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운동선수가 보여주는 최고의 아름다움

1980년 8월 11일 조오련은 헤엄쳐서 대한해협 건넜다

등록 2020.08.11 10:06수정 2020.08.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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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4일 가수 션이 루게릭 요양병원을 국내에 처음으로 건립하는 운동에 힘을 보태려고 특별한 액수의 성금을 냈다. 보도에 따르면 션은 그해 10월 통영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여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완주한 후 m당 1000원씩 계산한 총 5150만 원을 기부했다.

2020년 4월 12일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철인 3종 경기 남자부 우승자 프로데노가 집 안에서 8시간33분39초 동안 수영, 자전거, 달리기로 42.4km를 뛰는 영상을 중계해 모은 20만 유로(약 2억6500만 원)를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들에게 기부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독일 dpa통신은 "프로데노가 집 안에서 혼자 경기를 했고 이를 영상으로 지켜본 팬들이 성금을 냈다"고 전했다.

힘든 경기 실천인들에게 성금 내는 까닭

철인 3종 경기가 어떤 운동이고, 일반 대중들이 무엇 때문에 그 경기를 지켜본 후 좋은 일에 쓰라며 성금을 내는지 문득 궁금하다. 철인 3종 경기는 근래 최숙현 국가대표 선수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일반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종목이다. 고 최숙현 선수의 명복을 빌면서 글을 시작한다.

철인 3종 경기의 영어 명칭은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이다. 트라이애슬론은 한 선수가 수영, 사이클, 달리기 세 종목을 쉬지 않고 계속 수행하는 운동이다. 2000년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완주했다. 이 거리를 '올림픽 코스' 또는 '표준 코스'라 한다. 이는 더 길거나 짧은 3종 경기도 있다는 말이다.

철인 3종 경기에도 여러 종목이 있다

제일 짧은 것이 '스프린트Sprint 코스'다. 수영 0.3-1km, 사이클 8-25km, 달리기 1.5-5km이다. 그 다음이 '인터내셔날 코스International'로, 수영 1-2km, 사이클 25-50km, 달리기 5-10km이다. '롱Long 코스'는 수영 2-4km, 사이클 50 -100km, 달리기 10-30km이다. 롱 코스는 '하프 아이언맨 코스Half Ironman'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프 아이언맨 코스'라는 이름은 진정한 '철인Ironman 코스'가 그 두 배가량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해준다. '철인 코스'는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달리기 42.195km이다.

거리가 무시무시하다. 그런데도 철인 레이스 애호가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울 듯이 여겨지는 철인 3종 코스에 뛰어드는 것일까? '철인 코스'의 마지막이 42.195km 달리기인 것을 통해 그 의문을 풀어볼까 한다. 42.195km가 마라톤 주행 거리이므로 마라톤의 기원을 짚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마라톤에서 벌어진 페르시아와의 전투에서 그리스가 이겼다는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약 40km를 단숨에 달려왔던 병사 휘디피데스는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해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아테네 시민들에게 "우리가 이겼소!" 하고 외치고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사진은 아크로폴리스 매표소. ⓒ 정만진

 
기원전 490년 아테네 북동쪽 마라톤이라는 곳에서 그리스와 페르시아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그리스 군이 이겼다. 목이 빠지게 승전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빨리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휘디피데스라는 병사가 약 40km를 쉬지 않고 달렸다.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한 그는 "그리스가 이겼소!" 하고 외친 뒤 아테네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죽고 말았다.

1896년 아테네 올림픽은 마라톤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장거리를 급하게 달린 끝에 절명한 휘디피데스를 역사에 기리려는 취지였다. 당시는 42.195km가 아니었는데, 1908년 제 4회 런던 올림픽대회 때 윈저 궁전에서 올림픽 스타디움까지가 42.195km였던 데서 기원하여 그 후 마라톤 코스는 42.195km로 정착되었다.

