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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값 걱정, 코로나 걱정... 장보기 무섭다면 보세요

[서평] 100원짜리 무공해 텃밭 만드는 방법, 책 '봉다리 텃밭'

등록 2020.09.04 16:21수정 2020.09.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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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다리 텃밭> 책표지. ⓒ 청 출판


오랜만에 인근 대형마트에 갔다. 예전 1000~2000원이었던 열무 한 단이 3000~4000원이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오이 3개 2950원, 애호박 하나 2500원가량, 4포기 7000~8000원가량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배추는 똑같은 포기가 2만5000원가량이었다. 모든 채소의 가격이 다 오른 것 같다.

전체적으로 많이 비싸졌다. 하지만 50일을 훌쩍 넘긴, 유례없이 긴 장마와 전 지역에 걸쳐 엄청난 피해를 남긴 기록적인 폭우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도 먹을 수 있다는 게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나는 몇 년째 텃밭을 일구고 있다. 긴 장마에 대파까지 녹아 사라졌다. 다른 해보다 부지런을 떨어 장마가 끝나자마자 쪽파도 심고 여러 가지 씨앗을 사와서 뿌렸다. 쪽파는 벌써 한 뼘 정도 자랐다. 일주일 전에 뿌린 김장무도 싹을 틔웠다. 어제 뿌린 시금치와 쑥갓도 며칠 후면 싹을 틔울 것이다.

때문에 채소 대부분이 선뜻 사 먹지 못할 정도로 비싸졌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빌라나 아파트에 살아도 화분 몇 개 놓을 공간과 약간의 부지런함만 있으면 무엇이든 심어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8월 22일에 뿌린 김장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28일 모습이다. ⓒ 김현자

수박은 꽃은 물론 줄기와 잎도 예쁘다. 그리고 손톱만하게 맺혀 커다랗게 크며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 한두 포기 심으면 키우는 재미가 남다르다. 화분에서 이렇게 잘 자라니 베란다텃밭에도 심어 수확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둘 다 크기는 좀 작지만 빨갛게 익었다. ⓒ 김현자


누구나 아는 것처럼 텃밭을 일구면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어 좋은 것은 물론, 지금처럼 채솟값이 비쌀 때 큰 도움이 된다. 주부로서 특히 텃밭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대파나 청양고추처럼 주로 양념으로 먹는 것들을 필요할 때마다 수확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파나 청양고추처럼 양념으로 주로 먹는 것들은 없어도 아주 아쉽진 않다. 그런데 막상 넣어야 할 음식에 넣지 않으면 맛이 좀 아쉬워 가급 떨어뜨리지 않고 사곤 했다. 그러나 처음 한동안은 잘 먹다가 결국 미처 다 먹지 못하거나 깜박 잊어 썩혀 버리기 일쑤였다. '다음엔 알뜰하게 먹자' 스스로 위로하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처럼 텃밭에 심어 먹지 않고 예전처럼 냉장고에 보관하며 조금씩 채소를 꺼내 먹었다면 여전히 음식을 버리는 일이 잦았을지도 모르겠다. 대파만이라도 심어 먹으면 이런 낭비를 막을 수 있어 두루 좋겠다.

무엇이든 심고 가꾸면 정신건강에도 좋다. 그래서 그동안 친구나 지인들에게 아파트에서도 키우기 쉬운 부추와 쪽파, 대파, 돌나물, 달래 등의 뿌리나 씨앗을 주며 베란다 텃밭 만들기를 독려하곤 했다.

지난봄 부추 뿌리 한 줌을 얻어간 한 지인은 예전 같으면 한 단 사서 다 먹지 못해 버리곤 했는데 올해는 먹고 싶을 때마다 잘라 먹을 수 있다며 고마워한다. 몇 년째 이즈음이면 쪽파를 화분 가득 심었다는 고향 친구 전화가 오곤 한다. 싹을 틔우고 가꿔 먹는 재미에 푹 빠져 주말농장으로 확대한 친구도 있다. 그 친구는 요즘 토종 씨앗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아쉽고 안타깝게도 한번 거둬 먹고 말았다거나, 썩히고 말았다는 사람 등 텃밭 가꾸기에 실패한 사람이 더 많다. 그들에게 응원의 마음으로 책 <봉다리 텃밭>(청 출판 펴냄)을 권한다.  

