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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중년 남성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다

[리뷰] 일본 드라마 <남자 가정부를 원해?>

20.09.30 12:18최종업데이트20.09.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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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남자 가정부를 원해?>는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50대 남성 가정부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 TBS

 
제약회사에 다니는 아이하라 메이(타베 미카코)는 우수사원상을 탈 정도로 일에 능숙하다. 팀 내에서 젊은 축에 속하지만 실력으로 팀 리더를 맡는다. 28살 생일을 맞아 결혼에 대한 압박이 다가오기도 하지만 업무에 대한 열정은 높아져만 간다. 퇴근 후에도 공부하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집 청소할 여유가 없다. 집 안은 늘 엉망진창. 옷은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고 거실은 뜯지 않은 택배 박스로 가득 차 있다. 점심 식사는 젤리가 전부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돌아온 아이하라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언니의 집을 보다 못한 여동생이 남성 가정부 시기노 나기사(오모리 나오)를 데리고 온 것이다.
 
일본드라마 <남자 가정부를 원해?>(일본 <TBS>·한국 <채널W>)에서는 홀로 사는 여성의 집에 남성 가정부가 와서 가사노동을 한다는 이야기다. 가사대행 서비스 업체라는 틀을 빌리긴 했지만 남성이 가사노동에 전념하고 여성은 일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는 성별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다.

동시에 50대 중년 남성 가정부 나기사의 등장은 '가사노동은 여성의 영역'이라는 통념을 가진 기성세대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아이하라의 가족이나 지인들도 처음에 중년의 '아저씨'가 가사노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의아해하지만 그의 실력을 보고 나선 긍정하게 된다.
 
드라마의 시작점은 강렬하다. 아이하라의 어릴 적 꿈은 엄마가 되는 것이었다. "가족에게 따뜻한 요리를 만들어주고 늘 미소로 가족을 감싸 안는 다정한 엄마"가 되길 원했다. 하지만 엄마는 선을 긋는다. "그런 꿈은 꾸지 마. 너희는 엄마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해. 남자애들에게 지지 않는, 일 잘하는 여성이 되는 거야."  드라마에서 떠올리는 '엄마'의 이미지가 기존 사회 통념이 가진 '인자하며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점은 한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엄마의 모델을 남성이 따른다는 점은 차별점이기도 하다.
 

일본드라마 <남자 가정부를 원해?> 한 장면. ⓒ TBS

  
드라마는 가사 노동은 여성의 영역의 것만은 아니라는 데 그치지지 않는다. 일과 가사의 양립이 실제로 가능한지 묻는다. 아이하라는 가정부 고용을 부끄럽게 생각해 일과 가사를 병행하려고 하지만 좀처럼 되지 않는다. 시간도 없지만 시간이 있다하더라도 하지 않는다. 원래 가사에 서툴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하라는 가사대행 서비스를 정식 계약한다. 

아이하라가 나기사의 따뜻함과 배려심에 영향을 받아 계약을 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여성들이 일과 가사 둘 다 완벽할 필요는 없으며 그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시대 여성들이 일과 가사와 더불어 '독박 육아'에 시달린다는 통계가 들려오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품은 메시지는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나기사와 젊고 잘생긴 타 제약회사 사원 타도코로 유타(세토 코지) 간의 삼각관계가 펼쳐지면서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나기사의 가사노동은 덜 부각된다. 하지만 50살의 아저씨 나기사의 가부장적이지 않으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습은 갈수록 인상적이다. 엄마가 아닌 남자도 잘 듣고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 최고인 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남자 가정부를 원해? 타베 미카코 세토 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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