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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일요일, 교회가 방역 최전선에 섰다

'비대면 예배' 관심 집중... 정부 위기 의식 최고조 "대단히 절박한 상황"

등록 2020.08.22 18:58수정 2020.08.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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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23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경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1시간여 만에 박 장관의 대국민담화가 발표됐다.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위기 의식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루 종일 쏟아진 코로나19 속보... "대단히 절박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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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위기 및 의사단체 집단휴진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오후에는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아래 '방대본') 부본부장이 정례 브리핑에서 "마지노선"이란 표현을 썼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 주말이 수도권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폭발적인 증가를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면서 "이번 주말마저 거리 두기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만회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단히 절박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32명이 늘어 3월 8일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32명 중 국내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315명이었으며, 지역별로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239명)은 물론 전국 17개 시도 전역에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감염이 특정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절박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앞서 서울 남대문시장과 동대문 시장, 지하철2호선 서울대입구역, 경찰청, 전주지방법원 등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데 이어, 이날 오후 들어서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 부산 조선소 등에서 신규 확진자 소식이 들려왔다. 경찰서, 스크린 골프장, 금거래소, 대형마트 등에서도 코로나19 감염 소식이 잇따랐다. 쿠팡 일산1배송캠프는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폐쇄됐다.

이에 따라 깜깜이 환자 비율도 최고치를 찍었다.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발생한 신규 확진자 중 감염 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우는 2440명 중 494명에 이른다.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깜깜이 환자'인 것으로 이와 같은 비율은 당국이 관련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n차 전파'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 된다.

"우리 교회가 방역의 최전선이라는 마음으로"
 
"전국 목사님, 장로님들께 부탁합니다. 카메라와 노트북만 있으면 얼마든지 실시간 예배가 가능합니다. 'zoom'이란 어플은 누가 참석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면 예배의 방식을 추가할 필요도 있어요. 교회 와서 예배 봐야 주일성수 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주세요." (naver,  elij****)

이 날 쏟아져 나온 코로나19 관련 뉴스에 한 누리꾼이 적은 댓글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위기 의식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종교계에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교회 쪽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21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고신·대신·합신)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회의 자율성이나 방역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교회를 동일시하여, 그동안 방역에 최선을 다해온 교회들에게까지 동일한 조치를 취하고, 정부의 방역 실패의 책임을 유독 교회에만 전가하는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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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전문방역 업체가 예배당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성도 7명, 가족 등에서 13명으로 총 20명이 발생됐다. ⓒ 이희훈

 
물론 그러면서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우리 교회가 방역의 최전선이라는 마음으로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예배당 안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2m(최소 1m) 거리 두기를 유지해달라"면서 "2주간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는 공예배를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여 온라인 예배로 진행하고 일체의 소모임과 교회 내 식사 친교 모임을 자제하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런 당부를 무색하게 만드는 소식이 또 나오고 있다. 당장 22일 오후에도 성경 공부 모임에 참석했던 서울시청 공무원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알려졌다. 은평구 불광동 팀비전센터에서 열린 이 모임 참석자 숫자는 79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중 서울시 공무원을 포함한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교회가 아닌 학교나 직장 등에서 자체적으로 대면 예배를 보는 사례가 확인됐다"면서 "수도권 밖의 수련원이나 기도원을 활용해 편법으로 예배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대면 예배'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교계에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8월 23일 일요일... '비대면 예배' 관심 집중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이번 주말이 가장 고비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과 여러 시설에서 협조가 전제되지 않으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본부장은 다섯 차례나 이번 주말에는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모든 교회와 목회자, 교인들 스스로가 자신이 곧 한국교회라는 인식을 갖고 코로나19 방역에 솔선하여 노력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기본수칙 준수와 방역에 다시 박차를 가하여 주십시오." (지난 19일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가 발표한 '코로나19 현 사태에 대한 총회 입장 및 대응 지침' 중)

2020년 8월 23일 일요일, 방역 최전선에 교회가 섰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박능후 #교회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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