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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나타난 무서운 유령, 미국의 '이것'을 꼬집다

[리뷰] <고스트 오브 워>

20.08.29 12:32최종업데이트20.08.2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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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스트 오브 워> 영화 포스터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프랑스. 한때 나치의 사령부가 점령했다가 연합군이 탈환한 저택에 교대 임무를 맡은 미군 부대의 크리스(브렌튼 스웨이츠 분), 커크(테오 로시 분), 유진(스카이라 애스틴 분), 태퍼트(카일 갈너 분), 부치(앨런 리치슨 분)가 도착한다. 그런데 먼저 머물던 부대원들은 크리스의 부대가 도착하자 충분한 식량과 안락한 잠자리가 있는 저택을 무언가에 쫓기듯 황급히 떠난다.

이들의 모습을 의아스럽게 여기던 크리스의 부대원들은 이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초자연적인 일들을 연달아 마주한다. 교대 부대를 기다리며 두려움에 떨던 크리스와 부대원들은 명령을 어기고 저택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저택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 <고스트 오브 워>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예측할 수 없는 반전과 탄탄한 스토리로 지금도 사랑받는 <나비효과>(2004)를 연출한 에릭 브레스 감독이 무려 1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번에도 에릭 브레스 감독은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고스트 오브 워>는 미군 부대가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의 한 대저택에서 초자연적인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는 상황을 다룬다. 전쟁과 초자연적인 존재 또는 상황을 혼합하여 공포를 추출한 <독 솔져>(2002), <데스워치>(2003), <알 포인트>(2004)를 연상케 하는 설정이다.
 

▲ <고스트 오브 워> 영화의 한 장면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감독 통해 재탄생한 은퇴한 군인들의 삶

고풍스러운 저택을 무대로 한 <고스트 오브 워>는 발자국 소리, 열리는 문, 삐걱거리는 바닥, 낡은 인형, 오래된 사진 등 고전적인 하우스 호러의 요소로 가득하다. 그런데 초자연적인 존재의 묘사법은 진부하기 짝이 없다. 등장하는 방법도 '점프 스케어(영화나 게임 등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에 의존할 뿐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전형적인 하우스 호러물에 불과하다.

저택에 살았던 가족들이 어떤 이유로 죽었고 왜 유령으로 나타나는 지를 일기장을 중심으로 풀어가던 <고스트 오브 워>는 후반부의 '반전'을 분기점으로 밀리터리 스릴러에서 SF로 바뀐다. 주요 소재 역시 유령에서 군인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변한다.

에릭 브레스 감독은 "영화를 기획할 당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었던 퇴직 군인들의 높은 자살률이 사회 이슈였다. 나는 PTSD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고, 군인들이 장기간 지속된 전쟁의 스트레스를 이겨내도록 강요당하는 동안 일어난 뇌의 변화로 다양한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고스트 오브 워>의 작품 배경을 설명한다. 그는 은퇴한 군인들의 삶을 '살아있는 악몽의 상태'로 본 것이다.
 

▲ <고스트 오브 워> 영화의 한 장면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고스트 오브 워>는 SF 장르로 변화하며 <독 솔져>, <데스워치>, <알 포인트>보단 <오버로드>(2018)에 가까워진다. 두 편 공히 호러 장르를 통해 미국의 '현재'와 '폭력의 역사'를 비판하는 공통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오버로드>는 제2차 세계대전과 좀비를 빌려 여전히 나치와 다를 바 없는 혐오, 차별, 폭력을 조장하는 세력을 지적한다. <고스트 오브 워>는 제2차 세계대전과 유령을 통해 미국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건드린다. 군인의 PTSD를 미국의 PTSD로 범위를 넓히고 전쟁의 희생양으로 나타난 제2차 세계대전의 유령을 오늘날 미국으로 소환한다.

<고스트 오브 워>의 첫 장면엔 잠에서 깨어난 크리스 앞에 검은 실루엣의 존재가 나타난다. 검은 실루엣의 존재는 단순한 유령으로 보아선 안 된다. 미국이 벌인 전쟁의 역사가 낳은 희생자의 귀환이며 죄의식의 발현으로 읽어야 한다.

검은 실루엣의 존재에게 크리스는 "원하는 게 뭐예요?"라고 묻는다. 이 말은 자기 자신, '살아있는 악몽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을 향한 질문이다. 전쟁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리고 뉘우치길 촉구한다.

"우리가 어리석었어요. 계속 보여주려고 했지만, 못 봤죠. 우리 행동을 책임져야죠. 더 늦기 전에 속죄할 겁니다."
고스트 오브 워 에릭 브레스 브렌튼 스웨이츠 테오 로시 스카이라 애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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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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