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쇼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다큐] 소셜딜레마

등록 2020.10.14 10:49수정 2020.10.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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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세상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방영하는 TV 프로그램을 소재로 한 영화 <트루먼 쇼>는 주인공 트루먼(짐 캐리 분)이 스튜디오 밖으로 탈출하는 것으로 끝난다. 트루먼은 세상이 뭔가 잘못된 것을 느끼고 요트를 타고 바다로 도망친다. 배가 바다 끝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벽에 부딪히자 자신이 살던 세계가 정교하게 꾸며진 세트장인 것을 깨닫는다. 방송을 제작한 프로듀서는 보고 듣는 것을 통제해 그의 인생을 조작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모두가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있다.  

소셜딜레마 스틸컷 ⓒ 넷플릭스



소셜미디어의 사회

SNS 속 우리는 서로에게 하트와 엄지손가락을 보내며 호감을 나눈다. 우리의 일상은 전시장에 출품된 작품처럼 되었고 우리는 더 많은 호감과 피드백을 얻기 위해 분투한다. 소셜미디어 업체는 이런 사용자의 니즈에 따라 사진 필터와 같은 각종 툴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이를 이용해 일상을 왜곡하고 창조할수록 현실과 SNS 속의 삶 사이에는 더욱 큰 괴리가 생긴다.

이쯤 되면 우리의 삶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된다. 대부분의 상점이 SNS에 게시되기 위함을 목적으로 존재하듯이 우리의 삶도 별반 다를 바 없어진다. 다양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SNS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목적이 된다.

다큐멘터리(아래 다큐)는 이러한 중독 현상을 '고객을 유저라고 부르는 산업은 마약과 소셜미디어밖에 없다'는 식으로 경고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소셜미디어가 이익 창출을 위해서 이러한 중독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딜레마 스틸컷 ⓒ 넷플릭스



만들어진 인간

소셜미디어는 광고주가 가장 적절한 구매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셜미디어 업체는 '가장 적절한 구매자'를 찾기도 하지만 '만들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조작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소셜미디어는 그들의 플랫폼 안에 개인을 가두고 특정 성격을 가지는 데이터로 만든다. 이를 위해 개인별로 성향에 맞는 콘텐츠만을 선별하여 보여준다. 구글 임원 출신의 출연자는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면서 편향된 사고를 형성하는 데 우려가 있었지만, 수익 창출을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했다. 편향된 콘텐츠의 축적으로 그들이 믿는 가치는 절대적으로 변한다. 이로 인해 사용자의 생각은 한쪽으로 기울게  되고 양극단으로 치우친 개인은 조직화되어 다툼이 발생한다.

상호 존중과 공동체 가치가 사라진 세상에서는 대화와 토론이 불가하다. 오로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세력화만이 목표가 될 뿐이다. 다큐에 등장한 어느 출연자는 가까운 미래에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내전'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 내 극우 대립 현상은 심각해 보였다. 실제로 논리 없는 설득이 가능한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하면서 더 이상 사안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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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딜레마를 논의할 시간

어쩌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에 이토록 무방비하게 노출되었을까.

다큐에서는 이 모든 출발점에는 소셜미디어의 이윤화에 있다고 했다. 그들의 수익창출 모델은 이처럼 편향된 생각과 극단적인 가치를 숭배하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면 사용자가 더 오랫동안 플랫폼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고 듣는 것을 통제하여 편향된 시각을 심어주고 가짜 뉴스를 접하는 이들을 집단화하여 거짓 정보에 신뢰를 가지도록 해주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지금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환경적으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며, 개인적으로는 트루먼처럼 조작된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더불어 대대적인 소셜미디어의 윤리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셜딜레마 스틸컷 ⓒ 넷플릭스


   
영화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이 세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TV 프로그램 출연자 중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에게 진실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이 다큐의 출연자들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플랫폼 업체의 고위직 출신이다. 그들이 소셜미디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꾸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 이 플랫폼의 진정한 성공을 위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삶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결정은 논의 가능하고 상호보완적이어야 하며 구성원의 자발적 동의가 필요하다. 다큐는 우리의 삶에서 그것을 뺏으러 드는 자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트루먼은 세트장을 떠나면서 피디와 방청객들에게 자신을 다시는 못 볼 것이라며 인사를 남긴다.

'굿 모닝, 굿 이브닝, 굿 나잇'

이제 새로운 삶을 준비할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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