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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랑 같이 페미니즘 서점에 가 볼래?

[관서동 사람들] 봉천동 '책방 달리 봄'... 서적·공연부터 중장년 여성 위한 '자서전 키트'까지

등록 2020.09.09 09:08수정 2020.09.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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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서초·동작 청년들과 함께 알고 싶은 가게를 소개해드립니다. 관·서·동 청년세대 지원센터 '신림동쓰리룸'과 '프로딴짓러' 박초롱 작가가 안내하는 '관서동 사람들'은 당신 주변의 바로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먹고, 살고, 나누고, 웃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페미니즘 책방 '책방, 달리 봄'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2015년 이후 페미니즘은 붐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페미니즘을 둘러싸고 성별 간, 세대 간 토론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그 주제를 테이블에서 내려놓을 만큼 성숙하지는 못했다.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의 저자 김은실은 '지금 한국 사회에 적절한 (페미니즘의) 새로운 이론이나 개념을 토론하는 공론장은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페미니즘 서점 '책방, 달리 봄'은 일상 속에 자리한 담론장의 가능성이자 페미니즘 관련 서적의 허브이다. 페미니즘 책이 한곳에 모여 있을 뿐 아니라 지역의 서점, 스튜디오들과 함께 하는 행사나 방송, 콘텐츠들도 만들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는 '멀고도 가까운'이라는 제목으로 스튜디오 블루와 함께 여성 뮤지션들의 정기공연도 열고 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생애를 그들의 음악 이야기와 묶어 만든 인터뷰집과 음반 '이야기, 멀고도 가까운'은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천만 원이 넘는 후원을 받기도 했다. 

서울청년센터 관악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에서는 지역 가게를 소개해 지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네 상권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관서동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책방, 달리 봄'의 류소연 대표를 만났다.

페미니즘 책방이 말하는 페미니즘
 

페미니즘 책방 '책방, 달리 봄'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책방, 달리 봄'은 페미니즘 책방으로 알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특정 주제를 잡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책방도 잘 안 오는데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잡으면 더 안 오지 않을까 염려도 됐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주제가 있는 서점은 주제와 연관 지어 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이 많아서 좋아요. 책방의 주제가 사회적 이슈랑 연결될 때는 개인의 활동과 연결 지어 무언갈 기획하기도 좋고, 관련 단체들과 모임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7월에는 권김현영의 책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를 주제로 독서모임을 열었고요. 신승은, 이호, 슬릭, 성진영, 이랑님 등 다섯 분의 뮤지션과 함께 거리두기 북토크 '이야기, 멀고도 가까운'도 진행하고 있어요. 여성과 음악을 매개로 연대하는 의미를 담았죠.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 팟캐스트 '말이 좀 짧을 수 있어요'도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고요. 

-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이 지난 몇 년간 많이 변화해온 것 같습니다. 서점지기가 느끼기에는 어떠신가요?

"저희 책방에 오시는 분들은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하시고,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특히 다른 소수자들을 배제하지 않는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분들이 오시죠."
 

페미니즘 책방 '책방, 달리 봄'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페미니즘에도 다양한 결이 있는데 대표님의 철학은 어떠신가요?

"페미니즘은 다른 소수자가 처한 상황에 대해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하고 여러 사회문제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인식론이라고 생각해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다'라는 정희진의 문장을 좋아하는데, 기존의 질서에서 배제되고 있는 존재들이 누구인지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을 알게 된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기도 하고, 그 상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인권은 파이처럼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사람이 소수자로서 경험하는 억압을 단일하게 설명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교차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 책방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신데요. 한 가지 이야기해주신다면요?

"동화책 만들기 모임을 하고 있어요. 기존의 동화책에서 성차별적인 내용 혹은 누군가를 혐오하는 내용을 바꿔보는 거죠. 제 친구가 유치원 선생님인데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 중에 혐오적인 내용이나 차별적인 그림이 그려진 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모임을 이끌어 가고 있어요."

- 어떤 내용들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동화책 <개구리 왕자> 기억나세요? 공주가 공을 가지고 놀다가 물에 빠뜨렸는데, 개구리가 그 공을 찾아주는 대신 자기와 친구를 해달라고 하잖아요. 친구가 되는 건 좋은데 점점 무리한 요구를 해요. 밥도 같이 먹어야 하고 잠도 같이 자야 한다고 하죠. 공주가 싫어하는데요. 게다가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고 나서는 갑자기 공주와 키스를 하고 결혼을 하죠. 공주 의사는 묻지도 않는데 너무 자연스럽게요.

사실 개구리가 꼭 왕자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왕자가 된다고 갑자기 결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죠. 관계를 맺는 것도 타인을 존중하면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 동화에는 그런 게 빠져있어요."

- 그래서 동화를 어떻게 바꾸셨나요?

"<개구리 왕자>를 개작하신 분은,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지 않고 두 주인공이 친구가 되는 내용으로 바꾸셨어요. 아주 다른 두 존재가 어떻게 동등하게 서로를 존중하며 관계 맺으며 가까워질 수 있는가 하는 주제를 다룬 내용으로 바뀌었죠."

