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지역 목욕탕의 100년 역사를 다룬 책

[서평] 토박이보다 더 마산을 사랑하는 역사학자 유장근이 쓴 '마산의 근대사회'

등록 2020.10.02 15:30수정 2020.10.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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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고향은 부여이지만 마산 토박이보다 더 마산을 사랑하는 역사학자가 유장근입니다. <마산의 근대사회>는 그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졸속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름마저 사라진 '근대 도시 마산'을 미시적으로 연구한 역사책입니다. 

그는 개항 이전부터 오랜 세월 발전해 온 전통 도시를 원마산이라 부르고, 개항 이후 일제 식민 통치하에서 새롭게 형성된 지역을 신마산(오늘 날도 신마산이라고 부른다)으로 부릅니다. 
 

역사학자 유장근이 쓴 <마산의 근대사회> 겉 표지 ⓒ 이윤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두 지역의 형성과 변화 발전 과정을 연구한 도시 역사 그리고 목욕탕 100년사와 같은 사람들의 생활양식, 마산 지역의 근대교육의 발전과 쇠퇴 그리고 창신 학교 연구와 독립운동가 이교재 선생에 대한 연구를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 책은 저자가 관심을 두고 연구했던 여러 주제들을 4부로 나누어 엮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연구는 마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조차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는 주제들이 대부분 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역사학계에 이름 난 학자가 '마산지역 목욕탕의 1백 년 역사' 같은 연구를 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 흥미롭고 놀라운 일입니다. 

실제 저자는 <근대 중국의 지역사회와 국가권력>, <현대 중국의 중화제국 만들기>, <상하이 지역 자선단체의 근대적 성장과 좌절> 같은 연구서를 출간한 중국 근대사를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실제 대체로 이런 류의 지역사 연구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지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은 일본에 비해 이런 지역 연구가 취약한 것을 늘 안타까워 할 뿐이었지요. 

이름도 사라진 도시 마산을 연구한 까닭?

마산, 창원, 진해가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칠 때, 통합 도시의 명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였지만, 결국 가장 오래 된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어렵게 합의에 이릅니다. 문헌에 창원이라는 이름이 마산보다 조금 일찍 등장한다는 이유 때문에 통합 도시의 이름은 창원시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창원이라는 명칭이 더 오래 되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결정되었지만, 옛 문헌에 고작 몇 십 년 일찍 등장한다는 것으로 260년 근대 역사 도시의 이름을 포기한 것은 그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일이지요.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역사 속 마산이 근대 도시로 발전하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지금 마산에서 골포시대나 삼국시대 혹은 고려시대의 도시모습을 찾아보긴 어렵지만 조선시대 이후는 각 시대별 특징이 도시 공간 속에 잘 남아 있다고 합니다. 
 
"도시 중심부의 경우, 1760년대의 도시 구조가 1899년대까지 이어졌으며, 개항 이후에는 조계지에, 러일 전쟁 이후부터 일제 시대에 걸쳐 신마산과 중앙마산이 형성되었고, 1960년대 후반기부터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산업화가 이 지역에 본격적으로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동마산이 탄생되었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지난 260여 년 마산의 도시 형성과정을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근대기 도시 형성은 지방 행정 관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마산은 창원부 소속의 일개 포구에 지나지 않았지만, 조선 시대 최대의 항구 시설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하였다는 것입니다.
 
"일창원 이강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의 으뜸가는 항구로 발전하였으며, 동해의 원산과 더불어 3대 수산물 교역지로 명성이 높았다. 특히 마산포는 동, 서해의 수산물을 중개하는 교역항으로서 기능하였다."

저자는 이 책 제 1부를 통해 근대도시 마산의 성장 과정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자세히 기록하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현재의 도시 모습을 갖추는 약 260여 년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자세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근대화 초기 마산포는 전국 3대 수산물 교역지

사실 4부로 나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마산 지역 목욕탕의 1백 년 역사' 연구 편입니다. 저자는 식민지 위생 시설로 마산에 목욕탕 들어서게 된 배경을 경성의 사례와 비교 설명하면서 오늘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생활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목욕탕의 역사를 흥미롭게 증언합니다. 

