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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역언론은 부산시 '허술행정' 대신 '입장대변'을 택했나

7월 폭우 참사 관련 변성완 권한대행 경찰 조사 결과 발표 보도 비교분석

등록 2020.10.01 11:18수정 2020.10.0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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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부산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초량 제1지하차도가 잠겨 안타깝게도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도로 통제만 제때 이뤄졌어도 막을 수 있었을 참사였기에 부산시와 동구청의 허술한 시설 관리체계, 재난대응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문제는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초량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기 위해 7월 27일,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부산시는 면담 시스템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초량 제1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한 부산시의 대응은 사전조치는 물론이고 사후조치마저도 시민에 대한 배신이라 여겨질 정도라고 비판하며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9월 14일 경찰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직무유기 혐의, 동구청 부구청장과 동구청 담당자 3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동구청 담당자 2명과 부산시 담당자 1명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적용받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같은 날, 변 권한대행 측 변호인은 경찰의 혐의 적용이 무리하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지역 언론 5개사는 모두 이 소식을 전달했습니다.

변성완 권한대행을 대하는 지역언론의 보도 태도
 

표 9/14-15 ‘초량 제1지하차도’ 경찰 조사 결과 전달한 지역 언론 보도 목록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지역방송은 경찰이 적용한 혐의와 '직무유기' 범위, '변성완 권한대행'에 대한 검찰 기소 여부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습니다.

지역신문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보도하면서도 부산시 입장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국제신문>은 <변성완 기소 의견에 부산시 "떠넘기기식 무리한 수사">(9/15, 박정민 이승륜 기자)에서 기사 본문에 등장하지 않는 '떠넘기기식'이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달며 무리한 기소임을 부각했습니다.

<부산일보>는 <공무원 안전업무, 형사 처벌 여부 관심 향후 재판서 첨예한 법적 다툼 벌일 듯>(9/15, 김백상 기자)에서 공직사회의 반응을 주요하게 전달했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다' '납득이 잘 안된다'라는 서술과 함께 경찰의 기소 의견을 '무더기'라 규정했습니다. 또 17일 <부산일보>는 <"변성완 대행 기소 의견 송치는 경찰의 면피성 무리수">(9/17, 최세헌 권상국 기자)를 통해 변성완 권한대행의 법률 대리인 청률의 공식 입장문을 전달했습니다. 해당 기사와 함께 게재된 사진은 변 권한대행이 택시 방역소를 찾아 지시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어 눈에 띄었습니다.
 

부산일보, 9/17, 2면 ⓒ 부산일보

  
다른 결의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신문>과 <부산일보>가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떠넘기기식' '무더기 기소'라 평가할 때, <연합뉴스>는 <파일 '복붙'해 부산시장 권한대행 주재 가짜 회의록 만들어>(9/15, 김선호 기자)를 보도했습니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회의록 허위 작성 사안에 초점을 맞춘 기사였습니다. 해당 기사는 "경찰은 이 공무원이 상부 지시 없이 홀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행안부까지 보고한 점, 회의록 작성 방식, 이전 회의록 내용들이 거의 비슷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상당 기간 호우 대책회의록이 허위로 만들어져 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며 부산시와 동구청의 관행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을 주목하게 했습니다.

한편, <연합뉴스>는 9월 18일 <'지하차도 참사 때' 비틀거리며 귀가해 잠잔 부산시 재난책임자>(김선호 기자) 에서 폭우 당시 변성완 권한대행의 부적절한 행보를 추가로 보도했습니다. 경찰 취재를 인용해 변 권한대행이 당시 외부 일정을 강행하고 술에 취한 채 비틀거리며 귀가했고 보고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찰이 CCTV 화면을 확보했다고도 전했습니다.

부산 재난대응 총괄 책임자인 변 권한대행이 직무에 소홀했다는 문제 제기는 언론의 감시 대상에 속합니다. 하지만 지역언론은 부산MBC가 단신으로 전한 게 전부였습니다.

<연합뉴스>의 18일 보도 이후, 부산시가 낸 해명자료에 따르면 7월 23일 변 권한대행은 오후 6시 30분부터 시정홍보를 위한 간담회 일정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한겨레 <폭우 비상속 관사서 보고받고 지시... 업무수행? 직무유기?>(9/18, 김광수 기자) 기사엔 '지역 언론사 순회 간담회'라고 당일 변 권한대행의 일정을 구체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표 9/18-22 ‘초량 제1지하차도’ 경찰 조사 결과 전달한 지역 언론 보도 목록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국제신문>은 다음 날 변 권한대행의 입장을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그밖에 지역언론은 추가 보도가 없었습니다.
 

국제신문, 9/21, 4면 ⓒ 국제신문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른 변 대행 기소의견 송치부터 참사 당일 권한 대행의 행보에 대한 의혹, 권한대행의 항변까지 지역 언론이 주목하고 검증해야 할 이슈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부산 지역언론은 부산시 입장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고, 추가 의혹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지역언론의 침묵이 혹여 폭우 당시 권한대행의 행보였던 '지역 언론사와의 순회 간담회'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부산민언련 #지역언론톺아보기 #초량제1지하차도 #변성완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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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불공정한 언론 보도와 행태를 개혁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로, 설립 목적인 언론감시, 시민을 위한 다양한 미디어교육, 시민미디어참여를 위한 지원과 제도 마련, 정부의 언론정책 및 통제 감시와 개선방안 제시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주권시대를 맞아 시민이 스스로 미디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지원하는 일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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