어릴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동화 <개구리 왕자>가 그런 내용이었다니 충격이었다. 두 돌이 막 지난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시대에 아직도 동화는 백 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동화를 읽는다는 게 무서웠다. 류소연 대표는 아이뿐 아니라 중장년 여성의 이야기도 책으로 만들고 있었다. 

중장년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는 이유
           

페미니즘 책방 '책방, 달리 봄'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책방뿐 아니라 출판사도 운영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허스토리'라는 출판사죠?

"이제까지 배제되어 왔던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보고 싶어서 '허스토리'라는 출판사를 만들었어요. 처음에 자서전을 만드는 일로 시작했어요. 중장년과 노년 여성들, 특히 엄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펴내는 일이었죠.

여성들이 나이가 들면 당연히 결혼할 거라고, 엄마가 될 거라고 기대하잖아요. 자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엄마라고 불리는 것 같아요. 사회에서도 나이 든 여성들보고 친근하게 부를 때 '어머니'라고 부르잖아요. 그 이름으로밖에 호명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다른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어요. 엄마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만드는 서비스를 시작했죠."

- 지금도 할 수 있나요?

"네. 신청하시면 인터뷰를 통해 구술 자서전을 만들어드려요. 홈페이지에서 신청하실 수 있어요. 또 우리가 가지 않고 사람들이 직접 기록해볼 수도 있겠다란 생각으로 워크북 키트로도 만들었어요."

- 왜 중장년층 여성에게 중심을 맞추셨나요?

"지금까지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말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의 여성들은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자신에게 역사가 있음을 알게 되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는데, 장년, 노년의 여성들은 그 경험이 적거나 없죠.

저희는 이들이 자기 역사를 말할 수 있도록 듣고 기록하는 이들이 되려 해요. 저희 할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듣고서도 쭉 기록을 하지 못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허스토리 한 지 일 년 정도 지났을 때 그런 흐름을 살려 책방을 열게 됐죠."

허스토리에서 '그 여자의 자서전'를 신청해 '엄마'의 자서전을 의뢰할 수 있다. 엄마의 이야기를 구매자가 직접 기록할 수 있는 툴킷(ToolKit)은 시중 서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엄마의 생애연보를 만들어보고 준비된 질문지를 통해 엄마의 생애를 객관적으로 꾸려볼 수 있었다. 
 

페미니즘 책방 '책방, 달리 봄'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이런 표현이 적당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페미니즘 입문자를 위한 책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신간인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을 추천해요.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전염병 앞에서 우리가 평등하게 피해를 보는 것 같지만 사실 더 취약한 집단들이 있었던 거죠. 폐쇄병동이나 콜센터 노동자분들이 코로나에 가장 먼저 걸렸던 것처럼요.  

코로나 때문에 가시화되는 차별이나 불평등의 문제도 있죠. 이태원 클럽발 확진 사태 이후 많은 이들이 실제로 낙인찍기와 아웃팅의 위협을 느껴야 했고요. 많은 걸 비대면으로 처리한다지만 간병노동 같은 돌봄 노동은 비대면이 불가능하거든요. 돌봄 노동과 같이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은 대면 서비스 직종도 그렇죠.

코로나19로 드러난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떤 고민들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입문자를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읽어내고 싶은 분들께 알맞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칼럼 여러 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라서 더 부담없이 추천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점이 있는 봉천동은 서울대 인근의 '샤로수길'과 가까우면서도 주택가가 많은 지역이다. 책방도 많아 소상공인끼리 작은 커뮤니티도 형성된다. '책방, 달리 봄'은 지난 6월에 노들서가에서 하는 '초록의 섬에서 만나는 관악구 동네 책방' 모임에 참여하기도 했다. 관악구의 살롱드북, 앰프티폴더스, 관객의 취향 등의 서점과 함께 책과 동네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였다.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공간
 

페미니즘 책방 '책방, 달리 봄'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봉천동에 자리잡으신 이유가 있나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어요. 원래도 이 근처인 흑석동에서 살았어서 이 지역을 잘 알고 있었죠. 역과 가까우면서도 동네 분위기를 잃지 않는 게 좋았어요. 걸어오시면서 보셨겠지만 오는 길이 참 동네스럽잖아요. 주차된 차들 밑에 고양이도 많고, 고양이 챙겨주는 사람도 많은 따뜻한 동네죠."

- 앞으로 서점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요?

"달리 봄 책방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어요. 멤버가 되면 오프닝 특강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큐레이션 도서도 발송해드려요. 저희가 만드는 페미니스트 큐레이션 웹진 '달리봄' 구독권도 받을 수 있고요.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두 명의 애인과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홍승은 작가님의 특강도 계획하고 있어요. 책방은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꾸준히 할 예정입니다."
           
페미니즘 서점 '책방, 달리 봄'은 동물과 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에게도 활짝 열려있다. 누구나 환영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류소연 대표는 동네 사람들도 마실 나오듯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고 말했다.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공간에 와서 편히 쉬다 가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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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서울시와 관악구의 청년정책을 수행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 현재 시설(관악구 신림동 241-22, 302)은 휴관 중이며 대부분의 지원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 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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