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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도 인정한 한미동맹, 미 국무부는 왜 반박했을까

[주장] 대북·대중국 압박에 한미동맹 활용하는 미국... 이것은 냉전동맹이다

등록 2020.09.08 14:22수정 2020.09.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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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정 목사와 이야기하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2일 평화동맹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이 장관(왼쪽)이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를 방문하여 이홍정 목사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평화동맹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방문해 이홍정 총무를 만난 자리에서 "한미관계가 어느 시점에선가는 군사동맹과 냉전동맹을 탈피해서,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발언함으로써 지금의 한미동맹을 냉전동맹으로 규정하고 이를 평화동맹으로 발전시킬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동안 미국 국무부는 동맹국에서 나오는 이런 발언에 대해 웬만해선 논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의 소리>를 통해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이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신문의 5일 자 기사 "국무부 '미한동맹은 냉전동맹' 지적에 '안보협력 넘어선 확고한 유대관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의 소리>에 이런 의견을 보냈다.

"우리(한미)의 동맹과 우정은 안보 협력을 넘어선다. 그것은 경제, 에너지, 과학, 보건, 사이버 안보, 여성 권익 신장을 포함해 지역 및 글로벌 쟁점의 범주에 관한 공동 협력을 포괄한다."

이처럼 국무부는 '한미동맹이 공산권에 맞서 안보를 추구하는 냉전동맹을 넘어섰으며, 경제·에너지·과학·보건 및 사이버 안보와 여성 권익을 추구하는 평화적인 동맹을 지향한다'는 주장으로 이인영 발언을 반박했다.

미 국무부 이어... 국내 일부 언론도 이인영 발언 비판

비판은 미 국무부뿐 아니라 국내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다. 7일 자 <문화일보> 사설 "통일장관 '한미동맹 해체론', 문 대통령 생각인가"는 한미동맹이 이미 냉전동맹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역대 정부를 거치며 지역 및 세계 안보와 평화 유지, 그리고 경제와 가치 동맹으로 진화"했으며 "따라서 이 장관 발언은 현 동맹의 본질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것이라는 게 이 사설의 주장이다.

이 사설은 평화동맹이란 용어에도 거부감을 표시했다. "평화동맹은 더 문제다"라며 "한미동맹에서 상호방위 개념을 삭제하는 것으로, 북한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보이는 까닭"이라면서 이인영의 발언을 북한과 연결시켰다.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 "이인영 '한미 냉전동맹 탈피해야'... 동맹 흔드는 철 지난 인식"도 마찬가지다. 이 사설은 "이 장관의 발언은 다분히 북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시작된 한미동맹이 군사동맹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법치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 진화했음을 이 장관과 북한만 부인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사실, 모든 동맹은 평화를 지향한다. 제3국과 대결하기 위한 것일지라도 동맹 내부적으로는 평화를 추구한다. 전쟁 중에 결성된 동맹도 마찬가지다. 전쟁 중의 이런 동맹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다.

동맹에는 한쪽 당사자(A)와 또 다른 당사자(B), 그리고 동맹의 적대 진영(C)이 관련돼 있다. 모든 동맹은 A·B 중의 한쪽 또는 A·B 양쪽의 평화를 목표로 한다. 동맹은 원칙상 A·B 양쪽의 평화를 지향하지만, A가 B를 C와의 대결로 내몰아 A 자신의 안전을 얻고자 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한 나라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제압한다) 같은 경우에는 A 한쪽만의 평화를 추구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렇듯 모든 동맹이 어떤 형태로든 평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동맹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근거로 평화동맹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한미동맹은 평화동맹이다'라는 주장은 그래서 무의미하다. 그런 식으로 말하게 되면 모든 동맹이 평화동맹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평화적인지 아닌지는 그의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판단돼야 한다. 말로는 평화를 운운하면서도 실제로는 불안을 조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가간 동맹도 마찬가지다. 평화동맹인지 아닌지는 동맹 당사국들이 무슨 말을 하는가가 아니라 무슨 행동을 하는가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고 본다. 말로는 평화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평화를 깨트리는 동맹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평화동맹? 말 아닌 행동으로 판단돼야... 미국은 어떤가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냉전체제에 발을 디디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동맹이 그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동맹의 주도자인 미국의 태도 때문이다.

