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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대가리' 조롱 만든 건 인간이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82] 가축화 과정서 공포에 둔감해지고 뇌 크기 작아져

등록 2020.08.31 16:22수정 2020.08.3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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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대 만에 가축화 한 닭. 야생의 닭을 길들여 가축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4~5년이면 충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뇌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사실이 관찰됐다. ⓒ 페르 옌센(스웨덴 린쾨핑 대학)

  
닭은 지구촌 전체에 걸쳐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동물 가운데 하나이다. 세계적으로 사육되거나 야생에 분포하는 닭의 숫자는 약 200억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닭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가장 쉽게 대할 수 있는 동물인 동시에, 종종 경멸적 표현에 차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비속어 '닭대가리' 같은 게 대표적이다. 뇌가 작아 지능이 떨어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닭이 덩치에 비해 뇌가 작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닭이 작은 뇌를 갖게 된 데는 인간의 사육이 결정적 역학을 했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닭대가리'를 만든 건 사람일 수 있다는 뜻이다.

스웨덴 린쾨핑 대학 연구팀은 오늘날 닭들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야생 닭(Red Junglefowl)을 대상으로, 10개 세대에 걸쳐 길들이기를 한 결과 뇌 크기가 확실히 줄어드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간이 닭을 가축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1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짧게는 수년에 걸친 짧은 기간만의 사육으로도 뇌가 작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태국의 숲속에 사는 야생 닭. 오늘날 닭의 조상이다. 닭의 원산지는 아시아인데, 약 1만년 전 사육되기 시작해 현재는 안 사는 곳이 없을 정도로 그 숫자가 많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연구팀은 뇌 용량이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특히 뇌간 부분의 크기가 현저하게 작아졌다고 밝혔다. 뇌간은 동물들에 있어 공포에 대응하는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뇌 부위이다. 

레베카 카타자마 연구원은 "인간의 사육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닭이 빠른 시간 안에 두려움에 익숙해져야만 했는데, 이것이 뇌 크기와 축소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 예상대로 길들여지고, 이에 따라 뇌가 작아진 실험 대상 닭들은 인간과 함께 하는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에 이렇다 할 공포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갑자기 빨간 불빛에 노출시킨다든지 할 경우, 놀라 달아나거나 비명을 지르는 등의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이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뇌, 특히 공포 자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뇌간 부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가 개나 소, 돼지 같은 다른 동물들의 가축화 과정에도 들어맞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동물들이 야생을 떠나 인간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생존에 해가 되지 않는' 공포 자극에는 어떤 식으로든 적응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뇌의 크기나 기능상의 변화를 점쳐볼 수 있다. 
#닭 #뇌 #야생 #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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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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