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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와 골프장이 운명공동체? 예비역 장성들의 어이없는 집착

[김형남의 갑을,병정] 태릉 골프장 이전과 그들의 이중잣대

등록 2020.08.20 18:36수정 2020.08.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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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건축 허가를 받았다. 롯데월드타워는 1994년에 신격호 회장이 발표한 롯데그룹의 야심찬 마천루 건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장장 15년 동안 인근 공군성남기지(서울공항)의 이·착륙 안전문제를 들고나온 군의 반대로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모두 마찬가지 이유로 장고 끝에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경제 대통령' 타이틀을 걸고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2005년경부터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임기 초인 2008년 전경련과의 회동 이후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는데, 이때도 군은 반대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군의 반대 의견을 전달한 이상희 국방부 장관에게 역정을 냈다는 풍문이 있었고,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이 임기를 7개월 남겨둔 채 경질된 이유도 롯데월드타워 때문이라는 설까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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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이후 성남 공군기지(서울공항)에서의 항공기 이착륙 안전성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3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연 공청회에서 조진수 한양대 교수가 비행 안전의 장애물로 작용할 제2롯데월드 건축물 모형을 세워 사고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2009.2.3 ⓒ 남소연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둘러싸고 이 대통령이 군과 마찰을 빚는 가운데 예비역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2008년 당시 성우회는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당시 이정린 성우회 사무총장은 "제2롯데월드 허용은 오래된 사안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생명을 지키는 안보가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남비행장은 국가 안보와 서울 시민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유사시 군 전투력을 전개할 공간도 필요하고 대재앙이 왔을 때도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라고 성우회의 의견을 대변했다.

성우회는 1965년에 성우구락부로 창립되었다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체되었고 1989년 백선엽을 초대회장으로 하는 성우회로 부활한 예비역 장성조직이다.
 
그런데 2009년 롯데월드타워 건축 허가가 임박해지자 이정린 사무총장은 돌연 "(성우회) 내부에서도 제2롯데월드 신축에 찬성하는 사람도 꽤 있을 텐데 성우회 차원에서 이런 문제에 나서서 의견을 표명할 필요는 없다"며 슬며시 태도를 바꿨다.

결국 롯데월드타워는 건축 허가를 받았고, 이로 인해 서울공항은 활주로를 3도 틀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아예 서울공항을 횡성이나 파주로 옮기는 것까지 검토했다고 하니 이 대통령의 머릿속에 수도 서울의 공군기지는 우뚝 솟은 마천루 앞의 애물단지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성우회는 사실상 '침묵'했다.
 
성우회, 롯데월드와 위례신도시에 상반된 태도

같은 시기 옆 동네에서는 위례신도시 건설을 둘러싼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위례신도시는 2005년 참여정부의 신도시 개발 정책에 따라 2기 신도시로 추진된 사업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첫 삽을 떴다.

그런데 신도시 예정지였던 송파·하남 일대에는 군부대가 많았다. 당시 학생중앙군사학교, 육군종합행정학교, 국군체육부대, 정보학교 어학처, 기무부대, 특전사, 육군복지단 물류센터, 이렇게 7개의 군부대와 함께 남성대 골프장이 있었다(남성대란 말은 박정희 대통령이 남한산성에서 두 글자를 따 육군종합행정학교를 남성대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2009년 3월 24일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특전사와 남성대 골프장을 콕 짚어 이전을 반대했다. <중앙일보> 2009년 4월 5일자 '터 이야기 - 위례 신도시 부지' 기사는 위례 신도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시각이라며 "대 테러 작전 등에 대비해 서울공항과 가까운 곳에 둔 특전사를 이천으로 옮기고 위례(송파) 신도시를 만들기로 한 것은 (이전) 좌파 정부의 음모다"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소개했다.

