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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의 향기는 느껴지는데, 이 아쉬움은 뭘까

[리뷰] 엑스맨시리즈 스핀오프 영화 <뉴 뮤턴트>

20.09.11 14:03최종업데이트20.09.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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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뉴 뮤턴트>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느 날, 대재앙이 덮친 마을에서 혼자 살아남은 '대니(블루 헌트)'는 '닥터 레예스(앨리스 브라가)'가 관리하는 비밀 시설에 갇힌다. 이미 그곳에서 지내고 있던 십 대의 돌연변이 '레인(메이지 윌리암스)'과 '일리야나(안야 테일러조이)', '샘(찰리 히튼)', '로베르토(헨리 자가)'와 함께 대니는 심리 상태를 감시받으며 닥터 레예스로부터 돌연변이 능력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러나 대니가 들어온 직후부터 알 수 없는 일들이 하나둘씩 벌어지자, 자신들의 힘을 두려워하고 다룰 줄 몰랐던 십 대 돌연변이들은 믿기지 않는 경험을 하며 자신들의 능력을 각성하기 시작한다. 

2000년부터 이어져 온 엑스맨 시리즈는 20세기 폭스가 디즈니로 인수된 뒤 공개된 <엑스맨: 다크 피닉스>(2019)가 평단의 혹평과 관객들의 싸늘한 반응을 받으면서 실망스럽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엑스맨 시리즈는 유종의 미를 거둘 마지막 희망을 갖고 있었다. 병원에 갇힌 십 대 돌연변이들의 이야기를 호러로 풀어낸, 시리즈의 마지막 스핀오프(spin-off) <뉴 뮤턴트>가 그 희망이었다. 

그러나 배급사 매각과 시리즈의 마무리, 심지어 팬데믹으로 인해서 좀처럼 개봉일이 정해지지 않는 사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나날이 떨어져 갔다. 마침내 지난 10일 개봉한 <뉴 뮤턴트>는 일관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서 남아 있던 기대마저 꺾어 버렸다. 

기본적으로 <뉴 뮤턴트>는 세 가지 플롯이 합쳐진 영화다. 첫째로 십 대 돌연변이들이 병원과 관련된 과거와 현재 사건의 진상을 찾아내며 하나의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둘째로는 주인공 대니의 이야기가 있다. 돌연변이인 줄 몰랐던 그녀는 자신의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녀의 능력이 만들어낸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극복한다. 마지막으로 대니의 이야기를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작중 등장하는 돌연변이들이 공유하는 공동체의 서사로 확장하는 플롯이 있다. 이때 서로 다른 세 가지 플롯은 그 내용에 따라 제각기 슈퍼히어로, 하이틴, 호러 장르의 특징을 통해 제시된다. 
 

영화 <뉴 뮤턴트>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선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만큼, <뉴 뮤턴트>는 엑스맨의 이름이나 자비에 영재스쿨 등이 직접 언급되는 등 기본적으로 슈퍼히어로 영화인 엑스맨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엑스맨 시리즈의 차별화된 두 개의 주제의식을 계승한다. 하나는 주로 본편에서 강조되었던, 인간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차별과 핍박에 맞서는 돌연변이들의 선택을 둘러싼 철학적이면서도 감정적인 논쟁이 있다. 다른 하나는 돌연변이들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들의 능력을 탐하고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욕심에 대한 이야기로, 주로 프리퀄이나 스핀오프 시리즈에서 다루어졌다. <뉴 뮤턴트>는 자신들을 비윤리적으로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음모에 맞서는 돌연변이들을 다루면서 후자의 메시지를 이어나간다. 