휘디피데스 추앙은 인간적 인식의 결과

아테네 올림픽이 병사 휘디피데스를 추념하기 위해 올림픽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것은 매우 인간적이다. 다만 42 .195km를 달리는 인간의 행위를 "마라톤"이라 부르지 않고 "휘디피데스"라 이름을 붙였으면 더욱 인간적이었을 터이다.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휘디피데스"라고 명명했으면 훨씬 더 인간의 향기가 진동했을 것이고, 교육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류 역사 발전에 아무 기여도 한 일이 없는 '마라톤'이라는 곳의 지명을 세계인 모두가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본 디오니소스 극장 터 ⓒ 정만진

 
전화를 "벨(bell)"이라고 하는 것은 그레이엄 벨이 1876년 누구보다도 먼저 전화 발명 특허를 출원했기 때문이다. 1901년부터 세계의 과학자, 문학가, 경제학자, 평화 운동가 등에게 "노벨(nobel)상"이 수여되는 것은 과학의 진보와 세계 평화를 염원한 알프레드 노벨이 자신의 유산을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에 기부했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경우 물체는 항상 일직선을 따라 균일한 속력으로 움직인다는 '관성의 법칙'을 달리 "갈릴레이(Galilei)의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은 그것이 갈릴레이의 연구 결과이기 때문이다. "마라톤"보다 "휘디피데스"에 훨씬 더 사람을 존중하는 인식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휘디피데스" 대신 "마라톤"이라는 이름이 채택된 데에는 비인간적 인식이 크게 한몫했을 듯하다. '인간 승리' 휘디피데스 대신 '그리스가 승리한 장소' 마라톤을 내세움으로써 고대사회 때부터 그리스가 세계사의 주요 국가였다는 사실을 새삼 부각하려는 의도가 작용되었을 듯하다는 짐작이다. 개인이 하는 운동을 권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든 끝에 42.195km를 달리는 운동의 이름이 "휘디피데스"가 아니라 "마라톤"이 된 게 아닌가 추정하는 것이다.

사람의 이름을 중시하는 것이 바로 인간존중이다

이제 사람들이 철인 3종 경기에 환호를 보내는 이유가 대략 가늠이 된다. 비록 휘디피데스는 세계사에 자신의 이름을 분명하게 새기지 못했지만, 그는 당대의 영웅으로 칭송받았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철인(鐵人, Ironman)들의 향연을 통해 휘디피데스의 환생을 본다. 철인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의 욕구는 평온하게 다스려진다.

본인이 직접 레이스에 뛰어든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마라톤을 해야 하는 전체 거리를 보면 끔찍하다. 자칫 함부로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가는 히디피데스처럼 숨이 끊어질 것만 같다. 그때 누군가가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세상에 좋은 일을 하겠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지켜보면서 그리 많지 않은 성금을 내면 된다. 그 정도도 못할까!
 

<사진으로 보는 양정 100년>에 실려 있는 조오련의 사진들. 아시안게임 환영식, 수영반 졸업 사진 등이다. ⓒ 사진으로 보는 양정 100년

 
40년 전의 오늘인 1980년 8월 11일 우리나라의 수영 선수 조오련이 헤엄을 쳐서 대한해협을 횡단했다. 조오련은 그로부터 28년 후인 2008년 7월에는 56세나 되는 고령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아들과 함께 독도를 33바퀴나 헤엄쳐서 돌았다. 그가 13시간 16분에 걸쳐 대한해협을 건너고, 사나운 물살과 소용돌이 때문에 한 바퀴 도는 데 마라톤 완주만큼이나 힘이 든다는 독도를 매일같이 헤엄쳐 33회나 회영한 것은 1919년 독립만세운동을 상징한 행동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은 조오련에게 열화와 같은 성화를 보냈다. <SPORTS KU> 한성우 기자는 2018년 9월 26일 기사를 통해 "일각에서는 1974년 200m 자유형 은메달과 1978년 200m 접영 동메달을 포함한 총 6개의 아시안게임 메달보다 오히려 은퇴 후 민족의식을 품고 그가 펼쳤던 도전의 삶이 조오련이 남긴 더 큰 유산이라고 평가한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라고 썼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조오련의 모교인 양정고등학교에는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시작하는 순간 도전이 된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라는 글이 새겨진 빗돌이 있다고 한다. 세운 이가 '양정 55회'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조오련도 양정고 55회 졸업생인 모양이다. 양정고등학교에 가서 그 빗돌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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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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