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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홍수 예방" 주장한 이 교수... 7년 전엔 "사기"

정권 따라 긍정 → 부정 → 긍정 돌변한 조원철 연세대 교수... 언론은 알고도 마이크 쥐어주나

등록 2020.08.12 08:11수정 2020.08.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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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가 어이지는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에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여주보가 수문을 열어 두고 거센 황토물을 통과시키고 있다. ⓒ 권우성

 
"4대강 16개 보에 물을 엄청나게 조절을 했기 때문에 아직도 큰 피해 없이 범람 안 했잖아요."
"이번에 분명히 16개 댐(보)에 물이 다 고여 있잖아요. 만약에 댐(보)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한번 생각해봅시다. 다 천으로 흘러내려가잖아요."

지난 10일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명예교수가 섬진강 둑이 무너진 뒤 채널A, MBC와 인터뷰에서 각각 한 말이다.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지면서 4대강 사업이 홍수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 교수도 이런 주장을 하는 소위 '전문가' 중 하나다.

하지만 조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 해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사기'라고까지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전력이 있는 인물의 주장을 검증도 없이 그대로 옮긴 언론의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환경단체 선정 '4대강 찬동인사 A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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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2008년 SBS ‘그것이 앞고 싶다’ 대운하의 꿈-꾸는 사람들과 파는 사람들에 출연해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갈무리


이명박 정부 시절, 조 교수는 4대강 사업을 찬성한 대표적인 학자다. 환경단체가 '4대강 찬동인사 A급'으로 분류할 정도로 4대강 사업에 앞장섰다. 지난 2010년 KTV에 출연한 조 교수는 4대강 정비사업은 수해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4대강사업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말씀 드린대로 하도를 정비해서 물을 저장한다는 것입니다. 왜? 물은 생명자원입니다. 물이 없는 생태계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확보하는 것이 생물의 종류를 다양하게 하고 또 생물의 개체수를 풍부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됩니다. 자연은 체인지, 변화가 기본입니다. 변화가 지나치면 교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교란이 지나치면 흔히 파괴상태라고 하는데, 교란까지 가더라도 이것을 자연은 복원하는 능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보를 예를 들어 몇 년 동안 가둬놓는 것이 아니고, 물을 가둬놓을 수는 없어요, 여름에 홍수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문을 열어야 합니다. 열고 물을 내리고 해야 하기 때문에 보 안에 갇혀있는 물도 반드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덜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물이라고 하는 것 자연은 자정작용 스스로 깨끗해지는 능력이 많이 있다라고 하는 것인데..."

조 교수는 4대강 사업 이전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도 지지했다. '한반도 대운하 연구소' 소속으로 심포지엄과 토론회 등에 참석해 대운하를 홍보했다. 환경운동연합이 펴낸 '4대강 찬동인사 인명록'에 적힌 대표적인 주장은 이렇다.


"운하를 만들면 팔당댐 3개 정도에 해당되는 9억 4천만t의 물이 한강과 낙동강에 고이게 된다. 물이 있는 하천과 물이 없는 하천은 생태계가 전혀 다르다. 지금은 물이 없는 상태지만 최소한 6m 정도의 물이 흐른다고 하면 하천 생태계는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다. 대운하 건설로 우리 국토가 생태학적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싹 달라진 태도... MB 향해 "개념 없으신 분" 원색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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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2013년 연합뉴스TV <뉴스Y> ‘신율의 정정당당’에 출연해 기존과 달리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이날 조 교수는 진행자가 “그러면 댐을 보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국민들한테 사기 친 거죠?”라고 묻자, 주저 없이 “그렇죠”라고 답한다. ⓒ 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하지만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조 교수는 입장을 바꾼다. 당시 연합뉴스TV 뉴스Y <신율의 정정당당>에 출연한 조 교수는 진행자가 "그러면 댐을 보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국민들한테 사기 친 거죠?"라고 묻자, 주저 없이 "그렇죠"라고 답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조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개념이 없으신 분"이라며 책임을 추궁한다. 사회자가 '이명박 정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냐고 다시 묻자, "이명박 정권이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구체적으로 답한다.

그러면서 "이 순간에 제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이명박 대통령께서 환경전문가나 토목에서 하천공학전문가는 결코 아니시거든요"라며 "아니신데, 이 사업(4대강 사업) 시작할 때 본인이 상당한 전문성을 갖고 모든 계획을 하신 걸로 제가 알고 있어요"라고 이 전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4대강 사업후 4대강의 수질이 공업용수 수준으로 악화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를 이명박 정권이 은폐했다고 하자 "그건 범죄행위"라며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자] 다시 돌변해 긍정론으로... 검증도 안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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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 이방면에 있는 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제방 붕괴 현장. ⓒ 경남도청

 
이랬던 조 교수는 현 정부가 들어서자 다시 4대강 사업에 대해 긍정론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주장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오히려 비판의 화살은 이런 주장을 검증도 없이 내보내는 언론으로 향하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과학적 근거 없이 수사만 늘어놓는 주장이 또다시 '전문가'란 이름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라며 "언론은 국민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주장을 검증 없이 인용 보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때도 언론은 4대강 사업을 정쟁거리로 보도하고 사실 검증은 하지 않았다"라며 "그때와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언론의 책임이 크다"라고 꼬집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언론이 기계적 중립을 내세워 조 교수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면서 이번 장마로 4대강 사업의 홍수효과가 입증됐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 진실로 둔갑하고 있다"면서 "언론은 낭설을 그대로 옮길 게 아니라 펙트(사실)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이 가짜뉴스 창고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4대강 사업은 10년 넘게 이어진 문제로 긴 역사를 확인하고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데, 언론은 단편적인 보도만 한다"라며 "그런 언론의 시스템을 정치권도 알기에 섬진강이 4대강 사업을 안 해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근거없는 주장이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언론 보도를 차갑게 평했다.
   
#4대강사업 #조원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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