성우회도 크게 반발했다. 특히 성우회는 남성대 골프장 이전 반대에 공을 들였다. 전시에는 집결지로 쓰일 수 있고, 서울공항의 대체 활주로로도 쓰일 수 있는 전략 자산이기 때문이란 것이 이유였다. 결국 모두 이전되긴 했지만 국방부가 군사기지를 내놓지 못하겠다며 사유지의 76%가 보상이 끝난 상황에서 위례신도시 건설 전반에 제동을 거는 등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런데 각각의 사건을 보면 이해가 갈 법하나 엮어 보면 성우회의 태도에 이상한 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공항의 비상 활주로로 써야하기 때문에 남성대 골프장을 지방으로 이전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서울공항의 임무 수행에 지장이 있다며 현역 공군 후배들이 반대하는 롯데월드타워 건축에는 침묵한 것이 그렇다. 개발 논리에 따라 군사시설이 밀려나는 형국인 것은 매한가지인데 두 사안을 대하는 성우회의 태도가 상호 모순되는 것이다.
 
이 이해 되지 않는 모순의 실마리는 남성대 골프장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남성대 골프장은 서울 안에 있는 태릉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수도권에서 제일 가까운 군 골프장이었다. 예비역 장성들이 저렴한 이용료를 내고 집 가까운 곳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었던 곳이다. 표면적으로는 골프장이 전략 자산이라 옮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자기들이 갈 골프장이 사라지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실제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남성대 골프장의 대체재로 1389억 원에 동여주CC를 매입하여 동여주 체력단련장으로 국방부 손에 쥐여주자 성우회의 반발이 수그러드는 촌극도 벌어졌다. 정말 남성대 골프장이 포기할 수 없는 전략 자산이었다면 대체 골프장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대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성우회의 논리가 무색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육사와 골프장이 운명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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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가 공공 재건축 등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4일 신규택지 중 가장 큰 부지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모습. 2020.8.4 ⓒ 연합뉴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2020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수급 후속 대책으로 태릉 골프장(체력단련장) 부지를 신규 택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태릉 골프장은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개장한 군 골프장이다. 25만 평 부지에 1966년 9홀로 개장하였다가 1970년 18홀로 확장했고 육군사관학교와 인접해있다.
 
성우회는 이번에도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와 태릉 골프장은 한 몸과 같은 곳으로 국군의 역사가 깃든 호국의 요람이며 전략적 가치가 있는 곳인데 개발 논리에 밀려 폐쇄될 수는 없다'는 것이 성우회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이 나온 배경은 한국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개전 이후 북한군이 기습 공격으로 전차를 몰고 내려와 국군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서울로 진격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아직 임관도 하지 못했던 육사 생도들이 전선에 나섰다. 이것이 내촌·태릉 전투로 불리는 전투인데 이때 투입된 생도들이 상당수 전사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였다. 태릉 일대가 국군의 역사가 깃든 호국의 요람이며 전략적 요충지라는 주장은 이런 역사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다. 성우회의 주장대로 육사와 태릉 골프장이 한 몸이고 오래도록 기려야 할 호국의 요람이라면, 그 자리에 골프장을 지어두고 예비역 장성들의 여흥 장소로 활용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또 1950년과 마찬가지로 2020년에도 태릉 일대가 수도 방위의 전략적 가치를 지닌 곳이라면 군부대를 배치하는 것이 상식적일 텐데 골프장을 만들어 둔 까닭도 알 수 없다.

왜 육사와 골프장이 운명 공동체인지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육사는 이전할 계획이 없다고 했으니 사라지는 것은 골프장 뿐인데, 예비역 장성들이 국무총리 면담을 요구하며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시를 성토하니 이상한 모양새다.
 
태릉 골프장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유일한 군 골프장이다. 예비역 장성들이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위례신도시 건설로 남성대 골프장마저 사라졌으니 이곳까지 내어줄 수는 없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성우회는 골프장 사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육군 중장으로 예편한 미래통합당 한기호 의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은 지난 7월 28일에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 골프장을 없애고 아파트를 올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병사들은 똑바로 경계 근무하라고 그러고 장관과 참모총장은 다 내주는데 이게 나라입니까?"라며 호통을 쳤다. 같은 당 이채익 의원(울산남구갑)은 "태릉 복지시설 같은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대한민국 호국의 정신적 가치"라며 태릉 골프장의 택지 개발을 반대하고 나섰다.

