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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새 경마장 마필관리사 2명 사망... 마사회 '무대응'

마필관리사 노조 "경마장은 전쟁터, 부러져도 일한다"...재해발생률, 평균보다 40배 이상

등록 2020.08.07 19:48수정 2020.08.0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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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 경마공원 앞 (자료사진) ⓒ 이희훈

 
서울경마공원에서 일하는 마필관리사가 보름 사이 두 명이나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의 문중원 기수가 마사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채 1년도 되지 않아 서울경마장에서도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다시 발생한 것. 마필관리사는 기수와 함께 조교사(감독)에게 고용돼 경마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한국노총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서울경마지부에 따르면, 6일 오전 6시께 마필관리사 40대 전아무개씨가 서울경마장 내 기숙사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전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조사를 위해 부검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고인의 장례식장은 안양에 마련됐다.

한편 지난 7월 21일에는 전씨의 동료인 30대 마필관리사 이아무개씨가 경기도 안양시 자신의 집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지난 5월 26일께 서울경마장 내 기숙사에서 미리 유서를 작성했다. 유서에는 "한국 경마는 우리가 있어서 발전했는데 모든 건 마사회 몫"이라면서 "정말 열심히 하는데, 왜 사람이 죽어나가야 (마사회가) 그나마 잠깐 느끼는 것인지, 매년 다치니 왜 내가 이걸 해야 하나, 왜 내가 매번 다쳤다고 질책을 받아야 하나, 난 다치고 싶지도 아프고 싶지도 않은데"라고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이 적혔다.

이에 대해 김보현 한국노총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서울경마지부장은 6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동료들의 연이은 죽음에 모든 조합원들(마필관리사)의 충격이 어마어마하다"면서 "다들 죽음에 공포감이 생겼다, '다음 차례는 누구야'라는 말을 한다"라는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부장은 "마사회는 무조건 자기들은 책임이 없다고만 한다"면서 "동료들의 죽음에 대해 병적 기록을 포함해 기본 자료도 제공해달라고 요청해도 단협을 외면하며 제공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사회 공식 입장 표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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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장례를 위한 협의를 위해 관련 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월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 앞을 출발해 양재 시민의 숲역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2005년 부산 경마공원 개장 이후만 따져도 한국마사회에서 일하다 숨진 마필관리사만 모두 8명이다. 기수만 따져도 지난해 11월 사망한 문중원 기수를 포함해 4명이나 된다.

서울경마공원의 재해발생률은 마사회 발표를 기준으로 2019년 25.7%다. 같은 기간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재해발생률은 28.4%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전체 재해율 0.58%이다. 마사회 소속의 두 사업장 모두 고용노동부 평균에 비해 각각 44.3배, 48.9배 이상 높다.

이에 대해 김보현 지부장은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가는 것은 결국 총체적으로 마사회의 문제가 아니겠냐"면서 "마필관리사들이 일할 때 어디 한 군데 부러지면 그냥 부러졌는가 보다 하고 일한다, 밖에서 보면 이해가 안 갈 일이지만 경마장에선 당연한 거다, 한마디로 전쟁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사회는 이번 사망과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마사회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십차례 언론 대응 홍보팀을 비롯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제한된다'는 메시지만 반복됐다.

두 명의 마필관리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긴급'을 달고 '고객 부분입장 재개가 잠정 연기됐다'는 안내글을 주요하게 배치했다.
#마사회 #경마장 #마필관리사 #기수 #조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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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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