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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대책의 빈틈, 투기꾼은 빌라를 노린다

[송기균 칼럼] 아파트 묶자 다세대·다가구로 향하는 투기 열풍

등록 2020.08.26 11:31수정 2020.08.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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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다중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좀처럼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아파트값이 9억원을 넘기고 보증금 5억원이 넘는 전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 연합뉴스

6월에 이어 7월에는 주택 거래량이 더 급증했다. 4월과 5월 거래량의 두배에 달한다. 7월 거래량에 특이한 현상이 눈에 띈다. 다세대와 다가구 주택 거래량이 급격히증가했다는 점이다.

언론은 아파트를 매입할 능력이 안 되는 30대들이 다세대로 눈을 돌렸다고 해석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을 넘고 웬만한 소형 아파트도 6억원 이하를 찾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30대가 다세대로 눈을 돌리는 것은 일견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30대의 '패닉 바잉'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도 심각한 건 7.10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다세대 주택에 투기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7.10 대책 발표 시 이미 예견되었던 현상이기도 하다.

다세대·다가구로 향한 투기자금

언론들은 7.10 대책 중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양도세의 대폭 인상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종부세를 최대 6%까지 인상하고 양도세를 3주택 이상은 72%까지 인상한 것을 "징벌적 과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세금 인상이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손실위험을 감수하면서 투기로 매입한 주택을 계속 보유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7.10 대책 이후 투기 매물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고, 집값은 더 상승했다. 2017년 12월에 발표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 양도세와 종부세 대폭 인상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160만 채의 임대주택과 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51만 채의 주택은 양도세를 중과하기는커녕 기존의 양도세마저 대폭 감면해준다. 211만 채의 거의 대부분은 종부세를 1원도 안 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7.10 대책 발표 시 "기 등록한 임대주택은 임대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세제혜택을 100%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 폐지를 거부한 것이다.

다만 4년 단기 임대와 아파트 8년 장기임대는 기간이 만료되면 세제 혜택을 종료하겠다고 했다. 무슨 혜택이든 기간이 만료되면 혜택도 종료되는 것은 당연한데, 마치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폐지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신규 임대등록 허용한 다세대·다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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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더 심각한 문제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신규 임대주택 등록을 허용하고, 8년 만기 도래 후에도 계속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엄청난 세금 특혜를 다세대와 다가구 임대사업자들에게는 영원토록 베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7.10 대책의 내용을 확인한 투기꾼들은 "다세대·다가구 주택에는 투기를 허용하겠다"고 정부가 공식 선언한 것으로 해석했을 것이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활용해 주택투기에서 떼돈을 번 투기꾼들이 7.10 대책에 적극 호응하여 투기에 뛰어들었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투기자금이 다세대와 다가구 주택으로 몰려들었고, 7월 이 주택들의 거래량이 급증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김현미 장관은 2018년 9.13 대책에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폐지했다고 말했다. 30명에 달하는 국토위 국회의원들 중 누구도 이 말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하지 않았다.

2018년 말까지 등록한 약 136만 채의 임대주택에 세금 특혜를 여전히 베풀면서 "폐지했다"라고 말한 것은, 국회의원과 국민을 우롱하는 발언이다.

더욱이 9.13 대책 이후 신규 등록하는 임대주택에 대한 세금 특혜를 일부 축소했으나, 그 특혜는 여전히 과도하다.

서울에서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재산세를 전액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해준다. 2000만원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이 겨우 14만원인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임대소득세는 거의 내지 않는다.

투기꾼들이 투기를 할지 말지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도소득세도 대폭 감면해준다. 10년 임대할 경우 양도소득의 70%를 공제하고, 양도세 중과도 면제해주므로 실제 부담하는 양도소득세는 정상 과세할 경우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민의 주거공간을 투기꾼의 먹이로

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는 2017년 12월 문재인정부가 시행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에 대해 "이런 세금특혜를 주는 상황에서는 투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 아닐까요?"라고 질타했다. "주택투기에 꽃길을 깔아주는", "말도 안 되는 투기조장책"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투기조장책을 문재인 정부는 폐지하지 않았고,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대해서는 영원히 유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다세대와 빌라는 서민들의 주거공간이다.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이 안 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다세대와 빌라를 구입한다. 그 서민의 주거공간을 문재인 정부는 투기꾼의 먹이로 허용했다. 허용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세금 특혜로 투기를 조장했다.

지난 주말에 만난 지인은 서울 강북에서 다세대와 빌라 가격이 급등한다고 전했다. 단지 30대 실수요자들이 매입한다고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는다. 

7.10 대책에서 문재인 정부가 투기꾼들에게 보낸 공개 신호를 계기로 다세대·다가구에 대한 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그것이 7월 거래량 폭증으로 나타났다. 이런 투기 열풍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고, 집없는 국민의 고통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다세대 다가구주택 #7월 주택 거래량 #7.10대책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투기조장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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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집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에서 무주택 국민과 함께 집값하락 정책의 시행을 위한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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