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불운의 아이콘' SK 문승원, 행운의 강우콜드 완투승

[KBO리그] 8일 삼성전 5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3승 수확, SK 4-2 강우콜드 승리

20.08.09 09:08최종업데이트20.08.09 09:09
원고료로 응원
하늘의 도움을 받은 SK가 삼성을 꺾고 8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했다.

박경완 감독대행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8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4안타를 때려내며 5회 종료 후 쏟아진 비로 인해 4-2 강우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지난 7월 27일 한화 이글스전 5-5 무승부 이후 내리 8연패를 당하며 3할 승률도 위태로웠던 SK는 삼성을 제물로 힘들게 연패에서 탈출했다(24승1무52패).

SK는 2-2로 맞선 3회 무사 2루에서 적시 2루타를 터트린 한동민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최지훈이 2안타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마운드에서는 올해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지독한 불운으로 시즌 2승에 그쳤던 이 투수가 비의 도움을 받아 시즌 3번째 승리를 따냈다. 강우콜드 완투승으로 시즌 3승째를 올린 문승원이 그 주인공이다.

고졸이 판을 치는 시대에 흔치 않은 대졸 1라운드 지명 선수

KBO리그 출범 초기에는 대부분의 특급 선수들이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고교 졸업 후 프로보다는 대학진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프로 구단들이 고졸 선수에게 과감한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프로 직행을 선택하는 선수들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제 대학은 만족스럽지 못한 순번으로 지명을 받거나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선택하는 무대로 전락했다.

실제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선택된 50명의 명단을 보면 대졸 선수는 2018년의 최채흥(삼성)과 2019년의 이정용(LG트윈스) 단 두 명 밖에 없다.  대졸 선수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에 1차 지명으로 선택 받은 확률이 단 4%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KBO리그는 고졸 선수가 대세를 이루는 리그가 된 지 오래다.

물론 유난히 대졸 선수들이 많이 등장했던 시즌도 있었다. 바로 문승원이 프로에 입단했던 2012년 신인 드래프트였다. 전면 드래프트로 열렸던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지명된 9명 중 대졸 선수는 조윤준, 박지훈, 윤명준(두산 베어스), 그리고 문승원까지 4명이나 나왔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4%에 불과했던 대졸선수 비율이 2012년 1라운드에서는 무려 44.4%로 치솟은 것이다.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SK에 지명된 문승원은 1억8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입성했지만 2년 동안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상무에 입대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문승원은 2016년 전반기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4승을 올렸지만 8월부터 불펜과 2군을 전전하며 4승4패 평균자책점 6.64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2017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 힐만 감독(마이애미 말린스 주루코치)이 부임하면서 문승원은 풀타임 선발 기회를 얻었다.

문승원은 2017년 이건욱, 김주한 등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SK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고 그 해 155.1이닝을 던지며 6승 12패 5.33을 기록했다. 사실 승리보다 패배가 2배나 더 많았기 때문에 평범하다 못해 부진한 성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보낸 투수가 규정이닝을 넘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문승원은 SK의 붙박이 선발 투수로 자리 잡았다.

김광현도 없고 산체스도 없는 SK 선발진 이끄는 문승원

SK는 2018년 재활 과정을 마친 에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복귀했지만 문승원은 변함 없이 SK의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문승원은 2018 시즌 150.2이닝을 소화하며 8승 9패 1세이브 1홀드 4.60으로 성적을 더욱 끌어 올렸다. 문승원은 정규리그에서 김광현(136이닝),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 145.1이닝)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작년 시즌은 문승원이 KBO리그 최고의 5선발로 거듭난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비록 이닝(144이닝)은 다소 줄었지만 3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운 문승원은 26경기에서 11승 7패 2홀드 3.88의 성적으로 SK의 스윙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SK는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며 정규리그 2위, 최종순위 3위로 아쉽게 시즌을 마쳤지만 문승원이라는 듬직한 우완 선발의 발전을 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올 시즌 작년보다 7700만 원 인상된 2억57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한 문승원은 올 시즌에도 15경기를 던지는 동안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김광현도, 산체스도 없는 SK의 선발진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SK가 믿기 힘든 부진으로 9위까지 추락하면서 7월까지 단 2승을 수확하는데 그쳤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기만 무려 7경기. 타자들의 득점지원과 불펜 투수들의 불장난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불운이다.

하지만 불운을 잘 참고 견뎌내면 언젠가는 분명 행운이 찾아오게 마련. 문승원 역시 8일 삼성전에서 단 5이닝만 던지고 프로 데뷔 두 번째 완투승을 따내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문승원은 5회까지 5개의 안타를 맞으며 두 점을 내줬고 2회에는 강민호에게 시즌 10번째 피홈런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SK 타선이 삼성 선발 윤성환을 상대로 4안타로 4점을 뽑았고 5회가 끝나자마자 비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문승원은 행운의 완투승을 따낼 수 있었다.

물론 8일 경기에서는 운이 따라주며 완투승을 기록했지만 이날의 행운을 제외하더라도 문승원은 올해 SK 선발진에서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3.73)과 가장 많은 이닝(94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비록 약한 타선과 불펜 때문에 시즌 성적은 3승7패에 그치고 있지만 문승원은 올 시즌 SK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선발 투수인 셈이다. 리그 최고의 5선발이었던 문승원이 어느덧 SK 선발진을 이끄는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SK 와이번스 문승원 강우콜드 완투승 불운의 아이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