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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입법 전쟁 시작... 여당 속전속결에 야당 속수무책

7월 국회 종료 일주일 앞두고 '직진'... 기재·국토·행안위에서 동시 충돌

등록 2020.07.28 17:25수정 2020.07.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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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퇴장한 통합당 '빈 자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집단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 28일 오후 6시 5분]

7월 국회 종료를 앞두고 '부동산 입법 전쟁'의 막이 올랐다. 28일 여야는 원내대표 회동을 시작으로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을 다룬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곳곳에서 설전과 퇴장 등 충돌을 빚었다. 그렇게 법안 처리를 시작한 여당은 멈추지 않을 기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아침 일찍부터 '직진'을 예고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생현안은 산적하고 시간은 부족한데 미래통합당의 고의적 시간끌기로 상임위에서 핵심 법안이 협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나쁜 정치는 시간끌기"라며 "통합당이 또 다시 시간끌기로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면 민주당은 단호한 대처로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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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오전 11시 박병석 국회의장과 함께 김태년 원내대표를 만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말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그는 "(민주당이) 필요한 법안을 합의도 없이 뒤로 들여와 상정하도록 하고, 병합심사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하는 움직임이 매우 우려스럽다"라며 "(그런 식의) 정치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숙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에서도 부동산 관련 입법의 조속한 처리냐, 충분한 심사냐를 두고 얼굴을 붉혔다. 

민주당, 기재·국토·행안위서 부동산 관련 법안 상정 강행... 통합당 퇴장

상임위는 상임위대로 시끄러웠다. 기재위는 고용진 민주당 의원(서울 노원구갑)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법인세법,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상정을 두고 여야가 대립했다. 그동안 국회는 법안을 처리할 때 전체회의 안건 상정 및 대체 토론 → 법안소위 회부 및 심사 → 전체회의 표결을 거쳤다. 다만 전체회의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 법안소위 구성을 먼저 해왔다. 

그런데 이날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여야 간사가 소위 구성을 향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라고 한 뒤 문제의 3개 법안을 거론했다. 그는 "홍익표 의원으로부터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시급하므로 금일 추가 상정해달라'는 서면 동의가 있었고, 양경숙 의원이 찬성했다"라며 기립표결을 거쳐 세 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후 기재위는 여당 소속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만 참여한 채로 대체토론과 표결 등 법안처리 절차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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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불참 속 답변하는 김현미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으로 집단퇴장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빈 자리가 보인다. ⓒ 남소연




국토위 상황도 비슷했다. 법안소위가 아직 꾸려지지 않았지만 진선미 위원장은 "모든 의원들이 부동산 관련 어려움을 호소한다, 조금이라도 진전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등 6개 법안의 상정을 위한 기립표결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통합당 소속 위원 10명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후 국토위는 대체토론과 표결을 거쳐 해당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지방세법을 다루는 행안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영교 위원장은 "여야간 더 합의해서 이뤄지길 원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아 유감을 표한다"라면서 "우선 법률안을 상정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민주당 간사인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시을)은 "지방세특례제한법과 지방세일부개정법률안은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시장과 국민에게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 거들었고, 통합당은 항의 차원에서 퇴장했다. 이후 행안위는 부동산 관련 법안 2개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 등 모두 4개의 법안을 처리했다.

"독재적 발상" 비난했지만... 뾰족한 수 없는 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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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인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같은 당 위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통합당은 연이어 항의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을 비난했다. 기재위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은 "서면 동의서를 내서 3개 법안만 핀셋으로 뽑아 상정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다수의 횡포, 의회 독재"라고 평가했다.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의 행태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의회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뒤흔드는 정부여당의 독재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통합당 국토위 소속 의원들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하명에 따라 부동산 실책을 덮기 위해 민생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한다"라며 "여야 협치 정신으로 돌아와주길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행안위와 국토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회의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상임위에 복귀해 의사일정 재협상을 시도했던 기재위 소속 의원들도 협상 실패 후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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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인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같은 당 위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기재위 소속 조해진 통합당 의원(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은 이런 상황을 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여야가 법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는, 효과 있는 법안을 만들어낸다면 이 회기 안에 처리하는 것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며 "그런데 오늘 21대 들어와서 첫 (상임위) 회의인데, 아... 착잡하다"라고 했다. 

조 의원은 "오늘이 28일이고 30일 본회의, 8월 4일 본회의라 1주일가량 시간이 있다"라며 "내일 처리해야 한다면 소위를 생략하고 대체토론을 끝내도 이해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지 않냐"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 의원들조차도 안건을 들여다볼 기회를 안 주는 게... 여야를 떠나서 4년 동안 이렇게 사실 거냐"라며 "진짜 이렇게 4년 동안 지낼 것 같으면, 임기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가 회의가 든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거듭 '직진'할 분위기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리는 예정대로, 국회법을 존중해나가며 (법안을) 상정·의결했고,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당에 많은 시간과 절차, 그리고 명분을 줬는데도 계속 의사일정을 연기했다"며 "부동산 대책은 타이밍인데 이걸 놓쳐서 실거주자나 전세세입자 등에게 대책을 못 주면 더 심각하다"고 했다. 또 "우리는 통합당 마음을 얻기 위해 정치하는 게 아니다, 그런 정치는 안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대책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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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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