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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생물 대멸종 불러올 수 있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2억3300만 년 전 동식물 절멸은 100만 년 내린 비가 원인

등록 2020.09.18 09:24수정 2020.09.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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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케라톱스 공룡 화석. 지난 5억년 동안 공룡시대의 종말을 비롯해 대멸종 사태가 5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를 통해 2억3300만년 전에도 추가적으로 대멸종이 일어났다는 학계의 보고가 나왔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지난 5억 년 동안, 지구상에서는 5차례 정도의 대멸종 사태가 일어났다고 고생물학자들은 보고 있다. 대멸종이란 동식물을 가리지 않고, 육상과 바다에서 엄청나게 많은 생명체들이 사라져버린 일을 가리킨다. 대멸종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잖은 생물들이 자취를 감추는 멸종 사태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모두 20차례의 '재앙'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고생물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최근 2억3300만 년 전 일어난 멸종이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라 대멸종이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야코포 달 코르소 교수(중국 우한 지질과학대학)와 마이크 벤트 교수(영국 브리스톨 대학)를 포함한 17명의 학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기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 약 5억 년 동안 지구상 대멸종은 5차례가 아니라 6차례가 유력해졌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팀이 대멸종으로 추가한 2억3300만 년 전 '재앙'은 이른바 '카르니안 다우기 사태'(Carnian Pluvial Event)로 불리는데, 그 원인에 지구온난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불러 모은다.
 

공장 굴뚝에서 대량으로 연기와 수증기 등이 나오고 있다. 인간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최근 수십년 사이 급증하면서 과거 대멸종을 불러왔던 화산폭발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과 다름 없는 생물종 대량 절멸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2억3300만 년 전 당시 오늘날로 치면 북미대륙의 서해안 지역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규모 화산폭발 등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나고 지구의 기후가 '다우기', 즉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시기에 접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육상 생물은 물론 바닷속 생태계도 철저하게 파괴면서도 많은 생물종들이 최후를 맞아야 했다.

학자들은 당시 엄청난 양의 비가 지속된 기간이 무려 100만 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여름 지역에 따라서는 50일 이상 강수가 지속되며 시민들 사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됐다는 얘기가 많은데, 다우 기간이 100만 년이라면 그 끔찍함을 보통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달 코르소 교수는 "초대규모 화산 폭발과 함께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며 "당시 기후에 대한 연구에서 그런 증거들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서 마치  온실의 비닐이나 유리창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 
 

지난 1951~1978년 대비 2010~2019년 대기 온도변화의 정도. 북극 인근 지역의 온도가 예전보다 최근 들어 섭씨 4도 가량이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가 날로 더워지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특히 북반구, 그중에서도 유라시아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수억 년 혹은 수백만 년 전의 멸종 사태들은 평균 수명이 100년도 채 안 되는 인간들에겐 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지질학적 연대기로 '충적세'로 불리는 현 시기 또한 학자들은 멸종이 진행되는 기간으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그저 아득히 그 옛날의 사건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충적세는 약 1만 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일부 학자들은 현 시기에 '제6의 대멸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제6의 대멸종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난 5억 년 동안 대멸종이 5차례 있었다는 전제였는데, 이번에 국제 공동연구팀이 또 하나의 대멸종 사태 시기를 추가했으므로 현재 진행되는 멸종은 '제7의 대멸종'으로 바꿔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에 새롭게 대멸종으로 추정된 '카르니안 다우기'를 포함한 지난 5억 년 간 20여 차례의 멸종은 원인이 한결같이 '천재지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일한 예외는 현재 진행 중인 충적세 멸종으로 학자들은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와 생물의 절멸, 지구온난화 등을 주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구가 생겨난 지는 대략 45억 년쯤 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간, 공룡 등을 포함해 지구에 출현했다가 사라진 수많은 동식물들 가운데 현생인류의 위치는 여러 측면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스스로 종의 절멸을 불러올 수 있고,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구상 생물을 대멸종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최초의 생물종이 호모 사피엔스일 수 있다는 점도 그중 하나일 것 같다. 
#대멸종 #온난화 #지구 #이산화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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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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