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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워런 버핏 만남 숨긴 이유? 범죄니까"

[공소장 분석 인터뷰②] 김남근 변호사 "주가 조작, 무기징역도 가능한 파렴치한 범죄"

등록 2020.09.17 11:50수정 2020.09.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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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이재용은 2015. 7. 11.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워런 버핏을 직접 만나 위(삼성생명 사업회사) 매각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고…
 
삼성그룹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공소장에는 뜻밖의 이름이 나온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이다.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적인 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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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근 변호사 ⓒ 권우성


당시 논의 대상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과 의결권을 둘러싼 이면 계약도 있었다.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한 제일모직은 이 같은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불법 경영권 승계 작업에 직접 나선 정황을 확보한 셈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워런 버핏과의 계약은 굉장한 비밀 계약이어야 한다. 그 사실이 드러나면 그 자체가 범죄행위이고, 그해 7월 17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무산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본인한테 중요하니까 본인이 직접 갔을 것이다. 또한 자기 주식을 파는 게 아니라, 삼성생명을 주식 파는 것이니 그렇게 했을 것이다."

공소장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선 대목은 또 있다. 이 부회장은 워런 버핏을 만나기 4일 전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삼성물산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해달라고 청탁했다는 내용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관여했다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려고 할 텐데, 이재용 부회장이 워런 버핏을 찾아가서 만나거나 국민연금 쪽과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2015년부터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등을 지내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는 "삼성물산은 제일모직보다 덩치가 2~4배 큰 회사인데,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3배 큰 회사가 됐다"면서 "상식에 어긋난 합병 시도였기에, 부당하고 불공정한 합병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고 강조했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김남근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16일 예정된 참여연대의 공소장 분석 기자회견 준비로 바쁜 상황이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삼성의 큰 그림, 바이오사업을 에버랜드에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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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근 변호사 ⓒ 권우성

 
- 공소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무엇인가.
"공소장에는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왜 무리하게 에버랜드(2014년 제일모직으로 개명)와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삼성은 2000년 이전 '이재용 부회장 →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기본 축을 마련했다. 하지만 2000년 11월 시행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한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위험이 있었다. 그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1대 주주(7.21% 지분 보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고 지분을 대거 팔아야 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금산분리 강화와 순환출자 규제 방안을 내놓자, 삼성은 위기를 느꼈다.

- 삼성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이 추진되자, 이를 무척 걱정했던 것 같다.
"금산분리, 순환출자, 금융지주회사법 등 경제민주화 입법이 추진되면서, 각각 삼성전자 주식 7.21%, 4.2%를 보유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두 축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삼성은 골드만삭스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았는데, 결론은 삼성물산의 지배권을 가져야 한다는 거였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에버랜드를 삼성물산과 합병해서 삼성물산 지배력을 갖게 되면, 삼성그룹의 안정적인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계획을 세운 것이다."

- 삼성은 왜 정정당당하게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예전부터 우리 사회에 편법이 통하지 않았다면,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은 사력을 다해 돈만 생기면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자기 돈을 가지고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게 아니라 계열사를 통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계열사 주주들의 이익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게 큰 틀에서의 방향이고, 그게 범죄가 된 거다."

- 공소장에서 삼성그룹이 그룹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사업을 에버랜드에 밀어줬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에버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큰 방향이 잡힌 거다. 에버랜드는 작은 회사고, 삼성물산은 어마어마하게 큰 회사다. 에버랜드만 삼상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사도록 했고, 삼성물산으로 하여금 그 주식을 포기하도록 했다. 바이오사업에 그룹 역량을 투입해 에버랜드가 커진 적정한 시점에 삼성물산과 합병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그 시기를 앞당겨야 했고,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김남근 변호사는 공소장에서 삼성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청탁했다는 내용을 주목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등이 2015년 4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추진 계획을 수립하면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에 허위 설명자료를 제공하고, 학연·근무연 등 인맥을 이용해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위원들에게 합병 청탁을 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이 2015년 7월 7일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만나 "합병이 무산될 경우 플랜 비(Plan B)는 없다, 이번에는 무조건 성사시켜야 한다"며 합병에 찬성해 달라는 취지로 청탁한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김 변호사의 분석이다.

"삼성은 전문위원들 학벌, 인맥을 다 조사해 설득했다. 설득이 안 되니,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방향을 돌린 것 같다. 위에서부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니 대통령을 통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공소장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뜻밖의 인물은 워런 버핏이다. 공소장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생명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사업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워런 버핏을 만났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면 계약을 제시했다는 내용도 나와 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 등이 투자설명회 자료 등에 제일모직의 주요 자산인 삼성생명 지분 매각, 지주회사 전환 등의 정보를 알리지 않아 합병과 관련해 부정한 수단, 위계를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다음은 공소장 내용이다.
 
