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이탈리아 축구 레전드' 피를로, 유벤투스 이끈다

[유럽축구] 사리 감독의 후임으로 세리에A의 지배자 유벤투스FC의 41대 감독 선임

20.08.10 07:22최종업데이트20.08.10 07:22
원고료로 응원
지금은 LG트윈스를 이끌고 있는 류중일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선수로 13년, 코치로 11년 동안 활동하다가 2011년 삼성의 감독으로 부임해 6년 동안 4번의 통합우승과 5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비록 감독으로는 성공적인 경력을 쌓지 못했지만 류중일 감독의 뒤를 이은 김한수 감독 역시 1994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26년 동안 푸른 색 유니폼만 입었던 '삼성맨'이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선수부터 지도자까지 한 클럽에서만 활동하는 인물이 거의 없다. 세계 축구시장이 워낙 넓기 때문에 이적이나 임대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는 편이고 '선수로서의 능력과 지도자로서의 능력은 다르다'는 인식도 제법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제 모리뉴 감독(토트넘 홋스퍼FC)이나 위르겐 클롭 감독(리버풀FC) 같은 명장들의 현역 시절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최근 유럽축구의 명문팀들은 클럽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에게 감독직을 맡기며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클럽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이 성공을 거두면 구단도 마케팅 등에서 많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FC 역시 리그 9연패를 이끈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을 경질하고 AC밀란에서 10년, 유벤투스에서 5년 동안 활약했던 세리에A와 이탈리아 축구의 '레전드' 안드레아 피를로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안드레아 피를로은 유벤투스 U-23 감독팀을 이끌게 된 지 9일 만에 1군 감독에 선임되는 '초고속 승진'에 성공했다. ⓒ 유벤투스FC

 
지단-램파드-솔샤르 등 레전드 출신 감독 성공시대

2011-2012 시즌 우승 이후 4시즌 연속 라이벌 FC바르셀로나에 밀리던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CF는 2016년1월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을 경질하고 리저브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를 이끌던 지네딘 지단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물론 지단 감독이 현역시절 프랑스의 '아트사커'와 레알 마드리드의 '지구방위대'를 이끈 최고의 선수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지도자로서의 능력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단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2016-2017 시즌 라리가 우승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를 역대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지단 감독은 작년 3월 여러 명문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레알 마드리드에 복귀했고 2019-2020 시즌 레알 마드리드를 세 시즌 만에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변함 없는 능력을 과시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6회 우승에 빛나는 첼시FC는 작년 7월 사리 감독의 후임으로 첼시에서 14년 동안 활약한 프랭크 램파드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첼시에서 활약하며 전성기를 보낸 램파드는 3번의 리그 우승과 4번의 FA컵 우승, 한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레전드 출신이다. 특히 첼시 유니폼을 입고 무려 211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미들라이커'로 명성을 떨쳤다.

첼시는 2019-2020 시즌 에이스 에덴 아자르(레알 마드리드)가 팀을 떠났고 21세기 들어 팀 역대 최다실점(54점)을 기록할 정도로 수비진이 붕괴됐다. 하지만 램파드 감독은 불안정한 전력의 첼시를 이끌면서 레스터시티FC와 토트넘을 제치고 첼시를 리그 4위와 FA컵 준우승으로 이끌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영입금지징계라는 대형 악재가 있었던 시즌이었음을 고려하면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는 매우 성공적인 결과였다.

현역 시절 '동안의 암살자', '슈퍼서브'로 이름을 날렸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역시 공식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에 맨유를 리그 3위로 이끌며 선전했다. 특히 메이슨 그린우드 같은 유스 출신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성공적으로 성장시켰고 앙토니 마르시알과 프레드 로드리게스처럼 정체돼 있던 선수들을 살려내며 국내외 축구팬들에게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펩 감독으로 가는 징검다리? 초보 감독 지도력 발휘될까

이번에 유벤투스 사령탑으로 선임된 피를로 감독은 AC밀란 시절 맨유에서 활약하던 박지성의 엄청난 밀착마크에 봉쇄 당했던 선수로 국내 축구팬들게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피를로 본인도 자서전에 박지성을 '모기'라고 언급하며 활동량을 극찬했을 정도. 하지만 피를로는 세리에A와 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위대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과 유로 2012 준우승의 주역이기도 하다.

현역 시절 클럽 주요 대회에서만 무려 16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피를로는 2017년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의 뉴욕시티FC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후 코칭 라이센스를 취득하며 지도자 경력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한 피를로는 지난 7월 유벤투스의 U-23팀 감독에 부임하며 지도자로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U-23 감독 선임 9일 만에 피를로 감독을 파격적으로 1군 감독으로 승진(?)시켰다.

피를로 감독이 현역 시절 전성기가 지난 나이에 유벤투스로 이적해 뛰어난 카리스마와 번뜩이는 기량으로 동료들을 이끌며 유벤투스의 독주시대를 활짝 연 레전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피를로 감독은 코치 라이센스 취득 후 아직 정식으로 클럽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는 '생초보' 감독이다. 게다가 올해 만41세의 피를로 감독은 유벤투스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만 42세)보다도 한 살 어린 감독이다.

유벤투스를 리그 9연패로 이끈 사리 감독이 한 시즌 만에 경질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이 결정적이었다(유벤투스는 지난 8일 올림피크 리옹과의 챔피언스리그 1강 2차전에서 2-1로 승리하고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따라서 유벤투스 구단과 팬들은 피를로 신임 감독에게 다음 시즌 리그 10연패와 함께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많은 축구팬들은 유벤투스가 피를로 감독과 2년 계약을 체결한 이유가 오는 2022년 맨시티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피를로 감독이 재임기간 동안 유벤투스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린다면 유벤투스 구단의 계획은 얼마든지 수정될 수도 있다. '전설적인 선수'에서 '초보 사령탑'이 된 피를로 감독이 유벤투스를 다시 유럽 대항전의 강자로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유럽축구 유벤투스FC 안드레아 피를로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 감독 선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