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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는 여자, 한국판 '라라랜드' 연상케 한 이 장면

[리뷰] 뮤지컬 영화 <어게인>

20.07.26 15:58최종업데이트20.07.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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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게인> 포스터 ⓒ 에스와이코마드 , 아이 엠(eye m)

 
우리나라에서 SF영화 못지않게 드문 장르가 뮤지컬이다. 약 30여 편의 영화만이 제작되었고, 상업영화로는 <구미호 가족>이 유일하다. 뮤지컬이라고 한다면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춤과 노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제작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개봉을 앞둔 윤제균 감독의 <영웅>이 원작 뮤지컬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원작의 주연배우 정성화를 주연으로 택했다는 점은 뮤지컬 장르의 영화화가 국내에서 창작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시장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게인>의 등장은 그 완성도와는 별개로 의미 있는 시도라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작품은 최근 영화계에 유행하는 힘든 청춘의 모습과 여성서사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뮤지컬이 결합된다. 뮤지컬 영화가 지닌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서사를 꼼꼼하게 신경 쓰면서 갈등 구도를 탄탄하게 잡아낸다. 이런 이야기의 토양은 뮤지컬적인 요소를 입힐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어게인> 스틸컷 ⓒ 에스와이코마드 , 아이 엠(eye m)

 
감독 지망생 연주는 조연출만 10년째다. 또 한 번 좌절을 겪은 연주는 고향 전주로 내려온다. 그렇게 영화와 거리를 두던 연주에게 기회가 온다. 조선의 마지막 기생이자 화가였으며 예술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인 허산옥 선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이다. 허산옥의 삶을 시나리오로 쓰던 연주는 그 가능성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한말순이 쓰러지면서 그녀는 꿈을 앞에 두고 망설인다.   

작품의 여성 서사는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이뤄진다. 연주와 허산옥 그리고 한말순.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루지 못한 꿈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연주는 감독을 꿈꾸지만 그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다. 연주는 고향에서 어머니를 도와 콩나물국밥집에서 일하는 동생 민주와 갈등을 겪는다. 민주는 영화 일을 하는 연주가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데 불만을 느낀다.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느라 가족 모두를 고생시키느냐는 민주의 말에 연주는 갈등을 겪는다. 이런 연주에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건 허산옥과 한말순이다. 16살에 기생이 된 허산옥은 판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음치라서 그럴 수 없었다. 40대에 화가가 되어서야 인정받은 허산옥은 자신처럼 꿈을 이루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으로 힘들어 할 이들을 위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다.    
 

<어게인> 스틸컷 ⓒ 에스와이코마드 , 아이 엠(eye m)

 
한말순에게도 꿈이 있었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이루지 못했다. 평생 콩나물 국밥을 만들며 자식들 뒷바라지를 한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꿈을 위해 스페인에서 미술 공부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녀는 돈을 모아 연주의 꿈을 이뤄주고자 한다. 꿈을 이루지 못한 말순이기에 연주의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머니는 딸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고자 한다.  

이런 청춘의 꿈과 여성서사는 뮤지컬적인 요소를 통해 더 강한 힘을 낸다. 도입부에서 연주가 전주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부르는 'My Dream'은 간절히 바라지만 다가가기 힘든 꿈에 대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담아낸다. 현대 청춘들이 겪는 꿈에 관한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마음을 자극한다.  

말순이 죽음을 앞두고 눈앞에 나타난 저승사자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꿈을 이룰 수 없었던 지난 세월에 대한 한이 서려있다. 아직은 남편을 따라 죽음의 길로 갈 수 없다는 그녀의 강렬한 메시지는 꿈과 행복을 찾는 순간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삶의 찬가가 진하게 깔려 있다. 이 장면에서 허산옥이 등장하면서 말순과 산옥의 삶 사이에 연결점을 만들어 낸다.    
 

<어게인> 스틸컷 ⓒ 에스와이코마드 , 아이 엠(eye m)

 
연주가 꿈을 포기하고 콩나물 국밥 만드는 일을 하겠다고 하자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설명하는 한길봉의 코믹한 뮤지컬 장면이나, 연주에게 미래를 그리게 만드는 허산옥의 EDM 스타일의 뮤지컬 장면은 매력을 더하기에 충분하다. 때론 코믹하고, 때론 신이 나며, 때로는 진심을 보여주는 무대로 감성을 자극한다. 화려하고 현란한 볼거리는 아니지만 적재적소에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어게인>은 청춘의 꿈과 여성 서사라는 현재 영화계가 주목하는 소재를 바탕으로 뮤지컬이란 획기적인 시도를 선보인다. 세 여성의 서사를 절묘하게 엮은 스토리 못지않게 그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의 선택 역시 인상적이다. 뮤지컬의 화려한 볼거리와 뛰어난 가창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약간의 실망감을 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적인 서사에 집중하면서 별과 같은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점에서 한국판 <라라랜드> 같은 감성을 선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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