피고인들은 2015년 6월 8일 골드만삭스를 통해 워런 버핏에게 (중략) 버크셔 해서웨이가 그 (삼성생명) 지주회사로부터 사업회사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를 제안하였다. 이와 더불어 위 피고인들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삼성전자 지분을 7~10년간 보유하며 삼성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하는 이면 약정 및 이러한 약정이 알려지면 금융위원회에서 삼성생명 분할 승인이 거부될 수 있어 이면 약정 사실을 비밀로 하고 워런 버핏이 먼저 거래를 제안했다고 공표해 주기로 거래명분을 가장하는 비밀 약정도 함께 제안하였다.

이후 피고인 이재용은 2015. 7. 11.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워런 버핏을 직접 만나 위 매각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고…

-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미국에 가서 워런 버핏을 만났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생명의 주식을 파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워런 버핏이 그 지분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지분관계가 정리되면 다시 되팔아주는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이면 계약으로서 특혜를 주는 것이고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금호가 그래서 망했다. 투기·투자자본 입장에서 경영권 승계 구도를 이용해 굉장히 유리한 옵션계약을 했을 거다. 문제는 그 비용을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삼성그룹 계열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그것 자체가 배임죄가 될 수 있고, 수사 확대의 여지도 있을 것이다."

- 국민연금이나 워런 버핏 만남의 경우, 공소장에 이재용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이는 몇 안 되는 사례다.
"워런 버핏과의 계약은 굉장한 비밀 계약이어야 한다. 그 사실이 드러나면 그 자체가 범죄행위이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무산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본인한테 중요하니까 본인이 직접 갔을 것이다. 또한 자기 주식을 파는 게 아니라, 삼성생명을 주식 파는 것이니 그렇게 했을 것이다."

- 향후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검찰이 공소제기한 내용의 범죄사실에 관여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미전실)이라는 조직이 모두 지시했는데, 미전실 논의·결정 과정에서의 이재용 부회장 관여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밑에 있는 사람이 떠안고 가겠다고 할 수 있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관여했다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려고 할 텐데, 이재용 부회장이 워런 버핏을 찾아가서 만나거나 국민연금 쪽과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 이재용 부회장 등의 가장 큰 혐의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허위로 추진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하락을 방어했다는 공소장 내용은 충격적이다. 이처럼 인위적인 주가부양을 시도했다면, 이는 파렴치한 행위다. 법에 따르면,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많은 피해자를 만들고,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큰 범죄다."

- 뒤늦게 공소장에 포함된 업무상 배임을 두고 논란이 크다.
"당초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에는 없었던 내용이었다. 우리 법원은 무모한 판단이었더라도 경영적 판단의 경우, 배임죄가 안 된다고 보면서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두고 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 이사회의 자체적 결의나 경영적 판단이 아니라 미전실이라는 외부 지시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배임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재판이 시작되면 검찰에서 업무상 배임으로 인한 손해가 얼마인지 증명해야 할 것 같다.
"재판부가 검찰에 금액을 특정하라고 할 것이다. 검찰이 금액을 특정하지 않고 업무상 배임으로 기소하면 안 되지만, 하여튼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금액을 특정하지 않고 기소를 했다."

수사 시작은 참여연대의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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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근 변호사 ⓒ 권우성

 
검찰 수사팀은 지난 1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2016년 참여연대의 이재용 부회장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참여연대의 역할이 컸다.
"삼성그룹이 '정부는 우리를 못 건드린다', '검찰이 우리 조사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위험 신호를 줬다. 삼성의 불법 행위를 감시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이를 반드시 짚고 해결해야 공정한 질서가 잡힌다고 생각했다. 검찰이나 공정위가 경제범죄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참여연대는 그 소임을 다한 것 같다."

- 이번 사건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나.
"노무현 정부 때부터 재벌개혁법안들이 마련됐지만, 탈출구를 만들어줬다. 대기업 지배구조개혁, 재벌개혁을 소홀히 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다. 미국은 2002년 엔론 사태 이후 사베인-옥슬리 법을 통해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같은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했다. 우리 역시 재벌개혁입법으로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 등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 향후 재판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법리나 사실관계 다툼은 어느 순간 허망하게 가버리고, 재벌 총수 구속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집행유예가 나올지도 모른다. 재벌 총수가 구속되면 대기업이 어려워진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SK 사례도 있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이미 드러났다. 법은 만인 앞에서 평등하다는 헌법 이념이 구현돼야 한다.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법에 따라 엄정하게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관련 기사
[전문보기] 이재용 공소장 전문을 공개합니다  http://omn.kr/1ovbn
[공소장 분석 인터뷰 ①] "이재용은 모른다? 그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아니었다" http://omn.kr/1owj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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