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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에 묻히면 '12주 만에' 썩는 샌들 나왔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75] 해조류 오일 원료로 제작... 쓰레기 감소에 큰 도움될 듯

등록 2020.08.07 16:05수정 2020.08.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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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여름 방학 때 시골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는데, 놀이에 빠져 어딘가에 벗어둔 샌들을 끝내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할아버지는 두어 달 뒤 밭을 갈다가, 무엇인가가 갉아먹은 듯 형체가 심하게 손상된, 손자의 샌들로 짐작되는 플라스틱성 물체를 발견했다.

위와 같은 얘기는 지금까지는 대체로 상상의 영역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시골의 짐승들이 플라스틱을 갉아 먹을 리도 없고, 또 자연분해가 된다 하더라도 두어 달이라는 짧은 시일 내에 형체에 심한 손상을 가져올 정도로 플라스틱이 변형될 확률은 거의 없는 탓이다.
 

UC샌디에이고 연구팀이 제작한 플립-플랍형 샌들. 끈에 UC San Diego라는 글자가 보인다. ⓒ 스티븐 메이필드(UCSD)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 샌디에이고 연구팀은 상상을 현실로 바꿔놓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대학의 재료과학, 생물과학자 등은 해조류의 오일로 폴리우레탄 발포 물질을 만들고, 나아가 이 폴리우레탄을 원료로 샌들(플립-플랍)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의 일원인 스티븐 메이필드 생물공학부 박사는 "상용화까지 이르지 못했으나 유사한 연구와 시도는 이제까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샌들 제품은 당장 시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제로 스타트업을 설립해 샌들 시제품을 제작했으며, 이 샌들을 퇴비와 일반 토양에 방치해 놓고, 어느 정도의 속도로 '썩는지', 즉 자연 분해되는지 등을 관찰했다.
 

연구자가 신발 본에서 샌들의 발바닥 부분을 떼어내고 있다. 해조류 오일을 원료로 만든 폴리우레탄 소재 신발은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 스티븐 메이필드(UCSD)

    
실험 결과 해조류에서 유래한 폴리우레탄의 경우 질량 기준으로 12주 만에 퇴비에서는 30%가, 토양에서는 71%가 분해됐다. 분해의 주역은 '슈도모나스'라는 비교적 흔한 박테리아로 확인됐다. 

이 박테리아는 해조류 오일로 만든 폴리우레탄을 유일한 탄소 영양원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폴리우레탄은 단위체 여럿이 합쳐진 것인데, 이 박테리아에서 나오는 가수분해 효소가 폴리우레탄을 다시 단위체로 되돌려놓는 것으로 드러났다.

메이필드 박사는 "이번에 만든 폴리우레탄 가운데 해조류 오일 등 순수 자연 성분은 52% 정도"라며 "폴리우레탄 100%를 완전히 분해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이번에 개발된 기술만으로도 폴리우레탄 쓰레기의 양을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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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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