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월급 170만 원... 저는 외주제작사 조연출입니다

제작비 늘어도 스태프 월급은 그대로... 울며 겨자먹기로 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록 2020.08.31 14:43수정 2020.08.31 15:35
0
원고료로 응원

촬영 현장 ⓒ Flickr.com

   
필자는 한 외주제작사에서 조연출로 근무 중이다. 본인이 맡은 방송은 한 공중파 방송사에서 나름 이름있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이 한번은 들어봤을 만한 방송이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는 방송업계의 실태를 알리고자 목숨을 희생했지만, 청주방송은 여러 번 입장을 번복하면서 171일 만에 사과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서 사라지고야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비는 대부분 '광고료'로 충당된다. 방송과 방송 사이에 나오는 광고비나 PPL 등을 통해 제작비를 벌고, 그 돈으로 방송을 만든다.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예능 프로그램이나 규모가 큰 드라마 등은 적어도 20명 이상의 스태프가 참여해 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렇다면 이들이 받는 페이는 얼마나 될까?

월급 100만 원대, 그럼에도 막내를 거쳐야만 합니다
   

현재 내 직업인 조연출을 기준으로만 말해보자면, 대부분 최저시급으로 월급을 받는다. 4대 보험 가입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외주제작사는 막내들에게 4대 보험을 가입해주지 않는다. 그 말은, 야근 수당이나 주휴수당 등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고 실제 근무시간 및 근무량과 상관없이 한 달에 170만 원대의 월급을 받는다는 뜻이다.

자세히 밝힐 수 없으나,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주는 총제작비는 5천만 원 정도다. 이중 막내 조연출, 막내 작가 등이 가져가는 인건비는 7% 정도다. 7%에서도 서로 나누기 때문에 월급은 더 조금이라는 뜻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월급이 오른 지도 몇 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4~5년 전만 해도 100만 원 초반대의 월급을 받으며 일했던 스태프들이 허다하다.

그렇다면 연출료는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프로그램은 대부분 외주제작사가 제작하여 방송국에 납품하는 형식이고, 외주제작사에 소속된 피디들은 프리랜서로서 방송을 송출할 때마다 연출료를 받는다.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이 결방되거나, 어떤 이유든지 방송을 납품하지 못하면 피디는 돈을 받을 수 없다. 프리랜서로서 받는 연출료이다 보니 다른 스태프들과 마찬가지로 주휴수당, 야근 수당 등은 기대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 제작비의 대부분은 연예인의 출연료로 지급되고, 스태프들은 실제 일한 근무 강도에 관계없이 터무니없이 낮은 페이를 받는다. 그럼에도 계속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막내의 시절을 거쳐야만 '그나마 나은' 직책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도 방송계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최대 영화 커뮤니티인 '필름 메이커스' 사이트의 구인·구직 게시판을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 막내는 하루 10만 원, 시간당 만 원 등 건별, 시간별로 페이를 지급받고 일하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을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다 보면 자신의 경력을 쌓을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영상업은 K-드라마, K-영화 등 점점 수출이 크게 되고, 업계 자체의 규모가 커짐에도 수많은 스태프의 페이는 여전히 오르지 않는다. 제작비 정산 시 '특정 부분'에만 제작비가 70~80%가량 몰아져 있고 나머지 스태프들이 남은 20~30%를 나눠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 악의 순환이 언제쯤 멈추게 될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농담삼아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퇴사보다 노동청에 회사를 고발하는 게 더 빠른 퇴사 방법일 거라 말한다. 실제로 노동법을 준수하여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막내들은 경력을 쌓기 위해 '열정페이'로 일할 것이고, 제작비가 늘어나도 스태프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똑같을 것이다.

한 프로그램을 맡은 조연출로서 방송이 끝나고 스태프 스크롤이 지나가는 시간은 길어봤자 30초뿐이지만, 수많은 스태프의 열정이 들어간 방송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고 이재학 피디는 14년 차 피디였지만 월 160만 원을 받아왔다. 참다 참다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해고당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방송업계는 이런 가슴 아픈 죽음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AD

AD

인기기사

  1. 1 아파트 어떻게 지어지는지 알면 놀랍니다
  2. 2 인터폰 속에서 활짝 웃던 배달기사님, 내가 몰랐던 그 뒷모습
  3. 3 "여자가 일단 맞아야, 경찰은 여자를 지킬 수 있다"
  4. 4 "코로나19는 기획됐다"... 프랑스 뒤흔든 문제적 다큐
  5. 5 서울시, "10인 이상 집회 금지" 24일부터 사실상 3단계 실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