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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우와 태풍, 부산 언론은 두 가지에 주목했다

[부산 지역언론 톺아보기] 자연재해에 취약한 원전과 빌딩풍... 계속 관심 두고 살펴야

등록 2020.09.10 17:29수정 2020.09.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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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200mm 넘은 폭우와 태풍 '마이삭' '하이선'이 잇따라 강타하면서 부산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역 언론은 특보를 내보내고 시청자와 댓글로 소통하며 밤샘 중계를 하는 등 재난보도에 집중했습니다. 지역에 국한한 재난은 소홀히 다뤄진다거나 현장과 밀착한 신속한 정보전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진일보한 변화를 보였습니다.

지역 언론 5개사가 부산의 재난 위험 요소로 공히 꼽은 것은 바로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가동 중단과 빌딩풍이었습니다. 

부산일보 원전 송전설비 침수 단독보도 
태풍에 원전 가동중단 속출‥. 지역언론 안전 여부 계속 감시해야

 

부산일보 8월25일 1면 ⓒ 부산일보

 
특히 부산일보는 7월 폭우 때 신고리 3·4호기의 송전설비가 침수됐음을 알리는 보도를 선제적으로 내보냈습니다.

8월 25일 <신고리 3·4호기 지난달 폭우 때 송전설비 침수>(1면, 황석하, 권승혁, 이승훈)에서 일부 건물에 빗물이 샜다는 의혹도 제기하면서, 당시 한수원이 침수 사실을 지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음을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보도 이후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산YWCA 등 부‧경 환경단체와 부산에너지정의행동은 각각 성명을 내고 철저한 점검과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는데, 다시 26일 <부울 환경단체 "1조 쏟아붓고도 침수 큰 충격... 신고리 3·4호기 철저 조사를">(2면, 황석하, 권승혁, 이승훈)에서 환경단체의 지적도 비중 있게 실었습니다. 점차 강도가 높아지는 자연재해에 대비해 원전 당국이 안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지역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운 보도였습니다. 

9월 들어 연이은 태풍으로 고리3·4호기, 신고리 1·2, 그리고 월성 2·3호기까지 모두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가 있습니다. 지역 언론은 가동 중단 상황을 주요하게 보도했는데요, 부산MBC <"원전 자연재해에 셧다운 위험 크다">(9/3, 단신), 부산일보 <이번엔 월성 원전 2·3호기 정지... 태풍 2개에 6기 멈췄다>(9/8, 2면, 송현수)에서는 철저한 조사와 함께 셧다운 우려에 따른 전력공급 중단 대책 촉구, 진상을 은폐하려는 당국을 비판하는 환경단체, 주민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한수원은 원전이 충격을 받을 때는 가동이 중단되도록 매뉴얼화 돼 있고 이에 따른 가동중단이었다며 별일 아닌 듯이 해명했지만, 사고 원인 파악은 차후에 이뤄졌고 이런 상황이 즉시 주변 주민에게 알려지지 않는 데서 불안감은 커집니다. 사고 원인이 무엇이고 원전 당국이 제대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꾸준한 후속보도가 필요합니다. 


태풍으로 '빌딩풍' 위험성 확인... 지역언론 적극 보도 
부산일보 '커튼월공법' 문제 지적
국제신문 '해안가 난개발' 비판 목소리 전달 


전국에서 초고층 건물이 가장 밀집한 부산에서는 빌딩풍이 주요 재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태풍 당시에도 해운대, 동구 북항재개발 부지 등지의 초고층건물 창문이 깨지는 등 피해가 발생해, 빌딩풍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부산MBC는 지속적으로 빌딩풍에 관한 리포트를 내고 있는데요, 9월 2일 <초고층 최다 부산, 마이삭에 "빌딩풍" 초비상>(이두원)에서도 보도했습니다. 

특히 3일 마이삭 때 부산대 권순철 교수 연구팀(행정안전부 빌딩풍 용역수행)이 101층 건물 엘시티 근처에서는 해운대 바닷가보다 바람이 2배 세게 불었다는 관측 결과를 알렸는데, 4일 국제신문 <태풍 당일 엘시티 조사해보니 '빌딩풍' 위력 주변보다 2배 세'>(3면, 김민주), KNN 5일 <태풍 '마이삭'으로 드러난 빌딩풍 위력>(황보람), 7일 부산MBC <초고층 통과하니 '2배'... 빌딩풍 '위력' 입증>(황재실)에서도 보도했습니다. 

부산일보는 7일 사설 <"빌딩풍은 신종 재난" 설계·안전 대책 입법화 시급하다>에서 빌딩풍 관련 위기 경보체계와 안전관리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주거지로 각광을 받는 해운대 고층 아파트 단지가 태풍 앞에서는 특히 취약할 수 있음을 공통적으로 주목한 겁니다. 

이런 가운데 부산일보는 8일 <해안가 '커튼월 공법' 건물, 안전규정 강화 한목소리>(2면, 곽진석)에서 창문을 건물외벽으로 삼는 '커튼월 공법'이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하고 내진 설계, 창문 구조 강화와 더불어 '건축 허가 시 빌딩풍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포함'시키자는 하태경 국민의 힘 의원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국제신문은 8일 <초고층의 역설... '오션뷰 욕망'이 부른 태풍 공포>(1면, 김민주)에서 조망권을 차지하려는 해안가 중심 난개발이 빌딩풍이라는 재난을 만들었다며 해안가 초고층건물은 허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가 불러일으킨 슈퍼태풍은 빈도와 강도가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기후위기가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당장 현실로 닥친 지금, 핵발전소와 초고층빌딩을 가진 부산은 태풍에 특히 취약합니다. 시민의 안전이 지켜지도록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감시하는 보도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나아가 난개발·특혜로 인한 초고층건물 난립을 막기 위한 방안에도 주목하기를 바랍니다. 
#부산민언련 #지역언론톺아보기 #재난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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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불공정한 언론 보도와 행태를 개혁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로, 설립 목적인 언론감시, 시민을 위한 다양한 미디어교육, 시민미디어참여를 위한 지원과 제도 마련, 정부의 언론정책 및 통제 감시와 개선방안 제시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주권시대를 맞아 시민이 스스로 미디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지원하는 일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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