맡는' 비상식적인 행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신속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분란만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경선준비위원회의 위상마저 축소되기도 했다. 본래 재보궐선거대책위원회로 계획됐던 대책기구는 김선동 전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을 걸로 예상됐지만, 김 전 사무총장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부위원장 자리를 원한 걸로 전해졌다. 

이후 유일호 전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내정됐었다가, 박근혜 정부 중요 직책에 기용돼 친박 색깔이 강하다는 이유로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위원장 자리는 김상훈 의원에게 돌아갔고, 기구의 위상 역시 재보궐선거대책위원회에서 경선준비위원회로 다소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선거 분위기가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당내 분란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추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과의 연대도 고려해야 하는만큼, 당내 경선이 결국 '요식행위'일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겹친다. 국민의힘의 사활이 달린 보궐선거 준비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는 모양새이다.
#김종인 #김선동 #김상훈 #국민의힘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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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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