개화기와 식민시대에는 목욕은 문명 시설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고 하는데, 마산에는 1910년 7월 말 기준으로 8명의 목욕탕 운영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운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100년 역사의 '앵화탕'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당시 앵화탕의 구조와 운영 형태(물 공급, 연료 사용) 등에 대한 미시적인 연구를 담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산업화 시대 마산의 목욕탕 현황을 정리한 자료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에 다녔던 목욕탕 이름을 찾으며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였습니다. 

3부 마산의 도시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1930년대에 이르러 마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청주 생산량을 기록하게 되는데, 그 단서가 러일전쟁 직후에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청주공장은 조계지와 조계지가 확정된 중앙마산 지역에 주로 설립되었고, 청주공장들이 세워지면서 1930년대에 전국에서 청주 생산을 가장 많이 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좋은 물을 가지고 좋은 술을 빚는 전통이 이어져 큰 소주 회사와 맥주 공장(최근 소주 공장으로 전환)이 자리 잡게 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1930년대 전국 최대 최고... 술의 도시

한때 소주회사와 맥주 회사는 모두 "좋은 물로 좋은 술을 만들었다"는 광고로 유명세로를 타기도 하였습니다. 술과 함께 물 좋은 마산에서 생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던(지금도) 것으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장 공장도 있었습니다. 

한편, 저자는 근대 마산 중에서도 상남동이라고 하는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진 사회 변화와 근대교육의 성장, 발전, 쇠퇴의 역사를 다룹니다. 또 마산을 대표하는 사학 중 하나인 창신학교 연구와 마산 진전 출신 독립운동가 이교재 선생에 대한 연구도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이교재 선생은 독립장을 추서 받은 창원을 대표하는 독립 운동가이며 상해임시정부가 경상남북도 상주대표로 임명하였던 인물입니다. 임정으로부터 군자금 모집이라는 중요한 사명을 띠고 국내에 드나들었던 분입니다.  

저자는 그간 이교재 선생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것을 확인하면서 여러 오류를 걸러내고 당대의 기록을 비교 및 대조하면서 역사적 사실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고향에서의 3.1운동 참여와 체포 수감, 상해 망명 이후 통영 군자금 모금사건, 1931년 입국 때 휴대하였던 9개의 상해 임정 문건에 대하여 상세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자금 모금에 탁월했던 마산 출신 이교재 선생 

아울러 이교재 선생의 활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지역에서 함께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역 독립운동사에 대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교재 선생에 대해서는 해방 이후 백범 선생이 마산에 있는 이교재 선생 묘소를 참배하였을 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저자의 연구를 통해 그의 활동과 그 분이 격은 고초를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독립운동의 방법과 독립운동자금 모금에 관해 능력이 탁월하였고, 국내주재 조직 및 독립운동 자금 모금의 경상남북도 상주대표로서 장관 몇 명이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였다"(본문 중에서)

백범의 술회나 이교재 선생에게 맡겨진 임무를 보면 당시 임시정부가 가장 신뢰하는 독립운동자금 모금 책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자료와 사실 확인에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데 자랑스러운 역사도 과장 되거나 꾸밈없이 당시 시대 상황과 사건 현장을 담담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10년 강제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름마저 사라진 도시 '마산'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각별한 지역사 연구서입니다. 마산 야구가 창원 야구가 되어 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3.15 민주 항쟁과 10.18 부마항쟁이 역사의식 없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창원 3.15와 창원 10.18이 되어가는 현실을 보며 망연자실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하여 이처럼 애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마산의 근대사회 - 전통의 지속과 새로운 물결

유장근 (지은이),
불휘미디어, 2020


#마산 #유장근 #지역사 #마산 야구 #이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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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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