누구든 도전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책으로 접하는 재배법은 41가지. 이런 가이드들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흙 선택이나 씨앗 뿌려 싹 틔우기, 모종 만들기, 천연영양제나 천연살충제 직접 만들어 적용하기, 도움 될 팁, 베란다 텃밭을 일구는 데 필요한 것들을 사진으로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래서 누구든 쉽게 따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채소를 키워 해먹을 수 있는 음식 레시피까지 더해 실용을 높였다.

이 책이 더욱 반가운 것은 화분 대신 비닐봉지나 페트병, 스티로폼 상자, 플라스틱 용기, 포장 용기, 달걀판, 달걀껍데기 등 버리는 것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 김치통 혹은 밀폐 용기, 찜통, 소쿠리 등과 같은 일상용품들을 활용해 키우는 방법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씨앗을 뿌려 키우는 방법은 물론, 방울토마토나 레몬 등에서 씨를 받아 심는 것이나, 열무 뿌리나 청방배추(흔히 얼갈이라고 하는) 꽁지, 쪽파 뿌리, 양배추 밑동, 감자 싹과 감자껍질 등을 이용해 키워 먹는 방법들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누구든 마음만 있다면 선뜻 도전해볼 수 있다.
 

물에 심은 양배추 7일차 잎부분(왼쪽)과 밑동 부분이다. 왼쪽엔 잎으로 자랄 잎싹들이 6개 나왔고, 오른쪽 밑동엔 뿌리가 돋기 시작했다. 책에 의하면 물에 심은지 20일 가량이면 파란 잎을 수확할 수 있다. 게다가 여러번 수확할 수 있단다. 뿌리가 좀 더 자라면 흙(화분)에 심어 밖에서 키워 볼 생각이다. 책에선 물에 심어 길러 먹지만. ⓒ 김현자

 

9일차 모습. 이틀새 뿌리가 많이 자랐고 잎도 많이 자랐다. 이젠 잘 키워 먹어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신기한 마음이 더 많다. 책에서는 계속 물로 키워 먹는다. 그러나 이삼일 후쯤 적당한 크기의 화분에 심어 키워볼 생각이다. ⓒ 김현자

 
①양배추를 준비한 후 컵 상단에 살짝 들어갈 정도로 썰어줍니다.
②양배추 심지가 살짝 물에 잠기도록 합니다.
③15일 정도 지나자 물집처럼 볼록볼록 올라오더니 뿌리가 나왔습니다.
④다시 5일이 더 지나고, 위쪽으로 한 장 두 장 양배추 잎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잘라서 먹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⑤자란 양배추 위쪽을 자르고, 다시 물이 담긴 컵에 넣어줍니다.
⑥물 냄새가 없고, 뿌리를 살펴보면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뿌리 부분이 미끈미끈할 경우 깨끗이 씻어주고, 물에 냄새가 나면 갈아줍니다. -77~78쪽. '이럴 수가! 컵에 양배추를 키워서 다이어트 주스로'에서.

이 책을 만날 무렵 김치를 담가볼까 해서 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보관만 해오던 양배추 한 통이 있었다. 며칠 전 그 양배추로 김치를 담그며 책 속에 소개된 양배추 키우기 방법을 응용했더니, 작은 보시기에서 잎싹과 뿌리를 틔웠다.

사실 사둔 지 좀 오래된 것이라 헛수고만 하는 것 아닐까? 망설였다. 버리는 셈 치고 따라 해본 거였다. 그런데 뿌리와 싹이 나오고 있어 설렌다. 성공하면 종종 이런 방법으로 키워 먹어볼 생각이다. 양배추 밑동 하나로 여러 차례 수확해 먹을 수 있다니 말이다.

외에도 ▲김치통이나 찜통을 이용해 매일 물을 주지 않고도 콩나물과 숙주 길러 먹기 ▲달걀껍데기에 마늘이나 참깨를 영양이 더 많은 싹으로 길러 먹기 ▲시중에서 구입한 청방배추나 열무를 다듬으며 남긴 뿌리로 한 번 더 심어 먹기 ▲감자 싹과 감자껍질을 심어 키워 감자 수확하기 등, 꼭 따라 해보고 싶은 기발한 재배 방법이 많다.

동네에서도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장보기도 불안하다. 그래서 장보기를 미루다가 쌀이 바닥을 보이고, 우유와 달걀 등을 사기 위해 간 마트였다. 지난 몇 년 텃밭의 혜택에 고마움을 자주 느끼곤 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조차 받기 불안했던 올 봄, 텃밭의 필요성과 고마움을 더욱 자주 느꼈다. 그래서 더 유용하게 와 닿는 책이다.

봉다리 텃밭 - 100원짜리 무공해 무농약

엄지원(화초나라) (지은이),
청출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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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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