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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의 주체가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어불성설"

[인터뷰] 조미경 장애여성공감대표 "차별금지법은 '차이' 인정하는 토양될 것"

등록 2020.08.28 13:48수정 2020.08.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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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공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 장애여성공감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등 모든 삶의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한다.'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의원 6명을 포함한 여야 의원 10명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지난 2013년에 마지막으로 발의했으니 7년 만에 이뤄진 차별금지법 발의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또한 이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9명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의 시계는 2007년에 멈춰 있다. 

2007년 참여정부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이후 국회에서는 조직적인 반대 운동 때문에 법안을 낸 의원들이 자진 철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2017년 대선 때는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이 어렵다"라며 행보를 달리했다.

'동성애를 조장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등의 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고 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차별금지법이란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마스크 같은 법"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에 공감하는 많은 소수자 단체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연대하고 있다. 조미경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를 서울 강동구 장애여성공감 사무실에서 지난 7월 28일에 만나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들었다.

"장애인의 시설 수용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문제"
 

조미경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가 장애여성공감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현주

 
- 차별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차별이란 근본적으로 당신과 내가 동등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동료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나와 당신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이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며 자신의 특권을 이용해 타인을 배제하거나 분리하고, 소외시킬 때 차별이 발생합니다."

- 차별의 범위는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차별의 범위를 구분 짓는 게 조금 우려스럽긴 합니다. 예컨대 장애여성이 당하는 일상에의 차별은 어디까지가 차별이라고 구분 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어 차별의 기준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현재는 발의안에 명시한 바에 따라 특정 개인이 가진 정체성을 이유로 사회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만들거나 분리, 배제, 소외를 하는 경우를 법적으로 제재 가능한 차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장애인이 받는 차별은 무엇이 있나요?
"대표적으로 노동에 대한 차별을 들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성을 중요시 하는데, 장애인은 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여겨 최저임금 예외조항 등으로 차별을 하는 겁니다. 장애인인 저는 체력 관계상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습니다. 그러나 제 노동의 가치가 비장애인의 그것과 다르다고는 할 수 없어요. 어떤 점에선 제가 비장애인보다 더 큰 노동력과 에너지를 투입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는 이런 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생산력에 따라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임금도 적게 주죠. 임금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현대에 이런 것들이 계속 맞물려 장애인은 더욱더 차별을 받게 됩니다."

- 특히 자기 결정권에서의 차별을 많이 겪는다고요?
"이를테면 우리 사회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장애인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통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인식 때문에 내 삶의 주도권을 내가 갖지 못하고 무조건 시설로 가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거죠. 많은 사람이 요즘에는 시설 환경이 매우 좋고, 시설 내 인권침해 행위도 없다고 많이 얘기합니다. 그러나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장애 당사자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무조건 시설로 가야 한다는 인식만 있는 게 문제인 거죠."

- 장애여성은 어떤 차별을 겪고 있나요?
"장애여성은 일상에서의 배제를 많이 경험합니다. 우선 교육 현장에 진입이 어려워요. 저도 의무교육을 받지 못했어요. 많은 장애여성이 전동휠체어나 활동보조사가 없으면 이동권에 제약을 받는 데다가 그 당시에 집안 여건이 안 좋으면 무조건 남자를 먼저 교육하는 남아선호사상이 극심했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했죠. 

노동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여성은 장애를 가진 데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동 현장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배제되곤 해요. 또 돈을 못 버니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죠. 그런데 이런 차별이 어디까지가 장애 때문이고 어디까지가 여성이란 것 때문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워요. 장애인이라는 정체성과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거든요. 이런 차별을 교차차별이라고 부르는데, 수많은 장애여성들이 이 교차차별을 겪고 있어요."

-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최저임금 예외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업주는 장애인과 이주민에겐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줘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명백한 차별이죠. 그래서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들어 장애인에겐 최저임금을 보장한다고 칩시다. 그럼 이주민은 해당하는 차별금지법이 없으니 여전히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하나요? 

이것도 이상한데, 만약 장애를 가졌는데 이주민인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장애인이 이주민일 수도 있듯 많은 사람이 다양한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한 정체성, 예컨대 장애인이란 것만 차별받지 않으면 된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거죠. 결국 내 안의 다양한 소수자성이 교차하며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가 아니라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으로 당장 차별 해결되진 않지만" 
 

조미경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가 장애여성공감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현주

 
-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어떤 가치가 있나요?
"인권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타자화(他者化)입니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을 '정상 범위'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정상이 있다는 건 비정상이 존재한다는 뜻이죠. 사람들은 자신을 정상 범위에 넣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타자화합니다. 

즉, 비정상 범위에 있는 이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개개인의 정체성은 모두 존엄하며, 정체성은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이런 것을 법으로 명시한다는 점에 있어서 큰 존재 의미가 있어요. 내가 어떠한 정체성을 가졌든 어떠한 사회적 조건을 가졌든 나의 존엄함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차별금지법이 밑거름이 되는 거죠."

- 일부 개신교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반대처벌법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다.'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본질은 직장, 상점, 학교 등 누구나 생존을 위해 꼭 참여하는 생활 영역에서만큼은 누구도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에요. 또 강력한 처벌조항조차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성애 반대 처벌법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요.

일부 개신교 세력에서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에도 근본적으로 모순이 있습니다. 애초에 표현의 자유는 권력 관계 안에서 억압받는 자들이 자유를 지키며 권력의 저항하기 위해 생긴 개념이에요. 억압의 주체가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혐오와 차별을 허용하자는 것이죠."

-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의미를 모르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느껴요. 이들은 집단행동을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을 반대하고 있죠. 얼마 전 차별금지법 입법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 청원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21대 국회 첫 '국민동의청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차별금지법 청원은 10만 명의 1/3밖에 동의를 받지 못해 결국 통과하지 못했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학력, 출신 국가, 인종, 성지향성 등에 따라 생활 모든 영역에서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며 영원히 자신의 권력을 누리려 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차별이 없어질 수 있을까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당장 차별이 해소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 법에는 강력한 처벌조항도 없고 현대사회에 많은 이들이 경쟁에 익숙해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 지으려 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한다면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괄적으로 명시함으로써 그동안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복합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의 토양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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