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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격차 문제, 지역 언론에서 공론화 해보자

[부산 지역언론 톺아보기] 의대정원 확대, 지역 입장 반영해 전국지와 차별성 확보했어야

등록 2020.08.27 20:10수정 2020.08.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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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가 모처럼 화두로 올랐습니다. 지난 7월 23일,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공개하면서 코로나19로 더욱 가시화된 지역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할 정책을 발표한 건데요.

하지만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의사업계의 반발이 일면서 관련 보도는 의료계의 반응과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공공의료 확충보다 의대 유치가 먼저 기사화

이번 보건복지부 정책과 관련한 지역 언론의 첫 보도는 7월 24일에 있었습니다. 부산일보는 24일 사설 <지역 의사 늘리는 '의대 정원 확대' 방향 잘 잡았다>를 통해 당정의 이번 조치는 큰 방향을 잡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역 의사 의무 배치나, 지역 의료수가 가산, 지역 의대 신설과 같은 후속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의대 정원 4000명 증원" 창원에도 의대 새로 생길까?>(7/24)라는 첫 기사 다음으로 <'인구 104만 명' 창원 의대 유치 법안 발의>(8/4)가 이어져 이번 정책 내용도 충분히 전달하지 않은 채 의대 유치 여부로만 다룬 건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국제신문은 7월 24일에만 4건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특히 <의료인력 지역 불균형 '메스…부산, 의사수급 숨통 기대>는 지역 언론 중 유일하게 지역 의료 불균형에 주목한 기사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국제신문도 "기존 의대 외에 신규로 의대 유치를 희망하는 대학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특히 방사선의대처럼 지역산업과 연계한 전문의와 의사과학자를 키울 특화된 공공의대가 지역에 필요하다"와 같은 발언을 인용함으로써 이번 정책을 또 다른 산업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각을 담았습니다. 또 <"의대 5개 신설 효과, 이과 선호 심해질 듯 상위권 재수생 유리">(7/24)는 의대정원 확대 논의의 여러 면면 중 대학입시라는 지엽적인 사안과 연결한 기사였습니다.


보건복지부 발표(7/23) 이후 8월 7일 전공의 파업 이전까지, 신문의 추가 보도는 부산일보의 <'인구 104만 명' 창원 의대 유치 법안 발의>(8/4) 외에는 없었습니다. 이후 기사는 의사계의 파업 일정에 맞춰 이뤄졌습니다(아래 목록 참조).

의협 파업 일정 단신으로 보도하는 데 그친 지역 방송사

부산지역 방송3사는 이번 정책과 관련해 총 20건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 발표(7/23) 이후 의료계 총파업(8/7) 이전까지 관련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의료계의 파업 예고와 함께 지역 방송사 보도도 이어진 셈입니다. 20건 중 5건이 기자 리포팅이었고 나머지 15건은 단신 보도에 그쳤습니다. 보도 내용은 대동소이 했는데요, 의료계의 파업 예고와 이에 대한 부산시의 대책 마련,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 시민 불편에 기사의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파업은 이번 정책에 대한 하나의 반응일 뿐,
언론은 공공의료 확충 논의 끌고 갔어야


지역 의료 격차 해소와 공공의료 확충 이슈는 지역 언론 역시 수차례 주목해온 바 있습니다. 부산일보는 2018년 5월 [수술 급한 부산 의료 시스템] 기획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적 차이로 인한 환자들의 불만이 서울로의 환자 유출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지적했습니다. 또 코로나19 국면에서 국제신문은 [민낯 드러낸 부산지역 공공의료](6/8~6/28) 기획을 통해 부산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취약계층 환자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현실을 짚었습니다.

이번 정책 역시 지역과 수도권의 의료 격차 해소와 공공의료 확충이 핵심 사안이었던 만큼, 그간 지역 의료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 온 지역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국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언론은 지역 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거나 지역민의 입장에서 이번 정책을 분석해 문제를 짚고 논의를 확장하기보다, 오히려 파업 일정 전달에 매몰되는 보도 경향을 보여 아쉬움이 남습니다.

* 모니터 대상이 된 보도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있었던 7월 20일부터 8월 25일까지 국제신문, 부산일보 지면기사와 KBS부산, 부산MBC, KNN의 저녁 메인뉴스 기사입니다.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관련 보도 목록(7/20~8/25)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언련 #지역언론톺아보기 #의료계파업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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