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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A씨'가 유튜브에서 '설현'으로... 실소가 나온다

[하성태의 사이드뷰] 전통의 'A양 보도'는 유튜브 시대에 어떻게 재생산되나

20.07.28 08:47최종업데이트20.07.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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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연예인 A양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온 구설에 올랐습니다. 연예인과 돈 많은 한량들의 스폰서의 관계는 이미 많은 보도와 취재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져온 정설입니다. 그런데 이 스폰서들이 활동하는 일명 '스폰서 시장'에 최근 A양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군요.

'A양은 벌써 스폰서와 계약을 마쳤고, 그 금액은 6개월에 8억원 상당'이라는 구체적인 정황도 전해졌습니다. A양에게 스폰서 제의를 해온 사람은 재벌 2세로 알려졌습니다. 연예가는 A양의 이름이 너무도 뜻밖이라 전모를 궁금해 하는 상황입니다. 연예인과 스폰서가 계약을 하는 것은 활동을 도와주는 것 외에 숨겨진 요구(?)가 있음을 증명하기 때문이죠.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스포츠경향>의 <[연예가 별별 이야기] 청순 A양, 6개월에 8억 '스폰서 샀다'> 기사 중 일부다. 문화연예부 부장과 담당 기자의 '방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꽤 긴 분량인 이 기사는 잠적한 인기가수 B씨, 조울증 증세가 심각하다는 톱탤런트 C양, 팔에 자해 흔적이 나왔다는 활동중단 여가수 D양, 열애설의 정황이 나왔다는 톱 여배우 E양과 신인배우 F군의 사연을 열거한다. 실명으로 언급된 연예인은 중견 연예인 둘뿐이다.

수십 년간 연예매체들이 지속해온 이러한 '방담'류의 가십성 비실명 기사의 의도와 목적은 분명하다. 실명을 언급하며 다룰 수 없는 자극적인 연예계 뒷얘기를 어떻게든 기사화해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이다.

이런 기사들에선 어떤 공익성도 찾아볼 수 없다. 쉽게 말해 가십에 의한, 가십을 위한 비실명 기사.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물론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위반죄를 숙지한 연예매체가 이를 피해가면서도 해당 연예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적대적이든 비적대적이든) 일종의 방법론이 바로 이 '방담'류의 비실명 보도였던 셈이다.

<용감한 기자들>은 왜 다시 소환됐나
 

유튜브에 올라온 <용감한 기자들> 178회 한 장면. ⓒ 유튜브

 
인터넷이 발달한 2010년대 들어, 일종의 변화가 찾아왔다. <디스패치>류의 파파라치성 실명보도가 하나요, 둘은 방송으로의 진화였다. 전자는 부연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후자는 2013년 시작한 E채널의 <용감한 기자들>이 시작이었다.

연예부 기자 방담을 방송 형식으로 옮겨온 <용감한 기자들>에서 더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 사회부기자들의 사건사고 에피소드가 아니었다. 프로그램 속 일부 연예인들에 대한 비실명 토크는 또 다른 연예매체로 옮겨가며 화제가 됐고, 그 화제성은 이 케이블 프로그램을 5년 간 시즌3로 이어지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최근, 4년 전인 2016년 9월 방송된 <용감한 기자들>의 내용이 일부 매체를 통해 기사화됐다. 당시 방송을 보면, 비실명으로 언급된 "가녀리고 청순한 외모를 지녔고 성격도 좋아서 남성 팬들이 많은" 걸그룹 멤버 A씨의 사연은 이랬다.

해당 걸그룹이 광고 촬영차 태국의 한 호텔에 묵었다. A씨가 흡연을 했고, 화재 경보음이 울리면서 투숙객이 대피하고 경찰이 출동할 위기에 처했지만, 광고 스태프들이 A씨의 신분을 밝히고 대신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고 한다. 해당 방송 속 연예기자는 A씨가 "'금연구역인 줄 몰랐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용감한 기자들> 178회 한 장면. ⓒ 유튜브

 
그런데, 최근 연예계를 대상으로 하는 일부 유튜브 채널이 이 사연을 끄집어 올렸다. 이러한 일종의 '카더라' 통신은 또 다시 일부 유튜브 채널을 먹여 살리는 '원천 소스' 기능을 도맡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 채널 방송이 A씨를 AOA 멤버 설현이라고 지목했고, 이 방송 내용을 적잖은 연예 매체가 기사화화면서 사태가 커졌다. 물론 이 배경엔 얼마 전 AOA 전 멤버 권민아의 멤버간 괴롭힘 폭로와 이를 설현이 방관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설현의 소속사 측은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FNC 엔터테인먼트는 22일 "루머 속 인물은 설현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며 "온라인상에 근거 없는 루머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위한 자료를 수집 중이다. 이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심히 유감이며, 이로 인해 심각하게 명예가 훼손된 점에 대해 어떠한 선처도 없이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비난의 방향을 소속사로 돌렸다. 데뷔 이후 고통을 받아왔다는 권민아의 호소엔 미적거리면서 설현의 루머에는 즉각 대응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최초 유튜브의 의혹제기나 소속사에 대한 비난에 '사실'이나 '진실'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비실명 방송 내용을 토대로 설현을 지목한 근거조차 박약한 건 물론이었다. 방송 시기나 AOA가 인기를 얻던 시점, 그리고 "가녀리고 청순한 외모를 지녔고 성격도 좋아서 남성 팬들이 많은" 걸그룹 멤버 A씨란 <용감한 기자들> 속 언급이 전부였다.

수 년 전 비실명 토크로 점철된 연예 프로그램 내용이 유튜브 시대로 진화하며 악의적인 유튜버가 연예인 실명을 지목하는 사태로 번졌고, 졸지에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피해와 피해자를 만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A양 비실명 보도'의 진화

십년 전, 아니 수십 년 전 비실명 기사와 본질적인 면에서 다르지 않다. 자극적인 요소만을 가져다 이슈화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 말이다. 여기에 그 어떤 공익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지니지 않는 유튜버들이 공익성을, 어떤 매체로서의 윤리를 의식할 리 만무하다. 문제는 이들이 떠벌리는 루머를 그저 클릭 장사의 일환으로 기사화하고 논란을 키우는 연예 매체들의 생존법이다.

이런 바탕 위엔 연예인들은 그렇게 공격해도 되는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루머로 고통받을 연예인 개인보다 그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사 몇 개로 얻을 수익이 중요한 이들의 비윤리적 행태는 작금의 유튜버나 매체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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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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