군 골프장이 이슈가 될 때마다 국방부는 병사들도 이용이 가능한 군인 복지시설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병사들은 골프장을 거의 쓸 일이 없고 대부분의 이용객은 예비역 및 현역 장성, 고위 간부와 그 가족 등일 뿐이다. 그런 군 골프장을 없애는 일을 두고 군인 복지를 대폭 축소하고 군을 무시하는 일인것처럼 호도하는 까닭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납득될 리 없다. 그러나 성우회의 적극적인 공세 속에 국회에서 이와 같은 황당한 발언이 횡행하게 된 것이다.
 
전국에 있는 군 골프장은 현재 33개다. 수도권에 11곳, 강원도에 3곳, 충청도에 10곳, 경상도에 8곳, 전라도에 1곳이다. 수도권에 국방부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태릉, 남수원, 동여주, 용인처인 등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이미 도합 100만 평이 넘는 땅을 점유하고 있다. 골프장은 아니지만 위례신도시에 1개의 골프연습장도 갖고 있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 군 골프장이 산재해 있는데도 국방부는 태릉 골프장을 이전하는 대가로 대체 골프장을 수도권에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우회의 등쌀에 못 이긴 탓으로 보인다. 유력하게 검토되는 곳은 성남GC로 알려진 미군 골프장이다. 2017년 미군이 용산기지에서 평택기지로 이전하면서 폐쇄되었다.
 
그런데 성남GC에서 차로 20분을 가면 7km 남짓한 거리에 서울공항에 딸려 있는 한성대 골프장이 있다. 심지어 성남GC는 3면을 남한산성이 두르고 있어 전시 집결지라든가 군공항 대체 활주로로 쓰기도 어려운 곳이다. 군 골프장을 또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성남GC에 예비역 군인들이 두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예비역 군인 공공임대주택 등 '진짜 복지시설'을 짓는 것이 화가 난 예비역 장성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골프장을 짓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일 것이다.
 
예비역 장성들의 진짜 관심은

군부대가 개발 논리에 밀려 자꾸 지방으로 이전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역사회에서 군부대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온 지 오래다. 롯데월드타워 설립 허가를 앞둔 2009년 1월 15일,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등은 군 공항 주변 고도 제한 등 불필요한 규제로 도시 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다며 군 공항을 이전하여 산업시설을 세우자는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롯데월드타워 신축을 허용하는 김에 서울공항이 위치한 성남시 고도제한도 풀어주자는 제안까지 등장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총선 때마다 군부대, 공항 등의 이전은 주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단골 공약으로 자리매김했다. 막무가내식 개발 논리 앞에 국민의 안위가 지워지는 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 속에서 성우회가 정말 관심 있는 것이 이런 문제인지는 의심스럽다. 예비역 장성들이 모인 성우회의 입김은 매우 세다. 모두 선배 군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국방부 장관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뒤로는 성우회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까지 생겼다. 대수장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반대하면서 이런 성명까지 낸 바 있다.
 
사랑스런 군 후배들인 육·해·공 전 장병들은 위장 평화와 공산화 가능성이 높은 남북공조를 수행해 대한민국 국민·영토·주권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헌법 제5조에 명시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할 것인가. 분명하게 선택하라. 그리고 선택을 결행하라.
- 2019. 1. 30.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 발표한 대군(對軍)성명서 중 
 
이러한 대수장의 성명은 후배 군인들에게 쿠데타를 결행하라는 선동이냐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예비역 장성들이 저마다 정치집단화되고 이익집단으로 변모해가는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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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경례하는 예비역 장성단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수호 예비역 장성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1.30 ⓒ 연합뉴스

 
국민을 위해 헌신하며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것이 군인이다. 모범이 되어야 할 선배 군인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를 오가며 반 헌법적인 발언을 내뱉고, 골프장 이전에 결사 반대의 행동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며 현역에 복무 중인 후배 군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롯데월드타워는 괜찮고, 남성대와 태릉의 골프장은 옮길 수 없다는 예비역 장성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국민과 후배 군인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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