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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가입 30년 넘었는데...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성소수자의 인권 개선의 길, 포괄적 차별 금지법 논의에 대한 제안

등록 2020.07.22 08:58수정 2020.07.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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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정의당 혁신위원장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 활발한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법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사회 안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발의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차별 금지 자체보다는 이 법안 제2조 1, 4, 5항에 나온 용어 정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성별"이란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을 말한다.
4. "성적지향"이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감정적·호의적·성적으로 깊이 이끌릴 수 있고 친밀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거나 맺지 않을 수 있는 개인의 가능성을 말한다.
5. "성별정체성"이란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 혹은 표현을 말하며, 자신이 인지하는 성과 타인이 인지하는 성이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상황을 포함한다.
 
여기에서는 성소수자들(LGBTI)과 그들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기존의 생물학적인 남녀의 성과 나란히 실재하는 것으로 명문화하고 있고 이것이 특히 보수 기독교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33세의 장혜영 의원은 발달 장애인 동생을 시설에서 나오도록 하는 과정을 기록한 영화 <어른이 되면>을 통하여 장애인을 위한 인권 운동가로서의 면모를 세상에 알린 바가 있다.

이 법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장 의원은 특히 성소수자들과 관련된 항의 전화를 하루에 100통 이상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소신을 밀고 나갈 것이라며 이 차별금지법으로 모든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단지 국가인권위원회 법이 그려 놓은 스케치에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담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는 단순히 동성애자만이 아니라 좀 더 넓게 모든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동성애에 관한 담론조차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는 당연히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지속되는 법 제도 개선

실제로 한국교회총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 법이 통과되면 결국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혼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어 폭발적인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 법이 "동성애 보호법이요 동성애 반대자 처벌법이므로 그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등 기독교 81개 단체는 이 법에 대한 지지 성명을 냈다. 이 성명에서는 차별이야말로 하나님/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라면서 다양성과 다름을 정죄하고 혐오하는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앞서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특정집단의 '억지 논리와 주장' 때문에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차별금지법 입법에 찬성을 하고 있다.

과연 한국은 성소수자의 인권에 관한 법 제도에서 어느 정도 와 있는가?

2020년 6월 24일 OECD가 발간한 자료인 "무지개 넘어? 성소수자 포용의 길"(Over the Rainbow? The Road to LGBTI Inclusion)에 따르면 한국은 성소수자의 평등한 권리 보호 조치에 관련된 15개 항목의 준수 수준(100% 기준)이 29%로 조사 대상인 OECD 회원국 35개국 가운데 33위를 차지하였다.

한국보다 뒤진 국가는 일본과 터키뿐이다. 비교를 하자면 20년 전의 캐나다 수준(35%)에도 미치지 못하고 OECD 국가 평균(53%)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이는 1999년의 20%에 비하여 33%p나 개선된 수치로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21개 국가가 동성혼을 합법화하고 OECD 회원국이 아닌 나라 가운데에서도 8개국이 동성혼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동성혼을 합법화하지 않은 나라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동성애자들에 대한 법적 대우가 많이 개선되었다. 특히 동성애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의 경우에는 이 연구 조사 대상인 OECD 35개국 전체에서 완전히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캐나다, 포르투갈, 프랑스와 같은 성소수자를 위한 입법에 가장 앞선 나라에서조차 성전환자(transsexuality)나 간성자(Intersexuality)의 권리 보호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지난 6월 중순 미국연방대법원에서 성적 정향을 근거로 해고당한 성소수자의 법적 권리를 차별금지법 차원에서 보호하도록 판결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법제도의 개선 작업은 세계적인 차원에서 지속되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 반대로 2014년 '생활동반자법' 무산

국제성소수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120개 국가에서 동성애가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여전히 약 70개 국가에서는 동성애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우간다의 경우 동성애가 발각되면 14년 금고형에 처해진다. 게다가 12개 국가에서는 동성애가 발각되면 사형에 처해진다. 그리고 폴란드와 같은 나라는 신임 대통령이 나서서 헌법 개정을 통하여 동성애자들의 입양을 막겠다고 선언하고 나서기까지 하였다.

