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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상처받은 청춘이 택한 이별... 이 드라마가 말하는 것

[TV 리뷰] SBS 새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송아 이별을 통보하다

20.10.14 14:56최종업데이트20.10.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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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마치 사랑학 교과서와도 같다. 매 회 전개되는 상황은 '음악'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이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단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혹자는 그래서 14회에 이르도록 도돌이표같은 지지부진한 전개라고 답답해 하기도 한다. 세상에 던져진 자신과 자신의 사랑을 겪어본 이들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리얼하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빠져들어간다.

'사랑'은 두 사람의 관계다. 그런데 사랑을 하는 주체인 두 사람이 사회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 존재인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은 언제나 주변의 환경과 조건, 그리고 사람들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의 사랑은 온전히 두 사람에게 사랑만 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별 선언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한 장면 ⓒ SBS

 
결국 송아(박은빈 분)는 준영(김민재 분)을 찾아가 이별을 알린다. "그만 만나요. 사랑을 생각하느라 내 마음에 상처를 너무 많이 냈어요"라고. 좋아해서 만났고, 사랑해서 조금 더 상대방을 배려하려고 했던 마음들이 자꾸만 상처가 됐다. "행복한 쪽으로 결정하면 돼"라고 위로를 건네는 언니의 말을 들은 송아가 내린 결정은 상처가 되는 사랑으로부터 자신을 놓아주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사랑하는 송아와 준영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이가 되었을까?

두 사람의 관계로만 보면 매번 송아를 만날 때마다 "미안하다"고 말하게 되는 준영이 있다. 송아는 조금 더 준영과 함께 하고 싶지만, "미안하다"고 말하는 준영은 매번 송아를 밀어내는 것 같다. 송아를 좌절시키는 '미안하다', 그 사과의 단어 안에 숨겨진 뜻은 네가 원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서, 그런 상황에 놓여서, 다시 한번 너로 하여금 상처를 받게 해서 미안하다는 의미였다. 준영은 왜 자꾸 원치않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걸까? 

안식년을 가지고 모처럼 고국에 돌아온 준영, 하지만 그 1년의 안식년에 말 그대로 휴식같은 사랑 '송아'를 만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송아를 제외한 모든 것이 준영을 쉴 수 없도록 만든다. 무엇보다 그를 괴롭게 하는 건 끊임없이 준영을 ATM으로 만들어 버리는 부모님이다. '차라리 외국에서 계속 연주나 하며 돈이나 보낼 그랬다'고 자조하는 준영에겐 끊임없이 사업을 빙자하며 돈을 요구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상황에 무력한 어머니까지 모두 준영이 짊어진 짐이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이 소리가 우스개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가진 것 없이 '피아노 잘 치는' 재능 만으로 오늘날에 이른 준영의 상황 때문이다. 재능 때문에 경후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그 부채감으로 음악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재능이 없는 게 지금보다는 더 나았을 것 같다"고 말한다. 

무엇이 이들을 사랑만 할 수 없게 만드는가 
 
그런데 가정환경 때문에 예술중학교에서 자퇴하려던 준영은 경후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정되면서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된다. 그는 오랜 기간 경후 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나문숙 이사장(예수정 분)은 준영이 좋아하는 피아노를 계속 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를 지원했지만, 이는 오히려 손녀 이정경(박지현 분)이 준영의 부채감을 이용해 곁에 붙잡아두려는 무기로 활용된다. 정경은 준영의 아버지의 전화에 돈을 건네고, 준영에게 "네 재능을 질투했다"고 말하며 피아노 반주를 부탁하는 식이다. 준영이 매번 거절하는데도, 점점 '집착'이 되어가는 정경의 사랑은 매번 준영의 발목을 잡는다. 

그 시작은 차이코프스키 콩쿨에 나가는 준영을 다시 사사하기 시작한 유태진 교수(주석태 분)의 욕심이다. 자신의 앨범을 발매했지만 혹평만 받아야 했던 유 교수는 교수연구실에 있는 자동피아노(연주를 기억하는 피아노)에 녹음된 준영의 트로이메라이를 자신의 연주인 양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다. '살리에르'처럼 준영에 대한 애증으로 술잔을 기울이던 그가 결국 저질러버린 행동, 하지만 준영은 가급적 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려 한다. 

그 이유는 송아 때문이었다. 트로이메라이는 지난 15년 동안 준영이 정경에게 들려주었던 음악이었고, 이를 아는 송아가 상처받을까봐 숨기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더이상 미안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준영의 진심을 세상은 있는 그대로 놓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피아노도 한 대 없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연습을 해야 하는 가난한 음악가, 그런 음악가의 상황을 이용하는 재단과 교수라는 기득권. 정경의 마음은 그 자체로는 사랑일지 몰라도, 정경이 부를 사랑에 이용하는 순간, 그 역시 또 다른 기득권이 될 뿐이다. 

'기득권의 횡포'로 치자면 송아가 당하고 있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송아가 힘든 건 준영과의 관계에서 준영의 석연치 않은 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 역시 '사랑'에만 집중할 수 없는 인생의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준영의 새 매니저 박성스를 좋아하세요?>는 마치 사랑학 교과서와도 같다. 매 회 전개되는 상황은 '음악'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이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단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혹자는 그래서 14회에 이르도록 도돌이표같은 지지부진한 전개라고 답답해 하기도 한다. 세상에 던져진 자신과 자신의 사랑을 겪어본 이들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리얼하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빠져들어간다.

