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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아들과 이건희 아들

공정성 문제를 다루는 보수 언론의 상호 모순적 태도

등록 2020.09.21 13:40수정 2020.09.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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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법률 대리인인 현근택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서씨의 부대 배치 관련 청탁이 있었다고 언급한 당시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과 해당 발언의 녹취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 SBS에 대한 고발장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에 관한 논란은 국민들이 관심 가질 만한 사안이다. 고위층 자제들이 누려온 특혜는 대중이 항상 민감해하는 문제다. 사안의 사실관계가 정확히 전달되고 인권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다면, 공정성에 관한 논쟁이 확산되는 것은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쟁에 대중만 가담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도 함께 뛰어들어 있다. 언론 역시 공정성을 화두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사실과 의견은 대중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언론의 상당수가 대중과 이해관계를 달리한다는 점이다. 대중과 다른 마음을 품은 언론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공정성과 관련된 그들의 주의·주장을 냉정하게 관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금 전개되는 두 유형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상호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추미애 아들'로 표현되는 고위 공직자 문제와 '이건희 아들'로 표현될 만한 재벌 문제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에, 공정성을 운운하는 그들의 입에 시선을 맞추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9일 자 사설 "조국 이어 추미애 법무장관, 한국은 이런 나라인가"에서 추미애 아들 문제를 공정성 관점에서 다뤘다. 특히 청년의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대했다. 이 사설은 "수많은 군 관계자들과 카투사 출신 청년들이 '그런 사례는 처음 듣는다', '있을 수 없는 특혜'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 뒤 문재인 정권의 공정성 담론은 '헛소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평등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헛소리가 된 지 오래지만, 조국에 이어 추미애와 같은 사람이 법무장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혀를 차게 된다.
 
<동아일보> 12일 자 기사 "이남자 부글부글... 추미애 아들, 같은 나라 군대 맞나" 역시 청년의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이 기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 복무 당시 특혜 휴가 의혹을 두고 2030세대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며 청년 세대의 시선을 소환한다.

그런 다음 "3대 국민 역린(입시·취업·병역)으로 꼽히는 병역 관련 특혜 의혹으로 불공정에 민감한 청년층이 부글부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 뒤 끝부분에서 "이번 의혹을 두고 2030세대들은 위법 여부를 떠나 불공정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내비쳤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보수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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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을 의결했다. ⓒ 청와대

 
공정성 문제를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보도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사실관계가 정확히 전달되고 당사자들의 주장이 공정하게 소개된다는 전제하에, 대중적 관점에서 공정성 문제를 논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그런데 보수 언론은 공정성이 관련된 또 다른 영역인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추미애 아들 문제를 대중적 관점에서 보도한 언론이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이란,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부당한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들이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대주주의 의사를 배제하고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제, 중대한 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뿐 아니라 국민 누구나 다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등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들은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되면 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이 재벌개혁을 위한 법률임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장면이다.

그런데 공정성을 화두로 하는 이 3법에 대해 보수 언론은 일반 대중이 아닌 재벌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일보>는 21일 자 사설 "여(與) 추진 기업규제 3법 찬성한 야(野),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에서 공정경제 3법을 '기업규제 3법'으로 규정한 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런 입법이 적절하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들도 생사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2분기 상장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11%, 15% 급감했다. 이런 때에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전전긍긍하게 하면 외국 경쟁기업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다.
 
재벌개혁·경제개혁이 추진될 때마다 항상 했던 이야기다. 다른 게 있다면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 사설은 공정경제 3법이 사회에 미치게 될 이익과 손실을 공평하게 저울질하지 않은 채 무조건 손해가 발생할 거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또 대중과 재벌에 미칠 영향 대신 재벌과 외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재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런 논법을 통해 공정경제 3법이 국내 대기업에는 손해, 외국 경쟁기업에는 이익이 될 거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그러면서 일반 대중에게 이익이 될 거라는 말은 꺼내지 않는다. 추미애 아들 문제에서는 대중의 관점으로 공정성을 판단하다가 이 문제에서는 재벌의 관점으로 사안을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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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자 <한국경제> 사설 "'공정 3법은 기업에 살인적 바이러스'라는 절박한 호소" ⓒ 한국경제

 
<한국경제>의 12일 자 사설 "'공정 3법은 기업에 살인적 바이러스'라는 절박한 호소" 역시 공정성 문제를 재벌의 관점에서 판단한다. 이 사설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내부거래 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기업들의 사업 의욕까지 완전히 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공정성과 관련된 법 제도를 비판하려면, 해당 법률로 인해 공정성이 어떻게 침해될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사설은 기업의 의욕 저하를 명분으로 공정경제 3법을 악법으로 몰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 기업지배구조를 법으로 뜯어고칠 필요가 있느냐는 황당한 비판까지 가하고 있다.
 
사실 기업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국가와 문화권마다 다양한 지배구조가 있고 어느 것이 우월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편향된 이념에 사로잡혀 획일적 규제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려 드는 것은 오만이며 매우 위험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사설은 재벌의 부당한 내부거래가 낳은 부조리가 이만저만이 아닌데도,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까지 한다. 사설 끝부분에서 "지금은 기업을 때리고 옥죌 때가 아니라 오히려 적극 지원하고 보호해야 할 시점이다"라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예컨대, 일본의 수출규제 극복을 위해 내부거래를 거꾸로 적극 활용해야 할 때도 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대기업의 이윤 증대를 위해서는 불공정을 눈감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추미애 아들 문제에서는 털끝만큼의 오점도 용납하지 않던 언론들이 재벌 문제에서는 코로나19까지 거론하며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재벌 문제에서는 일반 대중의 관점이 아닌 재벌 총수의 관점에 서다 보니 이런 황당한 주장이 과감히 나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해도 기성 언론의 역할 역시 여전히 적지 않다. 추미애 아들 문제 같은 사회적 논쟁거리가 등장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논쟁에 관한 기초적 사실관계를 제공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언론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언론이 편파적이고 부정확한 판단 자료를 제공한다면, 공정성과 관련된 논쟁이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공정경제 3법에 관한 보도 태도에서 나타나듯 보수 언론은 공정성 문제에서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

보수 언론이 추미애 아들뿐 아니라 '이건희 아들'이나 '조양호 딸'과 관련해서도 대중과 눈높이를 같이하게 되지 않는 한, 공정성 담론과 관련된 이들의 보도에 극히 주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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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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