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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저격한 조세연구원 보고서의 몇 가지 결함

통계 해석·발행 비용·분석 기간 등 자의적... "지역화폐 효과 실증적으로 보여주지 못해"

등록 2020.09.19 18:55수정 2020.09.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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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역화폐 카드 모습 ⓒ 박정훈


"지역화폐는 오히려 손해"라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연구 내용 및 해석에 여러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지역화폐 도입으로 소상공인 매출이 줄어들면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수치로 낸 결론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또 지역화폐가 활성화되기 전 통계만 분석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세다.

[쟁점 ①] 지역화폐로 매출 1.9% 감소?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살펴보니, 연구원은 지역화폐 판매량이 지자체 소상공인 총매출액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모형으로는 변수를 제거하는 삼중차분법을 활용했다.

보고서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특정 지자체 총생산(GRDP)의 1%를 지역화폐로 발행하면, 지역화폐 관련 산업군의 총 매출액은 1.9% 감소한다고 밝혔다.(보고서 55페이지).

하지만 이 같은 해석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를 본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여러 변수를 제거하는 삼중차분법을 사용한 분석이지만, -1.9%라는 매출 감소 수치(보고서에는 0.019로 표기)는 보고서의 통계에서도 유의미하지 않다"라며 "지역화폐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할 게 아니라, 매출 증감에 영향이 없었다고 해석하는 게 정확하다"고 밝혔다.

[쟁점 ②] 경제 활성화 효과 없다?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는 또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모든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사라진다"면서 지역화폐의 지출항목과 사용 가능한 장소가 제한돼 있어 소비자 후생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활성화 효과가 없다고 한 논리는 이렇다. 한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은 인접 지자체의 소비를 끌어오게 된다. 지역화폐에 지급되는 10%가량의 보조금이 유인으로 작용해 인접 지자체 거주자들까지 옆 지자체의 지역화폐를 구매해 그 지역에서 소비를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가 빠져나간 지역의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낮아지면서 전체적으로는 경제 활성화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 발행에 나설 경우 매출 증가에 따른 경제 활성화 효과 없이 결국 화폐발행비용만 낭비하게 된다는 게 연구원 결론이다. 

하지만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매출뿐만 아니라 파생되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은 "지역화폐 정책은 지역 내 돈이 돌게 하면서 다양한 경제 주체들의 소비 활동을 돕고, 그에 따라 창출되는 사회적 가치도 같이 놓고 봐야 한다"며 "단순히 몇몇 수치로 나온 자료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밝혔다. 

[쟁점 ③] 지역화폐 발행 비용이 액면가의 2%?

지역화폐 발행 비용을 지적한 부분도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당 보고서는 행정안전부 자료를 토대로 화폐발행비용을 액면가액의 2%라고 가정했다. 발행비용에는 상품권을 인쇄하는 비용도 포함(액면가액의 1%)돼 있다. 이어 9조원의 상품권을 발행하면 1800억원이 손실이 발생한다고 봤다.

그런데 경기도 지역 화폐의 경우 상품권이 아닌 카드를 활용하고, 다른 지자체들도 상품권에서 카드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9조원의 지역화폐가 모두 상품권으로 발행된다는 가정으로 손실 비용을 추산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지역화폐를 카드로 발행하는데 비용은 카드발행 업체가 부담하고 결제 수수료 수입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라 경기도가 카드 발행에 투입하는 비용은 없다. 

[쟁점 ④] 2018년 이전 데이터만 분석한 이유

분석을 수행한 시기도 논란이다. 연구원은 분석을 위해 지난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조사 전수 자료를 활용했다. 2018년까지 데이터만 분석한 것은 데이터 접근의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이 기간은 전국적으로 지역화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이다. 연구원이 추산한 지역화폐 발행 총액은 지난 2016년 1168억원, 2017년 3065억원, 2018년 3714억원에 불과했다.

화폐 발행 규모는 2018년 이후 급격하게 늘었다. 지역화폐가 활성화된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19년 4월부터 지역화폐를 본격 발행하기 시작했다. 2019년(10월 기준)에만 3조2000억원의 지역화폐가 발행됐고, 올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총 9조원 규모의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가장 최근 자료가 2018년 자료인데 당시에는 몇몇 지자체만 도입하던 때였고, 2019년 이후부터 정책이 본격 시행됐다"면서 "지역화폐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까지 내놨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도 보고서 말미에 이런 부분을 일부 인정했다. 연구원은 "화폐 여건의 변화가 효과 측면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발생시켜, 2019년 이후에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경제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내 사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방식이 낫다"며 지역화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 내용 아쉽지만, 학계 논의 이어져야"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보고서를 보면 지역 화폐로 대체하더라도 매출이 늘지 않는다는 이유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진 못했고, 결과를 해석하는 것도 아쉬운 지점이 있다"며 "연구 결과에 대한 의미나 한계에 대한 부분도 보고서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어 "그래도 보고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결과물로서 의미를 평가하고 향후 학계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에서 보고서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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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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