한국의 경우에는 헌법에 성적 지향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항,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제5조, '군의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제6조에서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제연합의 권고로 2006년부터 추진해온 차별금지법의 입법은 2007, 2010, 2013년에 모두 무산된 바가 있다. 특히 동성혼에 관련해서는 2014년 진선미 의원이 이른바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고자 했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보수 기독교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변할 수밖에 없음을 통계 자료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이미 2014년 12월의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도 동성혼에 대한 찬성이 35%에 이르렀다. 이는 2001년 6월의 17%에 비하여 2배가 넘는 증가를 보인 것이다. 특히 30대까지는 50% 이상의 지지를 보여 주었다. 다만 50대 이상에서는 19%라는 낮은 지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개신교의 지지율은 22%로 불교(30%)와 천주교(34%)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성애자에 대한 취업(85%)과 근무(79%)에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종교와 연령의 차이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난 6월 25일 '퓨조사연구소'(Pew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세계의 동성애에 관한 격차의 상존'(The Global Divide on Homosexuality Persists)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53%는 동성애에 반대하고 44%가 찬성하고 있다. 5년여 만에 찬성 비율이 10%p 증가하였다.

그런데 연령으로 보면 50대 이상은 23%만이 찬성하는데 비하여 30-40대는 51%, 20대 이하는 79%가 동성애를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남성(37%)보다 여성(51%)이 훨씬 더 동성애에 관대하다. 그리고 이념적으로 우파인 사람들의 지지율(28%)은 낮은데 비하여 중도(51%)나 좌파(67%)는 상당히 높았다. 또한 신앙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지지율(13%)이 낮은데 비하여 그렇지 않은 사람의 지지율(51%)은 상당히 높았다.

이러한 통계를 놓고 볼 때 한국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주요 계층은 50대 이상의 우파 기독교 남자 신자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가 모범으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우 2003년을 기점으로 동성애에 대한 지지 추세가 확고해졌다. 2019년 현재 미국 국민의 72%가 동성애를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동성혼도 미국에서는 이미 합법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인간의 인격권과 직결되는 문제

이와 관련하여 또 다른 통계 자료가 흥미를 끈다. 퓨조사연구소에서 지난 7월 20일에 발표한 '신에 관한 세계의 격차'(The Global God Divide)라는 제목의 자료에 보면 도덕성과 신앙의 관련성에서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중요한 변화를 보였다. 2002년에는 56%의 응답자가 신앙과 도덕성이 깊은 연관이 있다고 답한데 비하여 2019년에는 45%만이 긍정적으로 답하였다. 연령별로는 20대까지는 20%만이 긍정한 데 비하여 50대 이상은 64%가 동의하였다.

이는 미국과 매우 유사한 수치이다. 2002년 미국은 58%의 응답자가 신앙과 도덕성이 깊은 연관이 있다고 답한데 비하여 2019년에는 44%만이 동의하였다. 기독교 신앙이 한 사회의 도덕적 척도가 되는 시대정신이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통계가 잘 보여주고 있다.

21세기에 성소수자, 특히 동성혼은 단순히 종교적 신념이나 생물학적 성에 대한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개인적, 사회적 인권의 차원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 성소수자를 이야기할 때 신학이나 생물학에서 말하는 성뿐이 아니라 철학, 법학, 심리학, 사회학에서 이야기하는 젠더의 개념도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는 단순히 동성혼의 허용 여부만을 따지는 좁은 시각에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다름 아닌 고유한 인격을 지닌 한 인간의 인격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더구나 이미 OECD에 가입한 지 30년이 넘은 대한민국이 성소수자를 포함한 포괄적인 차별 금지에 관하여 제대로 된 법제도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의 시대정신은 성소수자에 관한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 더 이상 종교나 생물학적 지식만을 바탕으로 한 것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의 추구 보장 그리고 다양성의 존중은 이제 세계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이 거리에서 핏대를 올리며 서로를 향해 격한 구호를 외치기보다는 이제라도 민주주의적 대화의 장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담론을 나누는 자세를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선진 서구 국가들이 합리적인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하여 문자 그대로 소수자(minority)인 유색인종과 여성은 물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의 입법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지적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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