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남성들이여, 이제 코르셋을 입고 화장을 하자

등록 2020.08.03 14:32수정 2020.08.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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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지만 괜찮아> 13화에서 강태와 문영은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한다. 약속 다음엔 도장. 하지만 연인끼리의 도장은 엄지로 찍지 않는다. 문영은 강태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입을 맞춘다. 마치 <진격의 거인>에서 앨런이 좌표에 도달한 것처럼,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에 겹쳐졌다. 그 장면에서 마치 앞으로 인간 수컷과 인간 암컷의 미래를 보았다고나 할까?
 

넥타이의 진정한 쓸모는? ⓒ tvN

 
모든 포유류는 수컷이 더 아름답다. 사자의 상징인 갈기는 수컷만 있으며, 닭 머리에 있는 멋들어진 벼슬도 수컷의 전유물이다. 날개를 활짝 펼친 공작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숫 공작이다. 암 공작은 그런 멋진 날개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예외다. 내가 남성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아름답다.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여성은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곤충의 경우는 포유류와 달리 수컷보다 암컷의 덩치가 더 크다고 한다.
Zurich대학교 동물박물관 Wolf Blanckenhorn는 작은 몸집의 장점들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을 제안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암컷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는 동안 수컷들은 암컷들에 비해 훨씬 더 크고 보다 정교한 생식기관들을 성숙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에너지와 자원들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상대적인 몸집 크기를 비교하면 곤충들의 생식기관이 포유동물들에 비해 상당히 더 큰 것이 사실이다.  - 자닮, 왜 곤충의 암컷은 수컷보다 더 몸집이 클까? 

인간은 이성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종족 번식의 욕구가 내재된 동물이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포유류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 아름다워져야 했다. 가부장제 이전의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은 자신이 한 달 동안 열심히 만든 난자를 이왕이면 더 우월한 정자와 만나게 해 주고 싶었을 것이고, 그 선택권은 여느 동물들처럼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있었다.

남성들은 여성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열심히 신체 능력을 발달시켰다. 여성들은 종족의 유지를 위해 더 크고 발달한 근육을 가진 남성들을 선택했다. 처음엔 단지 여성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발달시켰던 남성들의 신체 능력은 농경시대에 들어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다. 농경으로 인간의 개체 수는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증가하지만, 농경 초기엔 늘어난 개체 수를 충족시킬 만큼의 생산력이 뒤따르지 못했다.

인류는 이전보다 더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이런 이유로 유발 하라리는 농경이 인류 최초의 사기극이었다고 주장했다. 농경이 인간의 목표를 종족 번식을 통한 생존에서 노동을 통한 생산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이제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남성이 가진 노동력과 전투력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른바 여성들에게 암흑의 터널이었다고 일컬어지는 중세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길고 어두운 가부장제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투를 둘러싼 이런저런 사건들을 접하며 드디어 '가부장제'가 끝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꽤 긴 과도기가 놓여 있기는 하지만, 결국 다른 포유류처럼 인류도 종족 유지를 위해 남성이 아닌 여성의 선택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SNS에 자주 등장하는 여성에게 호감을 주는 남성 향수 광고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처럼 남성이 여성의 취향을 무시한 채 섣부르게 다가가면 큰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인간의 종족 유지를 위해 이제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여성의 취향을 파악해 그 취향에 맞게 자신을 꾸미는 일이다.

남성들이여, 이제 코르셋을 입고 화장할 준비를 하자!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 출판한 원고 입니다.
https://brunch.co.kr/@back2analog/394
#미투 #가부장제 #사이코지만 괜찮아 #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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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수를 꿈꾸는 프리랜서 콘텐츠, 정책 기획자... 사회 현상의 본질을 넘어 그 이면에 주목하고 싶은 양시론자(兩是論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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