한편 주인공인 대니의 개인적인 서사는 엑스맨이라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와중에 하이틴 영화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기존 시리즈들이 어떻게 돌연변이 학생들이 엑스맨으로 거듭나는지 그 과정을 꾸준히 보여주었던 만큼, 한 십 대 청소년 돌연변이의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은 그리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닥터 레예스의 입을 빌려 대니의 성적인 발달과 돌연변이 능력의 발현을 같은 것으로 설명한다. 그녀가 자신의 능력 때문에 지니게 된 트라우마나 콤플렉스는 사춘기 시절에 겪을 수 있는 부모 혹은 친구들과의 갈등과 연결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첫사랑, 반항, 부모와의 갈등, 친구 관계와 같은 청소년의 관심사를 그린 영화를 하이틴 영화라고 칭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뉴 뮤턴트>를 그 범주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호러 장르를 꺼내 든다. 다섯 명의 돌연변이들이 기억하는 최악의 순간과 경험이 현실로 나타나서 그들을 위협한다는 전개는 스티븐 킹의 공포 소설을 영화한 <그것>을 연상케 한다. 이는 불안정하고 어두운 힘이 가득한 청소년들의 내면을 외적 세계로 끄집어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엑스맨 시리즈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공포를 만들려 한 영화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장르의 플롯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결과 <뉴 뮤턴트>는 각각의 플롯이 의도한 메시지와 재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실패한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과거에 겪은 사건들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장면을 보여주다가, 즐겁게 파티를 하는 십 대들의 모습을 등장시킨 후, 또 갈등을 빚다가 급하게 화해하면서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진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구조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세 가지 플롯을 모두 소화해야 하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듯,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흐름을 고려하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에피소드들을 도구적으로 이어 붙이는 것이다.
 

영화 <뉴 뮤턴트>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예를 들어 영화는 다섯 명의 돌연변이가 함께 지내며 단체 심리 상담을 하고, 아지트로 사용하는 다락방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하이틴 영화로서 주인공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친밀감을 쌓고 서로의 관계를 형성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중 몇몇은 자신들의 사연을 말하는 것을 거부하다가, 뚜렷한 동기나 심적 변화가 없는데도 갑자기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서 매우 친절한 설명을 들려준다. 청소년들의 충동적이고 어두운 내면을 호러 장르의 소재로 이용하려는 목적 때문에 아무 맥락 없이 주인공들의 사연을 하나씩 소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개는 그들이 진정한 친구이자 하나의 팀이 되어 서로의 아픔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엑스맨스러운 결말을 위한 무리한 포석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전개는 작위적이고 설득력이 부족하다.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하나의 팀을 이루는 과정의 깊이는 얕다. 엑스맨 시리즈의 진중한 주제의식은 십 대들의 장난스럽고 치기 어린 태도와 만나면서 그 무게감을 상실한다. 지속적으로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위기감을 안겨주지 못한 채 단발성 서프라이즈만 반복되면서 <뉴 뮤턴트>는 진행될수록 공포 영화의 덕목을 잃는다. 

본래 <뉴 뮤턴트>는 엑스맨 시리즈의 종료가 확정되기 전에 기획된 스핀오프로, 시리즈에서 등장한 적 없는 호러 장르와의 만남을 통해 장수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영화였다. 슈퍼히어로라는 장르 안에서 서로 다른 세부 장르들을 선택해 신선함을 유지하는 MCU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흐름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MCU가 판타지(토르), 첩보물(캡틴 아메리카), 스페이스 오페라(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다양한 장르의 히어로 영화를 보여주었듯이, 엑스맨 시리즈도 서부극의 형식을 차용한 <로건>이나 코미디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데드풀>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이 시리즈의 확장에서 에필로그로 갑작스럽게 달라졌기 때문일까. <뉴 뮤턴트>는 메이지 윌리암스와 안야 테일러조이 등 떠오르는 스타들까지 출연시켜놓고도 히어로, 하이틴, 호러 중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헤매면서 실망스러움을 안겼다. 그나마 덕분에 엑스맨들이 미련과 아쉬움 없이 MCU에 새롭게 합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뉴 뮤턴트>가 남긴 몇 안 되는 소득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potter1113)에 게재한 글입니다.
영화리뷰 뉴 뮤턴트 엑스맨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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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는 하루, KinoDAY의 공간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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