'사랑'은 두 사람의 관계다. 그런데 사랑을 하는 주체인 두 사람이 사회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 존재인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은 언제나 주변의 환경과 조건, 그리고 사람들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의 사랑은 온전히 두 사람에게 사랑만 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별 선언 

결국 송아(박은빈 분)는 준영(김민재 분)을 찾아가 이별을 알린다. "그만 만나요. 사랑을 생각하느라 내 마음에 상처를 너무 많이 냈어요"라고. 좋아해서 만났고, 사랑해서 조금 더 상대방을 배려하려고 했던 마음들이 자꾸만 상처가 됐다. "행복한 쪽으로 결정하면 돼"라고 위로를 건네는 언니의 말을 들은 송아가 내린 결정은 상처가 되는 사랑으로부터 자신을 놓아주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사랑하는 송아와 준영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이가 되었을까?

두 사람의 관계로만 보면 매번 송아를 만날 때마다 "미안하다"고 말하게 되는 준영이 있다. 송아는 조금 더 준영과 함께 하고 싶지만, "미안하다"고 말하는 준영은 매번 송아를 밀어내는 것 같다. 송아를 좌절시키는 '미안하다', 그 사과의 단어 안에 숨겨진 뜻은 네가 원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서, 그런 상황에 놓여서, 다시 한번 너로 하여금 상처를 받게 해서 미안하다는 의미였다. 준영은 왜 자꾸 원치않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걸까? 

안식년을 가지고 모처럼 고국에 돌아온 준영, 하지만 그 1년의 안식년에 말 그대로 휴식같은 사랑 '송아'를 만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송아를 제외한 모든 것이 준영을 쉴 수 없도록 만든다. 무엇보다 그를 괴롭게 하는 건 끊임없이 준영을 ATM으로 만들어 버리는 부모님이다. '차라리 외국에서 계속 연주나 하며 돈이나 보낼 그랬다'고 자조하는 준영에겐 끊임없이 사업을 빙자하며 돈을 요구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상황에 무력한 어머니까지 모두 준영이 짊어진 짐이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이 소리가 우스개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가진 것 없이 '피아노 잘 치는' 재능 만으로 오늘날에 이른 준영의 상황 때문이다. 재능 때문에 경후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그 부채감으로 음악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재능이 없는 게 지금보다는 더 나았을 것 같다"고 말한다. 

무엇이 이들을 사랑만 할 수 없게 만드는가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한 장면 ⓒ SBS

 
그런데 가정환경 때문에 예술중학교에서 자퇴하려던 준영은 경후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정되면서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된다. 그는 오랜 기간 경후 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나문숙 이사장(예수정 분)은 준영이 좋아하는 피아노를 계속 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를 지원했지만, 이는 오히려 손녀 이정경(박지현 분)이 준영의 부채감을 이용해 곁에 붙잡아두려는 무기로 활용된다. 정경은 준영의 아버지의 전화에 돈을 건네고, 준영에게 "네 재능을 질투했다"고 말하며 피아노 반주를 부탁하는 식이다. 준영이 매번 거절하는데도, 점점 '집착'이 되어가는 정경의 사랑은 매번 준영의 발목을 잡는다. 

그 시작은 차이코프스키 콩쿨에 나가는 준영을 다시 사사하기 시작한 유태진 교수(주석태 분)의 욕심이다. 자신의 앨범을 발매했지만 혹평만 받아야 했던 유 교수는 교수연구실에 있는 자동피아노(연주를 기억하는 피아노)에 녹음된 준영의 트로이메라이를 자신의 연주인 양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다. '살리에르'처럼 준영에 대한 애증으로 술잔을 기울이던 그가 결국 저질러버린 행동, 하지만 준영은 가급적 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려 한다. 

그 이유는 송아 때문이었다. 트로이메라이는 지난 15년 동안 준영이 정경에게 들려주었던 음악이었고, 이를 아는 송아가 상처받을까봐 숨기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더이상 미안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준영의 진심을 세상은 있는 그대로 놓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피아노도 한 대 없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연습을 해야 하는 가난한 음악가, 그런 음악가의 상황을 이용하는 재단과 교수라는 기득권. 정경의 마음은 그 자체로는 사랑일지 몰라도, 정경이 부를 사랑에 이용하는 순간, 그 역시 또 다른 기득권이 될 뿐이다. 

'기득권의 횡포'로 치자면 송아가 당하고 있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송아가 힘든 건 준영과의 관계에서 준영의 석연치 않은 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 역시 '사랑'에만 집중할 수 없는 인생의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준영의 새 매니저 박성재(최대훈 분)가 얄밉게 정의 내렸던 '너무 늦은 출발', 4년 동안이나 재수를 해서야 들어간 음대에서 송아는 4학년을 마치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세상의 인정에 목마르다. 그런 송아에게 냉큼 이수경 교수(백지원 분)가 손을 내밀었다. 

자신을 알아봐주었다는 기쁨도 잠시, 이수경 교수가 송아에게 대학원을 권한 이유가 송아가 대학원을 갈 만해서가 아니라, 경영학과를 다녔던 그녀의 똑부러지는 일처리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체임버 오케스트라 단원이 아닌, 총무 역할로 필요해서였던 것. 결국 교수라는 직위로 송아를 이용하는 이수경 교수 때문에 송아는 잠시 유보되었던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의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다시 꺼내들게 된다. 

드라마는 두 젊은이 준영과 송아,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통해 이 시대의 젊은이들과 그들을 둘러싼 세상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두 사람은 사랑과 꿈을 고민하지만 틀에 짜인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드라마는 음악을 매개로 풀어내고 있다. 풀어내는 이야기를 러브스토리이지만 웬만한 청춘 리얼리티 못지 않다. 

이제 송아는 그런 자신이 상처받는 이유가 준영과의 사랑 때문이라 생각하며 사랑을 놓겠다 선언했다. 그런데 과연 송아에게 상처를 주는 건 사랑일까? 자신의 재능조차 ATM이 되는 세상에서 늘 주춤거리던 준영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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