오늘날 '한반도 평화협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주로 남북한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은 평화협정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이다. 남북한은 당장에라도 평화체제로 가고자 하는 반면, 미국은 '북한의 백기 투항'을 사실상 요구하며 평화체제를 지연시키고 있다.

거기다가 미국은 한미동맹을 대북 제재에도 활용하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 및 금강산 사업 같은 남북 경협은 미국의 대북제재 때문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그런 압박정책으로 인해 인도적인 대북 지원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동맹을 주도하는 미국이 평화협정에 소극적일 뿐 아니라 대북 압박을 더욱더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한반도 냉전체제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동맹을 냉전동맹으로 부를 수 없다면, 냉전동맹이란 표현은 사라져야 한다.

한미동맹이 평화동맹이 되려면, 말로만 평화를 추구할 게 아니라 평화로 가기 위한 실질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은 한미동맹을 대북 압박뿐 아니라 대중국 압박에까지 활용하려 하고 있다. 점점 더 평화와 거리가 먼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끌고 가려 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한국을 대중국 압박용인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유인하려고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각 협력체인 쿼드(Quad)에 한국과 뉴질랜드를 끌어들여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는 구상을 추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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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되든 한국을 대중국 압박용인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유인하려고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회의를 위해 지난 7월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 ⓒ 사진공동취재단

 
인도양 및 태평양을 통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이 전개하는 이 같은 대중국 압박이 평화가 아닌 냉전 구도를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이 같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미동맹까지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이 평화동맹이 아닌 냉전동맹임을 한층 더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미동맹이 냉전동맹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조지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의 성명에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2005년 11월 17일 경주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한미 경주정상선언'에서 그는 "양 정상은 북한 핵 문제 해결 과정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고 현 정전체제로부터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였다"고 선언했다.

경주정상선언에서 부시는 한미동맹이 평화체제가 아닌 정전체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국전쟁으로 출현한 한반도 정전체제는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바로 이 정전체제에 한미동맹이 발을 디디고 있다. 경주정상선언이 나온 지 1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한미동맹은 여전히 냉전동맹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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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7일 낮 경북 경주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뒤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15년11월17일 경북 경주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뒤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APEC

 
'한미동맹이 냉전구도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인영 장관의 발언은 이런 상태를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향하는 한미동맹을 만들자는 건설적인 제안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실상은 전혀 문젯거리가 될 게 없는 발언이다. 미국이 건성으로라도 손뼉을 쳐줄 만한 발언이다(관련 기사: 통일부 "이인영 '냉전동맹' 발언, 평화동맹 진화할 것 기대한다는 취지").

그런데도 국무부와 국내 일부 보수 언론들은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이는 한미동맹이 현 단계에 머물기를 바라는 희망 사항을 드러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미동맹의 실제 목적이 훼손되지 않을까, 한미동맹이란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속마음을 표출하는 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동맹이 평화동맹으로 가는 일은, 그들에게는 배가 산으로 가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가.

통일부 주최로 7일 열린 '2020 한반도 국제평화포럼'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왜 국무부에서 비판적으로 코멘트했는지 이해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미국 국무부가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라고 탄식했다(관련 기사: 문정인 특보 "미 국무부, 이인영 장관 색안경 끼고 보는 듯").

미 국무부는 색안경으로 눈은 가렸지만 속마음은 가리지 못했다. '우리도 평화동맹을 지향하고 있다'며 아무렇지 않게 반응할 수 있는데도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나오는 것은 대북 압박 및 대중국 압박에 대한 초조함을 표출하는 것일 수 있다.

미국 주도의 압박 대열에 한 국가라도 더 끌어들이고 그 대열에서 한 국가라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려는 미국의 초조함이, 이런 사달을 만드는 원인일 수도 있다. 대국을 자처하는 국가답지 않게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는 행동인 것이다. 미국은 색안경으로 눈만 가릴 게 아니라 가슴도 가려야 한다.
#한미동맹 #이인영 #평화동맹 #안보동맹 #군사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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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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